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제한, 도대체 언제까지 밀어 붙일텐가

4년째 이어지는 오리 사육제한 ‘잔혹사’
계속된 일방통행에 농가·업계 피해 심각
보상단가 현실화 등 근본 대책 마련 절실

  • 입력 2020.12.06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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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17년 12월, 겨울철 오리 사육제한(오리 휴지기)이 시행됐다. 이듬해의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세계적인 행사를 위해 ‘시범적’으로 치러질 줄 알았던 오리 휴지기는 4년째 이어지며 오리 농가와 업계를 갉아먹고 있다.

정부는 2017년 4월 관계장관회의에서 ‘가축질병 예방 없이는 지속가능한 축산업 발전이 불가능하고, 조류독감(AI)과 구제역 등의 반복 발생에 따른 경제·사회적 피해 방지 및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해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특별방역대책 추진을 확정지었다. 이때 지자체 등에서 휴지기 도입에 대한 요청이 있었고,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에 대한 적극 검토를 지시하며 같은 해 9월 위험요인 제거를 위한 ‘육용오리농가 동절기 사육제한’이라는 보다 강력한 조치가 더해졌다.

결국 3년 이내 2회 이상 AI 발생농장과 반경 500m 이내의 농가는 11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 4개월간의 사육제한 대상이 됐다. 지자체 판단에 따라 사육제한 대상 농장이 추가되기도 했으며, 사육제한 농장 발생으로 종란 공급농가가 제한되자 오리새끼를 공급하는 계열업체 소속 종오리 농장의 종란 역시 폐기 처분 대상이 됐다.

오리 휴지기를 도입한 2017년 당시 농림축산식품부는 ‘실제 사육해서 얻는 소득보다 낮은 수준으로 단가를 책정하는 게 원칙’이라며 위탁농가 동절기 마리당 평균 순수익의 80%를 보상단가로 결정, 마리당 510원을 지급했다. 종란은 개당 420원의 단가가 적용됐다.

농가와 업계 피해는 막심했지만 AI 발생이 대폭 감소하고 이로 인한 살처분 재정 역시 크게 절감되자 정부는 2018년과 2019년 등 매년 계속해서 오리 휴지기라는 초강수 대책을 반복 시행하고 있다. 2018년에는 △최근 5년 이내 3년 동안 2회 이상 AI 발생 농가 및 반경 500m 이내 농가 △최근 3년 이내 1회 이상 발생한 농가 중 철새도래지 500m 이내 농가 △밀집사육지역 내 위치한 농가 △지자체에서 사육제한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농가 등으로 그 대상이 확대되기도 했다.

한국오리협회(회장 김만섭, 오리협회) 관계자는 “오리 휴지기가 사실상 정례화 되며 매년 협회 소속 농가의 30%가 생계를 위협받는 실정이다. 수급불균형이 지속되고 소비기반도 무너져 시장 자체가 매우 불안정하다”라며 “닭이나 오리를 키우지 않으니 AI가 발생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휴지기는 그야말로 임시방편일 뿐 심각한 산업 피해를 고려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어 “휴지기와 함께 이동제한 등의 여러 조치가 더해지며 입식과 출하 등 전 과정이 지체돼 부화장에서 병아리를 폐기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에 협회에서는 사육제한 참여 대상을 최소화하고 보상단가를 현실화해달란 요구를 지속하고 있다”라며 “축사시설현대화를 융자가 아닌 보조 사업으로 지원해 방역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실현 가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오리협회는 AI 방역 개선대책을 규탄하는 가금단체들과의 2017년 총궐기를 시작으로, 근본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2018년 10월엔 농식품부 세종청사 앞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고 농가 피해대책 마련과 휴지기 철회 등을 촉구했으며, 총궐기대회 이후 오리협회 임원단은 11일간 단식농성을 벌이며 간곡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휴지기가 실시된 이래 빠짐없이 현행 방역정책의 불합리함을 성토하고 농가 및 업계 손해에 대한 실질적 대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촉구하는 셈이다.

한편 올해 사육제한 보상단가마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하자, 그간 고충을 겪어온 농가 입장에서도 한계에 다다른 만큼 휴지기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속출하고 있다. 오리협회에서도 지난 10월 전면에 나서 휴지기 동참 거부를 선언했다. 이에 농식품부가 업계의 일방적인 손해를 강요하며 사육제한을 언제까지 단행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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