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면적 전수조사, 허황된 꿈일까

양파·마늘 의무자조금 주산지 전수조사 눈길

생산자협회 조직 총동원 시 95% 조사 가능?

  • 입력 2021.07.11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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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통계청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의 실측조사 방식은 조사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높여주지만, 결국엔 둘 다 표본조사이기 때문에 오차의 가능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확성을 최대로 높이자면 전수조사, 즉 전국의 산지를 모두 실측하는 것이 답인데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올해 양파·마늘에서 눈여겨볼 만한 사건이 있었다. 양파·마늘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가 농경연의 용역을 맡아 양파·마늘 일부 주산지에 한해 재배면적 전수조사를 진행한 것이다. 전국양파·마늘생산자협회와 농림축산식품부가 연초 회의 과정에서 필요성에 공감해 결정한 사업이다.

전수조사 지역은 양파 조생종 주산지 7개 시·군과 마늘 생산량 상위 8개 시·군이다. 비록 전국 단위는 아니었지만 전국 면적 대비 양파 30%, 마늘 40% 면적에 실측조사가 이뤄졌으며 이는 농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조사 결과는 양파 5,591ha, 마늘 9,400ha다.

이처럼 광범위한 전수조사가 가능했던 건 전국에 뿌리조직을 갖춘 양파·마늘협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양파·마늘협회는 신생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주산지를 중심으로 각 시·군, 깊게는 읍·면까지 제법 건실한 뿌리조직을 갖추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조사원 역할을 수행한 것이 다름아닌 두 협회 소속 200명의 농민들이다.

주산지 재배면적 전수조사를 위해 제주 대정읍 포전을 방문한 제주양파생산자협회 간부가 양파를 살펴보고 있다. 양파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제공
주산지 재배면적 전수조사를 위해 제주 대정읍 포전을 방문한 제주양파생산자협회 간부가 양파를 살펴보고 있다. 양파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제공

조사는 대단히 순조로웠다. 자기 지역을 훤히 꿰고 있는 농민들이 조사를 수행하다 보니 속도가 빠르고 효율성이 극대화됐으며 농업경영체 미등록 필지까지 정확하게 파악 가능했다. 농경연 측은 “일부 오차도 있었지만 지역 농민들이 직접 조사하다 보니 보이지 않는, 누락된 필지까지 조사할 수 있었다. 또 드론 사진을 판독할 경우 양파·마늘을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농민들과 함께하면 실제 무엇이 심겼는지 확인이 가능하다”고 평했다.

완전할 수는 없었다. 조사 과정에서 면적조사용 스마트폰 앱을 활용하고 기존 데이터를 참고했는데 일부 정확성 문제가 불거져 조사 현장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조사결과 자체도 전국 재배면적을 파악하거나 예측한 게 아닌, 주산지에 국한된 결과기 때문에 활용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주산지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탓에 최근 재배가 늘고 있는 비주산지 지역의 상황을 살필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간 공식 조사자료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던 만큼 농민들은 이번 조사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농민 참여형 재배면적 전수조사’의 장점과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양파·마늘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는 당장 내년에 정부나 농경연 예산을 유도하고 부족하면 자조금을 일부 대서라도 전수조사 사업을 확대·유지하고 싶다는 의중을 비치고 있다.

이태문 마늘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마늘의 경우 15개 주산지로 조사지역을 확대하면 전체 면적의 80%를 조사할 수 있고, 마늘협회 시·군지회가 갖춰진 26개 시·군으로 확대하면 95%까지도 할 수 있다”며 전국 전수조사의 가능성을 낙관했다. 농경연과 농식품부는 이번 조사결과를 다른 조사치들과 비교·분석 중이며 향후 논의를 통해 사업 확대·유지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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