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밭 없는 서울시, 농업을 보듬다

서울시 먹거리 마스터플랜
‘도농상생’ 최우선 가치로
중소가족농 보호 의지 커

  • 입력 2017.12.08 16:14
  • 수정 2017.12.08 16:16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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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올해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서울특별시(시장 박원순)의 먹거리 마스터플랜은 먹거리에 대한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으로 기존 정책의 틀을 깨고 있다. 특히 생명산업인 농업의 가치에 대한 깊은 이해도는 해외 선진지의 정책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서울시는 국내 통합 먹거리정책(푸드플랜)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서울시민 먹거리 기본권 선언과 먹거리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데 이어 9월엔 먹거리 기본조례안이 시의회를 통과했다. 행정과 의정 모두 전국 최초다.

서울시 먹거리 마스터플랜은 지속가능한 먹거리체계를 위해 생산·유통·소비·처리 전 과정을 아울러 다루고자 한다. 정책 키워드는 △도농상생 △먹거리 기본권 보장 △건강과 안전의 세 가지며,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공공급식 확대와 먹거리 빈부격차 해소, 중소가족농 보호, 시민 건강 증진은 물론 생물다양성과 음식문화 계승·발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시가 먹거리 마스터플랜을 통해 도농상생의 의지를 적극 실천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6월 20일 서울시 먹거리 마스터플랜 발표하고 있다. 강선일 기자

3대 키워드 가운데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는 것은 단연 도농상생이다.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촌은 먹거리 마스터플랜이라는 거대한 정책의 시작점이다.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가 지속적으로 생산되지 않는다면 모든 계획이 지반을 잃게 된다. 농업 기반이 없는 도시지역 먹거리정책이지만 필연적으로 농촌을 동반해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2020년까지 계획된 먹거리 마스터플랜 예산 3,329억원 중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1,639억원이 도농상생 관련 예산(공공급식 예산 1,278억원 포함)이다. 또한 정책자료나 조례에서 ‘중소가족농 보호’라는 정책목표를 반복하고 있는데, 농업·농촌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영농형태가 중소가족농이라는 구체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했다는 증거다.

이는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에서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 공공급식 식재료 조달은 서울시의 각 자치구가 농촌지역 시군들과 공급계약을 맺어 이뤄진다. 한 시군에서 가급적 모든 품목 구색을 갖춰 납품하는 방식인데, 이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중소가족농 형태에 최적화된 방식이다.

농촌지역이 서울 공공급식에 식재료를 납품하려면 일부러라도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를 갖춰야 할 판이며, 유기농·무농약·무제초제라는 재배기준도 맞춰야 한다. 공공급식 사업 하나를 통해 농가 판로확보와 도시민 건강 증진, 환경·생태 및 농촌문화 보전 효과까지 거머쥐게 되는 것이다.

또한 중소가족농 위주의 친환경 농업은 기업농과 종자·비료·농약산업을 묶는 소위 ‘글로벌 푸드시스템’의 대척점에 있다. 농민들과 도시민들이 글로벌 푸드시스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하나의 단초를 제공한다는 것만으로도 서울시 푸드플랜의 의미는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다.

서울시가 먹거리 마스터플랜을 수립·시행한 데는 박원순 시장의 의지가 강력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서울시장 취임 당시부터 학교급식의 파고를 넘었던 박 시장은 당선 전에도 완주로컬푸드 운동의 조력자로서 활약한 바 있다. 뚜렷한 농업 철학을 가진 사회 지도자를 쉽게 찾아보기 힘든 가운데 서울시의 먹거리 마스터플랜은 농업계에 잔잔한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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