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친환경 무상급식, ‘정치논리’로부터 지켜내야

  • 입력 2021.03.07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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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최근 농민·먹거리운동 진영은 10년을 이어온 서울시 친환경 공공급식의 미래를 놓고 고민이 많다. 특히 다음달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공공급식을 포함하는 서울 먹거리체계가 ‘정치논리’에 휘말리지 않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난달 26일 한국농촌사회학회·지역농업네트워크 협동조합연합회 주관으로 ‘서울시 친환경 무상급식 10년, 도전과 성찰, 그리고 미래’ 공중토론이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10년 서울 공공급식 정책을 평가함과 함께, 향후 공공급식과 먹거리체계 발전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날 김승연 서울연구원 도시사회연구실장은 친환경 무상급식의 ‘사회적 투자’ 성격에 주목했다. 김 실장은 2010~2011년 보수정치권의 무상급식 반대 움직임을 언급하며 “무상급식이라는 ‘사회복지 지출’을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소비성 지출로 보느냐, 또는 사회적 권리를 넘어 재생산을 위한 사회적 투자로 보느냐에 따라 무상급식 관련 입장이 갈려왔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무상급식으로 가정마다 매달 10만원의 교육비 고정지출이 줄어들면, 그만큼 가정의 가처분 소득이 증가하면서 추가적으로 옷을 사 입거나 문화생활을 함에 따라, 그 비용이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 투자되고 해당 산업의 생산이 확대된다”고 한 뒤 “친환경 무상급식은 친환경식자재 제공과 식생활교육을 통해 향후 아이들이 건강한 시민노동자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인적자본 투자 성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친환경 무상급식의 경제적 효과를 봐도, 무상급식을 대중 인기영합 정책이라 비난하는 보수정치권의 비난은 무색해진다. 김 실장의 2019년 친환경 무상급식 예산 6,155억원 투입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에 따르면, 2019년 생산유발 총 산출액은 총 1조4,659억원, 부가가치 창출효과는 총 6,293억원이었으며 1만4,648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발생시켰다.

‘정치논리’에 붕괴될 뻔한 친환경급식

그럼에도 보수정치권은 서울 친환경 무상급식, 나아가 서울 먹거리체계를 계속 흔들어왔다. 김흥주 한국농촌사회학회 회장(원광대 교수)은 “서울 친환경 무상급식 체계는 그동안 정치적 영향력에 따라 지나치게 휘둘려왔던 측면이 있다”며 2013년 사례를 언급했다.

2013년 11월, 당시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 방식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 내용인즉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 시 민간 급식재료 납품업체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산하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의 수의계약 범위를 1,000만원 이하로 통일(기존엔 민간업체 500만원 이하, 서울친환경유통센터 2,000만원 이하)한다는 것, 그리고 기존에 초등학교 70%, 중학교 60% 이상이던 친환경농산물 권장 사용비율을 50% 이상으로 하향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급식 납품업체 간의 ‘형평성’을 유지하고 학교장의 식재료 선택권 재량을 늘림과 함께, 친환경식재료 우선 공급에 따른 ‘과도한 비용’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이뤄진 조치였다.

‘GAP(농산물우수관리제 인증) 먹거리 우선정책’도 친환경농가들을 힘들게 했다. 2013년부터 서울 학교급식에 농산물을 공급해 온 전북 남원 농민 이강철 씨는 “당시 문 교육감은 GAP 농산물이 과학적이고 안전한 먹거리라고 강조하면서 학교급식 공급 친환경농산물을 GAP로 대체하려 했다”며 “이 문제를 비롯해 복합적인 요인들로 한때 대다수의 학교들이 서울친환경유통센터 대신 민간 급식업체로부터 일반농산물을 구입해, 친환경농가들 입장에서 판로 확보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증언했다.

문 교육감은 2014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노골적으로 “친환경식재료 공급 감축으로 비용을 줄이고, 저소득층 지원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친환경 무상급식의 초·중·고등학교 및 유치원 전면확대’를 내세운 조희연 현 서울시교육감의 당선으로 문 교육감의 서울 친환경급식체계 훼손은 무위로 돌아갔다.

새 서울시장, 먹거리정책 마련 나서야

지난 2017년 6월 20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하는 서울 먹거리 선언’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먹거리 기본권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2017년 6월 20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하는 서울 먹거리 선언’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먹거리 기본권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4일, 친환경 무상급식을 막고자 주민투표까지 감행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최종 선출됐다. 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간 야권단일화 경선을 통해 야권 서울시장 후보가 선출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서울시장 후보로 최종 선출됐다.

시민사회는 누가 서울시장이 되건 지난 10년간 구축된 서울 공공먹거리체계는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 시민사회는 지난 3일 서울먹거리연대를 창립하면서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먹거리정책 마련 및 정책협약 진행 등을 촉구했다.

서울먹거리연대는 △재난 상황에서의 급식 대응체계 마련 △먹거리 취약계층에 대한 먹거리 보장 강화 △GMO 없는 공공급식 시행 △서울시민 마을부엌 운영 등 지역사회 먹거리 공동체 형성 △100만 기후농부와 생태도시 서울 조성 △먹거리 전담부서 및 먹거리통합지원센터 설치 △서울시민 먹거리기본권 보장 조례 제정 △자치구 먹거리 확대 등을 목표로 활동할 계획이다.

이강철 씨는 “2013년 처음 급식 납품에 참여할 때만 해도 서울 학생 수가 100만명 안팎이었는데, 지난해 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 진행 시엔 80만명대까지 줄었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건 친환경농민들로서도 위기”라며 “누가 서울시장이 되든 친환경 학교급식을 정치논리에 휘말리지 않게 잘 유지하는 것과 함께 학교급식 바깥 영역의 공공급식을 확대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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