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막힌 도매시장, 규제 풀어라

공정위-규제학회 도매시장 규제개선 심포지엄
도매법인·중도매인 지정제 및 역할고정 도마 위
김성준 교수 “농안법은 기한 다했다” 사망선고

  • 입력 2020.07.19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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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 공정위)와 한국규제학회(회장 김성준, 규제학회)는 지난 10일 농산물 도매시장을 주제로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의 과제와 방향’ 학술심포지엄을 열었다.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온라인중계로만 공개된 이번 심포지엄에선 도매시장 개혁 이슈에 관한 심층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농산물 도매시장은 최근 공정위가 각별한 관심을 쏟는 분야다. 지난해 도매시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정위의 시장분석은 경쟁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전초작업 성격이다. 배영수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기조발표에서 “농산물 유통엔 공정위가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을 위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과제가 다수 포함돼 있다. 도매시장 관련 규제를 검토해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발제를 맡은 이혁우 배재대 교수와 김윤두 건국대 교수는 도매시장 내 신규 유통인 진입을 제한하는 ‘도매법인·중도매인 지정제’, 도매법인(수집)·중도매인(분산) 간 엄격하게 구분된 ‘역할제한’ 등 시장 내 경쟁을 저해하는 농안법상 규제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경쟁 제한으로 인한 농민·소비자 피해를 중점적으로 거론했으며 김 교수는 경매로 인한 도매법인의 수백억원대 폭리가 농업분야에 재투자되지 않는 부조리를 언급하기도 했다. 두 발제자는 유통인들의 자유로운 시장 진입과 영업을 보장해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15년 전부터 제기되온 문제를 똑같이 되풀이하고 있다”고 기득권의 저항을 개탄했다.

반대 의견도 팽팽했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도매시장은 정부 정책 중 대표적으로 성공한 것”이라며 규제 철폐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주문했으며 위태석 농촌진흥청 박사도 “정부가 공적 자금을 들여 도매시장을 관리하는 건 정책적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도매법인은 생산자의 대변자인데, (규제를 풀어) 도매법인을 차액상인으로 만드는 순간부터 이들이 생산자를 대변한다는 보증을 못 한다”고 우려했다. 두 토론자는 정산조직 설치 등을 통해 현 시스템 하에서 제한적 경쟁촉진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경남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농산팀장은 이에 대해 “정산조직으로 경쟁체제를 만든다 해도 경매제의 단점인 가격변동성이나 유통비용 증가는 해소되지 않는다. 반쪽짜리 개혁에 불과하다”고 맞서며 실무담당자로서 전폭적인 개혁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토론은 찬반 의견이 골고루 제기됐지만 전체적으로는 규제의 부당성을 인정하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렸다. 토론을 지켜본 김성준 규제학회장은 단정적인 어조로 “좋은 정책과 나쁜 정책을 가르는 건 매우 간단하다. 소수가 다수를 착취하게 하면 나쁜 정책, 다수의 이익에 소수가 희생하면 좋은 정책이다. 이 사안은 너무 명확하다. 소수를 위해 다수가 희생하고 있지 않나”라며 “법(농안법의 도매시장 조항)이 잘못됐다. 빨리 개정하든 없애든 해야 한다. 나는 농업분야에 비전문가지만 더 깊게 공부한다고 결코 결론이 바뀔 수 없을 만큼 명확하다. 아무리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이 법은 이미 기한을 다했다”고 평했다.

좌장을 맡은 김진국 배재대 교수는 “규제개혁이 얼마나 힘드냐면,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규제개혁) 발표자에게 물병이 날아오고 협박전화와 방문이 이어지더라. 11년 전의 얘기지만 지금도 이걸 추진하면 똑같이 물병을 맞을 것 같다”며 기득권 세력의 과도한 저항 행태를 꼬집었다. 또 “고인 물은 반드시 썩는다. 썩은 물을 소비자들이 먹어왔다. 깊이 생각해볼 문제”라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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