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산업 경제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쌓여가는 냉동재고 … 공급불안에 시장 안정 기대할 수 없어
“산업구조·관련 종사자 생계 어찌 될지 신경도 안 쓴다” 탄식

  • 입력 2020.12.06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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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겨울철 오리 사육제한(오리 휴지기)으로 오리산업의 생태계 사슬이 끊어지고 있다. 종오리·부화장에서 사육-도압-가공-유통에 이르는 모든 산업구조가 위기에 내몰린 모습이다.

충북지역에 본사가 있는 A업체는 올해도 계약농가의 상당수가 오리 휴지기에 참석해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이 업체는 한 주 동안 입추할 농장이 없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A업체 관계자는 “충북도에서 올해 휴지기는 계열업체와 계약농장이 협의해 참여 여부를 정하라고 지침을 만들었다. 그래서 협의해서 제출했더니 환경평가 등을 문제삼더라”면서 “겨울이 다가오면서 지방자치단체가 휴지기를 다시 종용하니 농장들이 결국 휴지기를 신청했다. 결국 지자체 마음대로 가는거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리 도축 마릿수가 줄어들면 납품량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최근의 양상은 다르다. 계열업체들이 납품량이 줄어드는 겨울에 대비해 미리 사육을 늘려 냉동비축을 한다. A업체 관계자는 “물량이 줄어들면 대리점이 이탈하고 납품업체가 빠진다. 그래서 비축을 했더니 소비가 감소하며 재고가 나가질 않는다”라고 하소연했다. 올해는 코로나19에 장마까지 겹치며 여름철 대목마저 놓치고 말았다.

부작용은 그뿐만이 아니다. 이 관계자는 “휴지기 전에 사육을 늘려야 하니 종오리를 늘린다. 휴지기에 막상 들어가면 입추를 안하는데 종란은 종오리가 늘어난만큼 생산된다. 그렇다고 종오리를 줄이면 겨울철을 대비해 비축을 할 수 없다”면서 “결국 시장이 안정될 수 없게 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일 충청북도에 위치한 한 오리농가 계열업체 공장에서 직원들이 손질된 오리를 크기별로 선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일 충청북도에 위치한 한 오리농가 계열업체 공장에서 직원들이 손질된 오리를 크기별로 선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같은 상황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가 발표한 12월 오리관측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난 10월 오리고기 냉동재고량은 584만8,000마리로 지난해 대비 11.3% 증가했다. 그나마 이 조사결과는 일부 계열업체의 자료가 빠진 상태로 전체 냉동재고량의 70~80% 수준으로 추정된다. 오리 산지가격은 올 겨울엔 1마리(생체 3.5㎏)당 4,600원에서 5,300원 사이에 형성될 걸로 전망했는데 이는 평년(12월 6,370원, 1월 7,513원, 2월 7,239원)과 비교해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장기적으로는 방역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계열업체는 일단 겨울철에도 사육할 수 있는 농장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다보니 환경이 좋지 않거나 방역시설이 미흡한 농장이어도 겨울철에 사육을 하겠다면 끌고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겨울철 휴지기는 오리산업 종사자들의 생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겨울철마다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지니 생산직들의 휴직이 늘어난다. 운반기사들은 이동물량이 줄어들어 일거리가 줄어든다. 오리산업에 비전이 없다보니 아예 퇴사하는 직원들도 나온다. 충북지역에 있는 한 계열업체는 곧 구조조정에 들어갈 거라는 소문도 새어나오고 있다.

역시 충북지역에 본사가 있는 B업체 관계자는 “수입한 원종오리에서 종오리가 나오고 그 종오리에서 육용오리농장으로 입추되기까지 최소 9개월이 걸린다. 그리고 많은 종사자들의 생계가 오리산업에 달렸다”면서 “그런데 정부와 지자체는 방역만 신경쓰지 산업 구조가 어떻게 될지, 관련 종사자들의 생계는 어떻게 될지 신경을 안 쓴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축산이 있으니, 가금산업이 있으니 방역이 있는 것 아닌가”라면서 “계열화사업의 성격상 한 부분만 삐그덕해도 사육·도압·가공·판매·유통 모두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데도 농식품부는 기업은 지원하기 어렵다는 입장만 반복한다”고 탄식했다.

현장의 산업 종사자들은 한결같이 오리산업의 침체가 오리고기를 팔던 음식점이 점차 줄어들며 피부로 와닿고 있다고 호소했다. 생산과 소비 모두를 끌어올릴 대책이 시급하지만 오리 휴지기를 놔두고선 ‘백약이 무효’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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