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을 해체하라

  • 입력 2021.01.17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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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우리나라의 경축순환농업은 형식적인 틀은 갖춰 운영되고 있지만 내용은 빈곤한 실정이다. 그 핵심엔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이 있다.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은 경종농가가 지방자치단체에 유기질비료 구입을 신청하면 농림축산식품부가 예산에 맞춰 자금을 교부하고 농협중앙회를 통해 비료업체와 계약을 맺는다. 신청농가는 비료업체에게 유기질비료를 공급받고 보조금 이외의 자부담을 지역농협에 정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문제는 법상 유기질비료의 의미가 가축분을 원료로 한 퇴·액비의 동의어가 아니라는데 있다. 비료관리법상 비료는 보통비료와 부산물비료로 나뉘고 부산물비료는 부숙유기질비료, 유기질비료, 미생물비료 등으로 구분된다.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에서 지칭하는 유기질비료는 부산물비료 전체를 뜻하고 있다. 여기엔 대부분 원료를 수입하는 유박비료와 음식물류폐기물로 만든 원료도 허용되고 있다.

류제수 가축분유기질비료협동조합 사무국장은 “비료관리법이 만들어진 지 45년이 넘었는데 너무 엉성하다.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면서 “그러다보니 경축순환농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비료관리법상 용어부터 정리해서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축분뇨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축산농가에게 가축분뇨는 ‘처리’해야할 부담에 불과하다. 규제의 대상이며 회피하고 싶은 주제이기도 하다. 경종농가에겐 여러 보조사업 중 하나일 뿐이다. 농지 내 양분공급은 화학비료가 맡으면 된다. 구태여 신뢰할 수 없고 사용도 불편한 유기질비료에 목을 멜 이유가 없다.

유기질비료를 생산하는 비료업체 입장에선 보조사업에 맞춰 물량을 꾸역꾸역 밀어낼 뿐이다. 적잖은 업체들이 4월까지 물량을 밀어내면 기계정비에 들어간다. 관리에도 비용이 드니 축산농가가 가축분뇨를 처리해달라 요청해도 수거를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가축분뇨가 적체되면서 냄새민원이 발생한다. 이같은 상황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명규 상지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가축분뇨는 ‘처리해야 할 대상’이나 단순한 자원화를 넘어 기후변화에 대응할 공공재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가축분뇨를 통해 축산농가와 경종농가 모두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인식은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쳐 지역별 퇴·액비 생산·유통시스템 구축과 선택형 직불제로 나눠 추진하자는 구상으로 연결된다. 현재의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은 전국을 획일적으로 묶는 바람에 실제 사업효과가 떨어지는 맹점이 있다. 지역에서 축종별·품목별로 구분해서 퇴·액비 생산과 유통을 관리하고 이에 참여하는 축산농가와 경종농가엔 모두 직불금을 지급해 혜택을 유지하자는 뜻이다.

그런데 문재인정부 들어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은 예산만 줄어들 뿐, 사업형태는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다. 한 걸음의 개선도 이뤄지지 않은 채 예산만 줄이다보니 가격이 높은 유박비료를 사용하는 친환경농가들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1년여 밖에 남지 않았다. 이 정부는 경축순환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역사를 남길건가?
 

지난해 7월, 축산환경관리원이 주최한 지역단위 경축순환농업 우수현장 방문 참가자들이 강원도 횡성군의 퇴비생산시설과 퇴·액비를 공급받는 시설농가를 견학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축산환경관리원이 주최한 지역단위 경축순환농업 우수현장 방문 참가자들이 강원도 횡성군의 퇴비생산시설과 퇴·액비를 공급받는 시설농가를 견학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축산환경관리원이 주최한 지역단위 경축순환농업 우수현장 방문 참가자들이 강원도 횡성군의 퇴비생산시설과 퇴·액비를 공급받는 시설농가를 견학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축산환경관리원이 주최한 지역단위 경축순환농업 우수현장 방문 참가자들이 강원도 횡성군의 퇴비생산시설과 퇴·액비를 공급받는 시설농가를 견학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축산환경관리원이 주최한 지역단위 경축순환농업 우수현장 방문 참가자들이 강원도 횡성군의 퇴비생산시설과 퇴·액비를 공급받는 시설농가를 견학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축산환경관리원이 주최한 지역단위 경축순환농업 우수현장 방문 참가자들이 강원도 횡성군의 퇴비생산시설과 퇴·액비를 공급받는 시설농가를 견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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