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타까운 죽음, 근본 대책 없는 현실

  • 입력 2021.01.10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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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가 몰아친 지난해 12월 20일, 캄보디아 출신의 이주여성노동자가 거주하던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31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 이주여성노동자 속헹 씨는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비행기 표까지 사놓았던 것으로 밝혀져 더욱 큰 안타까움을 안겼다.

그간 농촌인력 관련 취재를 한 적은 있었지만 나 역시도 이번 안타까운 사고를 접하고 나서야 이주노동자의 거주 실태를 직면하게 됐고, 근본적인 대책이 무엇일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이와 함께 이주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누구 책임인지, 고용주인 농민의 탓이라고 해야 할지도 고민하게 됐다.

다수의 농민들에 따르면 이주노동자에게 숙소를 마련해주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전셋값이 대개 수억원에 달하고 월세 역시 만만찮은 실정이다. 이밖에도 어렵사리 아파트나 주택 등에 이주노동자 숙소를 마련하더라도 주민 반발 또는 민원 등으로 숙소를 옮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농민이 소유하고 있는 농지에 주거용 건축물을 짓는 것도 농지법상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이주노동자의 거주환경을 보장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농민이라도 현실적인 여건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문제가 예상보다 크게 불거져서인지 고용노동부는 지난 6일 ‘농·어업 분야 고용허가 주거시설 기준’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근본 대책이라기보다 운영·관리 편의성을 도모하고 최소한의 책임을 위한 겉핥기식 처방에 불과해 보였다. 물론 주거시설 및 근로감독 강화와 주거시설 개선 지원 등이 의미없단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근로자와 사업주 모두가 수용할만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 번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이주노동자의 명복을 빌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이뤄질 때까지 관심의 끈을 놓지 않겠단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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