믿고 보는 농업통계가 필요해

  • 입력 2021.07.11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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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 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산지조사팀원들이 충남 당진시 송악읍 월곡리의 한 고추밭에서 고추의 생육 상태를 확인하며 스마트폰 카메라로 기록하고 있다. 노란 깃발이 꽂혀 있는 곳이 실측조사 구역이다.한승호 기자
지난 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산지조사팀원들이 충남 당진시 송악읍 월곡리의 한 고추밭에서 고추의 생육 상태를 확인하며 스마트폰 카메라로 기록하고 있다. 노란 깃발이 꽂혀 있는 곳이 실측조사 구역이다.한승호 기자

올해 통계청의 양파 재배면적 조사가 양파산업에 도움은커녕 혼란을 야기했다. 통계청은 지난 4월 양파 재배면적 발표에서 전년대비 조생종 24.4% 감소, 중만생종 30.1% 증가라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치는 조생종 9.5% 증가, 중만생종 2.3% 증가다. 두 기관의 조사결과가 너무나 판이하게 나온 것이다.

양파 재배면적은 지난해에도 혼란이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총면적은 1만4,673ha, 농경연이 발표한 총면적은 1만7,930ha였다. 3,000ha 이상의 차이. 3,000ha면 연간 조생양파 전체 생산면적을 훨씬 상회하는 면적이다.

산지 동향과 시장 상황을 살펴보면 어느 쪽이 틀렸는지는 명확하다. 농경연이 맞았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통계청은 확실히 틀렸다. 애당초 너무나 터무니없는 조사결과에 농림축산식품부도 지난해부터 통계청 조사치를 배제하고 농경연 조사치로 수급정책을 논의해오고 있다. 정부 공식 자료인 통계청 통계가 전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무시당하는, 기막힌 상황이다.

비단 양파만이 아니라 통계청의 농업 통계엔 빈번하게 물음표가 붙어왔다. 지난해와 올해 양파 사태를 계기로 그 물음표에 불이 붙는 형국이다. 조사 시점의 문제로 조생·중만생 양파 구분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통계청 측의 항변은, 그들이 얼마나 농업에 무지한 채 기계적으로 조사에 임하고 있는지를 입증해주는 말이다.

어느 분야든 칼로 두부 자르듯 딱 떨어지는 경우는 흔하지 않지만 농업은 특히 변수가 많고 구조가 복잡한 분야다. 통계청 스스로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전문성이 있는 기관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조사체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가장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농경연이나 농식품부에조차도 조사방법과 표본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게 통계청의 현재 모습이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농업 통계업무를 통계청에서 농식품부 관할로 돌리는「정부조직법」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초 농식품부가 맡고 있던 농업 통계가 통계청으로 넘어가면서 양적·질적 쇠퇴가 일어났다는 요지다. 통계청 농업 통계에 대한 농민들의 불신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형상화된 것이다.

통계청 농업 통계가 관성화돼 있는 사이 농업분야에선 필사적인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농경연이 실측조사에 뛰어들어 통계청의 ‘헛발질’을 만회하는가 하면, 양파·마늘 농민들은 주산지 재배면적 전수조사라는 초유의 성과를 이뤄냈다. 의무자조금은 ‘경작신고제’라는 궁극의 면적조사 체계를 실현하기 위해 땀흘리는 중이다.

통계청이 하든 농경연이 하든 농민들이 하든 농업 면적통계는 누군가 반드시 책임지고 맡아 해야 할 일이다. 중요한 것은 그 통계를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고 세밀하게 산출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고 투자하는 일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가 틀어지면 그것을 기반으로 쌓아올리는 모든 정책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통계청은 과연 그동안 농업 통계 업무에 얼마나 많은 고민을 쏟아왔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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