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면적 논란 종결자, 의무자조금 ‘경작신고제’

대상품목 재배 시 면적·품종 등 의무 신고해야

가장 확실한 품목별 재배면적 집계 방법이지만

신고제 첫 도입한 양파·마늘부터 신고율 저조

  • 입력 2021.07.11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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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2017년 개정된「농수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은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에 생산·유통 자율조절 기능을 부여했다. 그 세부 내용 중 하나가 ‘경작신고제’다. 가령 딸기에 의무자조금이 조성되고 경작신고제가 시행되면, 우리나라에서 딸기를 심는 모든 농민들은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에 경작면적, 경작지 주소, 품종 등을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경작신고제가 제대로 운영되기만 하면 적어도 재배면적에 있어선 거의 완전무결한 통계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해당 품목엔 통계청 면적조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면적조사, 생산자 주도 면적 전수조사 모두 더 이상 존속할 필요가 없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뢰도 높은 면적 통계는 수급조절의 효율을 크게 끌어올린다. 의무자조금의 자율 수급조절뿐 아니라 정부 수급정책에 있어서도 절대적인 참고자료가 될 수밖에 없다. 경작신고제에 의무자조금과 농식품부가 함께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경작신고제의 길이 순탄치 않다는 건 농업사상 처음으로 경작신고제를 시작한 양파·마늘에서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올해부터 양파·마늘 경작신고제가 시행됐지만 신고율은 10%대에 그치고 있다. 시행 초기 저조한 신고율이야 예상했던 바지만 갈 길이 너무 멀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농민들 입장에선 줄곧 독자적으로 지어오던 농사를 누군가에게 신고한다는 자체가 심기 불편한 일이다. 자조금 납부 건과 맞물려, 양파·마늘 의무자조금엔 항의에 가까운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서류나 계약서 정리가 제대로 돼있지 않은 임차농들의 경우엔 신고를 하고 싶어도 애매한 측면이 있다. 자율적으로는 좀체 끌어올리기 힘든 신고율이지만, 시행 주체가 농민들의 조직인 의무자조금이기 때문에 농민들에게 미신고 패널티를 적극적으로 부여하기도 곤란하다.

마늘·양파 경작신고서의 일부분. 재배면적은 물론 재배지 주소와 품종, 파종·수확 예상시기까지 기입하도록 돼 있다. 의무자조금의 경작신고제가 안착될 경우 폼목 수급조절에 혁신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늘·양파 경작신고서의 일부분. 재배면적은 물론 재배지 주소와 품종, 파종·수확 예상시기까지 기입하도록 돼 있다. 의무자조금의 경작신고제가 안착될 경우 폼목 수급조절에 혁신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재미있는 건 경작신고제를 처음 시작한 품목이 의무자조금 품목들 중 가장 방대하고 분포지역이 넓은 양파·마늘이라는 점이다. 가장 주체적이고 의욕적인 자조금단체를 보유한 데다 정부의 수급조절 의지가 특히 집중되고 있는 품목들이기 때문이다. 사과·절화 등 일부 의무자조금 품목에서도 경작신고제 논의가 등장한 바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냈다.

김응철 원예자조금통합지원센터장은 “감귤이나 참외처럼 지역 집중도가 높은 품목들부터 경작신고제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아직 자조금 사무국이 열악하고 자조금 거출만으로 민원에 시달리는 곳이 많다. 의무자조금이 아직 태동기 내지 과도기 같은 분위기라 경작신고제를 선뜻 시행하기가 쉽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경작신고제는 분명 품목별 재배면적 파악 및 관리에 있어 궁극적 장치다. 파프리카의무자조금의 경우 전국 64개 ‘농단(농협·농업법인 등의 구심점 조직을 이르는 은어)’을 통해 경작신고제에 준하는 수준으로 재배면적을 관리하고 있으며 이로써 농산물 중에서도 가장 안정적인 수급관리를 하고 있다. 비록 경작신고제를 시행하진 않고 있지만 경작신고제를 통한 기대효과를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모델이다.

파프리카는 전국 1,200농가로 재배규모가 작고, 수출 주력품목으로서 의무자조금 운용이 매우 용이하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여타 일반적인 품목들의 경작신고제는 농가 인식 및 농업 구조와 훨씬 치열한 분투를 벌여야만 실현해낼 수 있다. 우선은, 어느 품목보다 여건이 팍팍한 양파·마늘이 그 첫 실험대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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