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담합 8년의 소송 … “39억 배상하라” 판결

  • 입력 2020.10.30 19:20
  • 수정 2020.11.03 15:08
  • 기자명 장수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16년간 입찰 가격을 담합해 1조6,000여억원의 부당이익을 취한 13개 비료업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1심 판결이 8년만에 내려졌다. 재판부는 30일 담합으로 피해를 입은 농민에 39억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남해화학(주), ㈜삼성정밀화학, 풍농, 조비, 협화 등 13개 화학비료업체는 지난 1995년부터 2010년까지 농협중앙회가 발주한 화학비료 입찰에서 사전 물량 및 입찰 가격을 담합했다. 이는 2012년 1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카르텔 유발환경 개선 사업으로 실시된 직권조사에서 밝혀졌고,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당시 약 8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즉시 부당이익 반환 및 재발 방지 목적의 손해배상 청구를 결정했으며, 당시 약 1만8,131명의 소송인단을 전국적으로 모집했다. 소송에 참여한 농민들은 개인별로 약 1~2만원의 소송비용을 부담했으며, 2012년 9월 법무법인 수륜아시아는 법원에 비료가격 담합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일부 소송 취하와 함께 소송인단은 1만7,333명으로 줄었으나 1만7,333명에 대한 손해액 책정과 손해 사실 입증에 지난한 시간이 소요됐고, 8년이 흐른 2020년 10월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농민에 39억원을 배상하란 판결을 내렸다.

그간 사건을 담당한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송기호 변호사는 “16년간의 담합으로 비료업체는 1조6,000억원의 부당이익을 취했지만 배상액은 39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업체 담합으로 인한 피해사실이 입증됐음에도 소송에 참여하지 않으면 배상을 받기 어려운 현행법 상 단체소송법 제정이 시급하다”면서 “담합 사실 적발 시 공정거래위원회가 제품별 피해액을 책정하는 등의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무진 전농 정책위원장은 “13개 비료회사가 담합으로 부당이익을 보고 공정위에 828억원의 과징금을 냈음에도 실제 피해 당사자들인 농민에게 돌아오는 배상액이 너무 적다. 현재 농자재업은 비료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담합과 비슷한 행위들이 가격에 포함돼 있는데 특히 보조사업과 연계된 것은 더욱 심하다”라며 "이번 소송 결과로 농자재 업체의 관행적 가격 담합행위에 피해를 본 농민이 직접 소송으로 보상받을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은 큰 성과다. 하지만 집단소송 제도가 미비한 탓에 소송당사자인 1만7,000여명을 제외하곤 배상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