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 현안, 정부가 팔 걷어라”

국회입법조사처, 일본 도매시장법 개정 분석
존재감 없는 우리 정부에 적극성·책임감 당부

  • 입력 2020.07.12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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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서울 가락시장 각 도매법인 경매장 앞이 싣고 온 농산물을 하역하려는 차량과 노동자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한승호 기자
서울 가락시장 각 도매법인 경매장 앞이 싣고 온 농산물을 하역하려는 차량과 노동자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한승호 기자

국회입법조사처(처장 김하중)가 지난 1일 일본 도매시장법 개정 내용과 시사점을 담은 <외국입법 동향과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우리나라 도매시장 개혁 이슈와 맞물린 내용이라 향후 이 문제에 대한 국회의 분위기를 가늠해볼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일본은 지난 2018년 도매시장법을 개정, 2년의 유예를 거쳐 지난달 21일부터 이를 시행했다. 개정 도매시장법은 정부의 도매시장 개설 및 도매법인 영업 인허가권을 시장 개설자에게 이양하는 등 정부의 역할과 권한을 대폭 축소했다. 특히 △도매법인 제3자 판매 금지 △중도매인 직접집하 금지 △상물일치 원칙 등 도매시장을 경직케 해온 규정들을 개설자 재량에 따라 조율할 수 있게 했다. 쉽게 말해 도매법인과 중도매인 간 고정돼 있던 역할의 벽을 허물고 원격거래 등 다양한 물류변화를 가능케 한 개혁조치다.

이는 도매시장 외 대형 유통주체의 등장으로 도매시장 대외경쟁력이 저하된 데 대한 타개책이다. 일본 정부는 위의 규정들이 처음엔 산지 보호와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도입됐지만 이제는 농산물 거래의 음성화를 유도하고 도매시장의 발전가능성을 억누르고 있다고 판단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번 법 개정으로 도매시장의 거래방식과 위탁수수료 등이 다양하게 분화되면서 출하자의 선택권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 도매시장 개혁안의 핵심 또한 경색된 구조의 탈피에 있다. 국내 도매시장은 일본보다 더욱 철저한 도매법인-중도매인의 전통적 역할구조 속에 대외경쟁력은커녕 공공성마저 크게 훼손돼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도매시장법 개정은 우리 정부가 눈여겨볼 만한 개혁사례다.

물론 일본의 사례를 그대로 수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미 상대매매가 활성화된 일본과 경매 중심의 우리나라는 제도와 산지여건 모두 큰 차이가 있다. 또 일본 내에서도 이번 법 개정에 대해 도매시장 기능 및 식량공급 안정성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다만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번 보고서에서 일본 정부의 일관되고 책임감 있는 모습에 주목했다. 일본은 이미 2013년부터 농업분야 구조개혁·규제완화 과제를 설정하고 농지개혁·농협개혁·농업경영수입보험 도입 등을 위한 법률개정을 진행해왔다. 이번 도매시장법 개정 또한 이같은 포괄적 농정기조에 따른 것이며 도매시장 침체 문제와 현안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역할과 책임을 이행한 것이라는 평이다. 고질적인 논란 속에서도 10년 이상 도매시장 개혁 이슈에 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는 우리 정부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도매시장을 둘러싼 외부 시장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는 일본 현실은 우리나라에서도 유효하다. 그럼에도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 등 도매시장 관련 이슈에서 농정당국의 존재감은 크지 않고 그런 가운데 관계자들의 의견 대립만 심화되고 있다”며 “거시적 농정목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도매시장 현안을 풀어가기 위한 우리 정부의 보다 적극적고 책임감 있는 행보가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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