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 도매시장 35년 … 이제는 ‘공익’을 찾자

도매시장 공익성 강화 토론회
가격등락·과다수익 문제 토론
정부는 소극적 개혁태도 고수

  • 입력 2021.02.21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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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도매시장 유통인들은 공익의 기치 아래 배타적 특혜를 누리고 있음에도 들쭉날쭉한 가격형성과 농민 고통을 외면한 돈잔치로 20년 이상 꾸준히 비판을 받아왔고, 최근엔 어느 때보다 강한 개혁 요구에 직면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는 이같은 시대적 요구에 따라 지난 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농산물 도매시장 공익적 역할 재정립을 위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주제발표는 송정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 부원장(도매시장 출하농업인 권익증진 방안)과 김성훈 충남대 교수(도매법인의 공공성 회복 방안), 김기헌 aT 시장지원부장(강서시장 시장도매인 운영실적 평가)이 맡았으며 생산자·유통인·연구자 대표 11명이 온·오프라인으로 토론에 참여했다.

송정환·김성훈 두 발제자의 발표는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수렴했다. 도매시장 공공성 강화 방안으로 △대금정산조직 설립과 온라인경매 활성화 노력(경매응찰자 실질 확대) △정가·수의매매 등 경매 외 거래방식 확대(가격진폭 완화 및 출하선택권 확대) △경매과정 실시간 공개와 블라인드경매(경매담합 의혹 해소) △품질등급화와 품질중심 가격결정(경매공정성 제고) 등이 제안됐고, 이들 안건에 대해선 비교적 무난한 토론이 전개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농산물 도매시장 공익적 역할 재정립을 위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발제자와 정부 측 토론자 외엔 전원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농산물 도매시장 공익적 역할 재정립을 위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발제자와 정부 측 토론자 외엔 전원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쟁점이 된 건 그 외 세 가지 안건이다. 첫째는 최저경락가격제. 품목별로 설정한 최저가격 아래로 경락가가 떨어지면 경매를 중지하고 최저가격을 보장하자는 내용이다. 농민들의 지속가능한 영농을 보장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점에서 토론자와 온라인 참관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김성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가 “경매에 최저가격이 설정되면 그 가격이 일반적 가격으로 굳어질 수 있다”고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으며 정부 또한 신중한 태도를 내비치면서 실현 가능성엔 물음표가 붙었다.

둘째는 도매법인 평가제도 강화를 통한 과다수익 환원이다. 형식치레에 불과한 현 도매법인 평가제를 개선해 재지정 조건을 까다롭게 하고, 수익 환원에 높은 가점을 매기거나 공익기금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김성훈 교수는 “도매법인 적정 수익규모가 얼만지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초과분을 공적 용도로 활용하고, 위탁수수료 인하나 출하장려금 인상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선 대다수 참가자가 동의하는 가운데 두 명의 토론자가 반대 의사를 밝혔다. 서용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부총장은 “도매법인의 수익을 줄이면 농업인을 위한 기능도 축소될 것이다. 경매사 추가고용과 산지지원 강화 등 공익적 역할을 추진하면 과다수익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 말했고, 오세복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 본부장은 “기업 입장에서 이윤은 미래 준비를 위한 체력이다. 지정유효기간(5년) 등의 규제를 없애 주면 절반 이상의 법인들이 시설투자를 하겠다는 의향을 비치고 있다”며 반대로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셋째는 시장도매인이다. 김기헌 aT 부장은 주제발표에서 시장도매인의 저조한 매수거래 비중, 과도한 수입취급 비중 등의 실적을 분석했고 이는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 논쟁을 재점화시켰다. 현 시점의 일부 문제에도 불구, 시장도매인제는 경매제의 독과점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체할 대안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서용석 부총장은 발제에서 지적된 문제점들을, 오세복 본부장은 “한 시장 내 두 가지 거래체제는 경쟁이 아닌 경매제의 고사를 초래한다”는 주장을 들어 반대 논리를 폈다. 반면 김성우 박사와 나용원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사무국장은 “도매법인의 자본력·조직력이 월등해 시장도매인과 경쟁할 경우 오히려 경매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 맞섰으며, 양정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현장에서 문제점이 20년 이상 계속되고 있다. 경매만 고집할 일이 아니다”라며 특히 전남도가 고안한 ‘비영리 공영 시장도매인’의 수용을 촉구했다.

이정삼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개혁에 대한 소극적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도매법인 과다수익 환원 문제를 “강제보단 자발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고 단언했으며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 건 또한 “한 시장 내 두 거래제는 세계에 유례가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지방도매시장 전송거래와 정가·수의매매 기록상장 문제 두 가지만큼은 “철저히 조사해 개선하겠다”고 다짐했고, 다수가 답보 상태로 판단한 온라인경매 구축에도 남다른 열의를 보였다.

농식품부는 이날 심포지엄과 더불어 2월 말까지 대국민 의견수렴, 3월 말까지 전국 도매시장 일제점검을 거쳐 올해 6월 중으로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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