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락시장에 ‘농민의 입’이 생기다

곽길성 가락시장품목별생산자협의회장

  • 입력 2020.07.19 18:00
  • 수정 2020.07.19 19:23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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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가락시장은 농민들을 위한 공공시설이지만 그 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지리적으로도 농촌과 떨어져 있어 그동안 농민들의 눈과 손이 닿지 못했다. 가락시장 운영엔 실상 시장 내 유통주체들의 입김만이 강하게 작용해왔다.
지난해 6월 발족한 가락시장품목별생산자협의회(협의회)는 이같은 불합리를 타파할 중요한 대안이다. 배추·무·대파·당근·토마토·사과 등 직접 가락시장에 농산물을 출하하는 25개 품목 대표들이 협의체를 구성, 가락시장의 구조와 문제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시장에 현장 농민의 목소리를 투영할 기틀을 만든 것이다. 가락시장 관리공사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적극적으로 발족을 지원하고 의견수렴에 나서고 있는 만큼 그 영향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가락시장 개장 35년만에 마침내 가락시장에 발을 들인 품목 농민들. 그 대표인 곽길성 회장을 만나봤다.
권순창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곽길성가락시장품목별생산자협의회장
곽길성
가락시장품목별생산자협의회장

협의회 발족의 취지와 의의는.
가락시장이라는 중요한 유통현장에 그동안 농민들의 발언은 개별적으로만 이뤄지고 있었고 유통 문제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와 같은 구체적 접근이 이뤄지지 못했다. 경매의 문제점과 가격에 대한 불만, 적정가격 문제, 출하선택권 및 가격교섭력 확대 등의 문제를 보다 체계적으로 제기하고자 협의회를 발족했다.

그동안 제기하지 못했던 농업문제에 농민들이 새로 접근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단순히 농민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소비자도 적정가격으로 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도매시장의 원래 개설목적을 회복하고자 한다.

현장에서 보는 가락시장의 문제는 뭔가.
현재 경매제는 농민들이 농산물 가격제시를 하지 못하고 경매사와 중도매인에게 백지 위임해야 하는 실정이다. 경매사 공영제 도입, 중도매인 실질소속제 폐지, 품목별 통합경매(품목별 동일시간·장소에서 경매) 시행을 통해 공정한 경매를 담보해야 한다.

또 하나는 일반적으로 ‘경매’와 ‘상장거래’를 동일시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상장거래엔 경매 외에 시장도매인이나 중도매인직접거래도 있다. 경매 문제가 가락시장의 모든 문제라고 봐선 안된다. 상장거래를 다양한 개념으로 확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농민들의 출하선택권도 보장될 것이다.

도매시장 개혁이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이미 2000년에 농안법 개정으로 경매 외 거래제도 다양화가 허용됐음에도 아직까지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건 농식품부와 기존의 관리공사에 법 실행 의지가 없었다는 뜻이다. 특히 농식품부 관료들은 농안법을 멋대로 해석하며 적극적으로 개혁을 막고 있다.

전국 33개 도매시장에 연간 10조원의 농산물이 출하된다 치면 수수료 수익만 대략 5,000억~7,000억원일 것이다. 이걸 도매법인이 수탁독점으로 가져가며 막대한 수익을 챙기는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 결국 ‘농피아’ 관료와 기득권 집단의 저항이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본다. 한편으론 그동안 자기조직력을 갖고 대응하지 못한 농민 출하자들 자신의 문제도 있다.

앞으로 협의회의 계획은.
올해 회원 품목단체가 14개에서 25개로 확대됐다. 모든 품목이 참여할 순 없지만 주요한 품목들을 중심으로 참여 품목 수를 점차 늘려갈 것이다. 지난해부터 농촌 현장을 순회하며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에 힘쓰고 있고, 이를 토대로 시장관리운영위원회 등을 통해 출하자들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 가락시장은 도매법인·중도매인 기득권에 휘둘리지 않고 정상적인 생산자·소비자 만남의 장이 돼야 한다.

협의회를 계기로 향후 농민 생산자조직에 대한 새로운 방향이 나올 것이다. 농민들이 품목별 자기역량을 키워 어떻게 얼마나 재배할지, 출하·수급조절까지 고민할 수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농협이 보조를 맞춘다면 각 품목에 맞는 새로운 정책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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