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에서 실측으로 … 농경연 면적조사의 환골탈태

지난해부터 재배면적·생육·생산량 실측조사 실시

통계청 조사에 비해 전문성 우위 자타공인 분위기

  • 입력 2021.07.11 18:00
  • 수정 2021.07.12 15:23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통계청 양파 재배면적 조사의 신뢰도가 2년 연속 무너진 이래 양파산업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홍상, 농경연)이다. 때마침 농경연이 지난해부터 재배면적 조사방법을 ‘실측’으로 바꾸는 혁신을 단행하면서 신뢰도도 높아진 참. 양파 수급정책의 기반자료는 2년째 통계청이 아닌 농경연 조사치가 꿰차고 있다.

농경연 농업관측본부는 지난 2013년 배추 파동 이후 보다 정확한 산지 관측을 위해 산지기동반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조사원 수는 2013년 1명, 2019년까지도 7명에 그쳤으며 별도의 부서 없이 각 품목관측팀에 나눠 배정돼 있었다.

당연히 산지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리 없었다. 농경연의 재배면적·생육·생산량 조사는 줄곧 100% 전화를 통한 농가 설문조사로 이뤄졌다. 신속한 조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응답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담보하기 힘든 실정이었다.

그러던 2020년, 농경연 산지 조사체계에 일대 전환이 일어난다. 농업관측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는 부처간 공감대 아래 농경연의 농업관측 예산이 대폭 늘어났고 기존 2억원이었던 산지조사 예산만 일약 67억원이 됐다. 산지조사를 전담하는 산지조사팀이 별도 신설됐고 10개 조 20명의 팀원이 산지를 꼼꼼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여전히 인원이 적어 보일 수 있지만, 철저한 관리체계 하에 조사 용역기관들을 운용하고 있어 재배면적·생육·생산량 모두 설문이 아닌 현장 실측조사가 가능하다.

지난 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산지조사팀원들이 충남 당진의 고추밭을 드론으로 촬영하고 있다. 향후 드론으로 재배면적을 조사하기 위해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작업이다. 한승호 기자
지난 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산지조사팀원들이 충남 당진의 고추밭을 드론으로 촬영하고 있다. 향후 드론으로 재배면적을 조사하기 위해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작업이다. 한승호 기자

농경연의 재배면적 실측조사 표본은 5,000여농가(생육은 700농가 반복실측, 생산량은 건고추 제외 4,000농가 실측). 통계청의 품목별 표본 수를 확인할 순 없지만 농경연 또한 독자적으로 충실한 표본을 구축하고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농업에 대한 전문성으로 보면 농경연이 확실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일단 농림어업총조사가 아닌 농업경영체 DB를 통해 표본을 확보함으로써 농업 총량 중심에서 벗어나 품목 중심의 조사를 진행한다. 지역구분 없이 이뤄지는 통계청 조사와 달리 해당 품목의 지역별 재배면적 비중을 고려한다. 가령 통계청 조사의 경우 마늘을 거의 심지 않던 표본지역에서 갑자기 마늘 재배가 이뤄질 경우 전체 재배면적 조사 결과에 왜곡이 발생할 수 있는데, 농경연은 이를 걸러낼 수 있는 것이다. 덧붙여 현장 방문 과정에서 조사항목뿐 아니라 산지의 다양한 동향을 함께 수집할 수 있다는 것도 농업 전문기관인 농경연 실측의 이점이다.

특히 재배면적에 있어, 통계청과 농경연 조사의 불일치 문제는 오랜 골칫거리였다. 단지 농경연 관측의 신뢰도 문제가 아니라, 때론 통계청과 농경연 중 어느 쪽이 맞느냐는 논란이 격화됐다. 지금까지는 농경연 조사의 신뢰도가 약했던 만큼 설령 미심쩍더라도 통계청 조사치로 따라가는 추세였는데, 실측조사가 시작되면서 농경연 조사는 통계청 조사에 의문을 던지는 객관적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때마침 농경연 실측조사가 시작된 지난해부터 통계청이 양파 관측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면서 농업계에선 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양파는 물론 다른 품목들까지 하나 둘 정책 테이블에 통계청이 아닌 농경연 자료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품목에 한해서지만 이미 통계청보다 농경연이 산지조사의 전문성과 신뢰도를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농경연은 지난 1일 일반 연구부서였던 농업관측본부를 별도 사업부서인 ‘농업관측센터’로 개편했다. 센터장직의 직급을 높이고 전문인력을 대폭 보강해 관측의 정확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다. 실측조사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산지조사팀을 전남 나주와 충북 오송에 분산배치했으며, 빅데이터·드론 등 첨단기술 활용을 위한 기반도 닦는 중이다. 최근 유난히 조사 신뢰성이 흔들리는 통계청과 대조적으로, 농경연의 산지 조사체계는 점점 전문성과 정확성을 높여 가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