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 담합 손해배상 소송 마무리 단계 접어들었다

2012년 공정위, 비료 업체 입찰 담합 사실 적발
전농, 1만8천여명 소송인단 꾸려 손해배상 청구
피해 입증 어려웠던 만큼 판결 및 보상 여부에 주목

  • 입력 2019.02.03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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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16년간 입찰을 담합한 비료 업체에 농민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벌써 7년차에 접어든 가운데 1심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당시 전국 1만8,000여명의 농민이 소송인단을 꾸려 화제를 낳았던 만큼 재판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피해 보상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12년 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카르텔 유발환경 개선 사업으로 직권조사를 실시, 1995년부터 2010년까지 농협중앙회 및 엽연초생산협동조합중앙회가 발주한 비료 입찰에 13개 업체가 물량과 투찰가격 등을 담합했단 사실을 적발했다. 공정위는 당시 남해화학과 삼성정밀화학, 풍농·조비·협화 등 입찰 담합에 참여한 업체가 16년간 약 1조6,000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고 판단했고 시정명령과 함께 약 8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이들 업체에 부당이익 반환 및 재발 방지 등을 위한 손해배상 청구를 결정하고 즉시 전국적인 소송인단 모집에 돌입했다. 그 결과 1만8,131명의 농민이 참여한 대규모 소송인단이 꾸려졌고, 당해 9월 법무법인 수륜아시아는 법원에 이들 소장을 제출하며 본격적인 소송 시작을 알리기도 했다.

이후 일부 비료 업체가 담합을 부정하며 과징금이 부당하다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2014년 11월 대법원은 공정위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업체들의 담합이 사실로 재차 확인됐음에도 현행법 제도상 담합으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가 직접 피해 사실과 액수를 입증해야 하므로 법조계 등 일각에선 소송 진행이 어려울 거란 분석과 함께 우려의 시선이 뒤따랐다.

노주희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변호사는 “담합이 10년 이상 이뤄진 점을 감안해 농민들이 해당 비료를 언제·어디서·얼마에 구입했는지 입증할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자체가 관건이었다”며 “전농이 지역 농민회를 통해 소송 위임 서명과 구매내역을 확보하는 데 역할을 잘 해줬고, 법무법인에선 그 내용을 정리하고 전산화하는 등 모두가 쉽지 않은 작업에 매달려 소송이 여기까지 진행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게다가 농민들은 1만~2만원씩을 소송 진행 경비로 내며 경제전문가에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등 담합에 의한 손해 규모·금액 산정에도 집중했다. 2016년 10월경엔 요소비료 등이 기준치보다 5~15% 높게 유지됐단 법원 감정 결과가 나왔고 추후 수차례 변론기일을 거치며 법원 감정 결과 및 손해배상 범위 등이 원·피고간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노 변호사는 “적어도 올해 안에 1심 소송은 마무리 되지 않을까 싶다. 노력만큼의 결과는 아니지만 손해에 대한 어느 정도 정당한 보상이 될 거란 기대를 갖고 있다”며 “사실 손해배상 입증이 너무나 어려운 현행법 제도 한계 내에서 대규모 소송인단이 힘을 합쳐 소송을 진행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고, 이러한 부분들이 제도적으로 개선됐으면 하는 게 저와 저희 법무법인의 입장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비료 담합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은 오는 15일 13차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다. 농민의 힘으로 농자재 업체들의 부당행위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수년간 이어진 재판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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