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농민의 소리

  • 입력 2020.07.19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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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시장 개혁 의제가 다시 한 번 전방위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가락시장 내부 논의는 물론, 대통령직속 농특위와 국무총리 산하 공정거래위원회가 연이어 개혁을 위한 토론회를 여는가 하면, 국회입법조사처도 농식품부의 미지근한 태도를 질책하고 있다.

하지만 칼자루를 쥔 농식품부는 여전히 개혁 반대 입장을 고수 중이다. 현행 경매제의 언어도단적 폐단이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지만 시대의 요구에도, 청와대와 총리실과 국회의 압박에도 귀를 막고 버티고 있다.

농민의 요구는 또 어떤가. 가락시장품목별생산자협의회는 지난해부터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가락시장에 대한 농민들의 목소리를 꼼꼼히 수집하고 있다. 문제투성이의 현행 경매제에 봇물 터지듯 불만이 쏟아지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협의회 내에서 시장 개혁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 협의회는 가락시장 관리공사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농민 의견 수렴을 위해 발족시킨 조직이다. 실제로 가락시장에 농산물을 출하하는 25명의 품목 농민 대표들로 구성돼 있으며 아직도 품목 확대를 추진 중이다.

농식품부가 사랑해 마지않는, 도매법인들로부터 연간 1억원씩을 후원받는 농민단체들보다는 중립성도 확실하다. 협의회는 공사로부터 최소한의 행정·자금지원만을 받고 있으며 실제로 회의석상에선 공사에 대한 비판도 탄없이 개진되고 있다.

비록 가락시장이라는 틀 안에 만들어진 조직이라 해도 전국 도매시장과 관련된 농민단체 가운데 이만한 품목 대표성과 중립성을 가진 조직은 단언컨대 없다. 일개 지자체 출자공사가 이같은 조직을 고민하고 실현시킨 데 대해 농식품부는 반성하고 조력해야 한다. 그게 자존심 상한다면 스스로 농민의 목소리를 찾아 들어야 할 일이다.

언제까지나 도매법인들과 이해관계로 얽힌 농민단체들의 의견을 방패막이 삼을 순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경쟁요소의 부재로 농민·소비자들은 자신들의 편익을 빼앗기고 있고 도매법인들은 자신들의 노력에 가당치도 않은 막대한 이문을 남기고 있다.

청와대와 총리실, 국회뿐이 아니다. 진정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본다면 농민의 요구 또한 반드시 “시장 개혁”으로 귀결된다. 보라, 아직까지도 이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려는 건 오직 기득권 세력밖에 없다. 농식품부가 감히 시장 개혁을 막을 명분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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