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유리천장 뚫으려면

“여성농민 현실에 맞게 조합원 가입·임원 출마 요건 낮춰야”

  • 입력 2020.07.12 18:00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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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전체 농민 가운데 여성농민의 수는 남성농민보다도 많지만, 지역농협 전체 조합장 가운데 여성조합장의 비율은 0.77%에 불과하다. 그 여러 배경 가운덴 여성농민의 숫자가 남성농민보다 오히려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농협에 가입된 여성조합원의 비율이 전체 여성농민의 1/3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 있다. 여성조합장을 배출할 지지기반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다.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은 “복수조합원이 처음 허용됐을 때는 농협들이 합병을 막는다는 이유로 조합원 수를 늘리려 해 가입이 어렵지 않았지만 지금은 까다로운 조건이 가장 큰 문턱이 되고 있다”라며 “남편이 축산이면 아내는 반드시 다른 농사를 지어야 하고, 또 평균출자라고 해서 대부분의 농협이 200만원 이상의 출자금을 요구하는데 이미 남편이 출자금을 낸 집에선 부담이 크다. 최소한 경영체에 등록된 농민이라면 쉽게 가입이 가능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감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오 위원장은 “요건이 맞는 농협에서는 여성이사를 최소 한 명씩 두게 돼 있어 선거를 치르지 않는 형태로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에게 이·감사의 요건은 굉장히 높다”라며 “출자액이나 이용고의 문턱이 굉장히 높은데 보통 일반 농가에서는 남성의 이름으로 실적을 올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라고 봤다. 이어 “조합원 비율이 어쨌든 30%라도 된다면 이·감사의 비율도 그 정도는 돼야 이치에 맞다. 비율을 넓혀서 자꾸 들어가게끔 하지 않으면 가부장적 구조 속에서는 당장 여성들이 선거를 통해 이·감사가 되는 건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오미란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여성지원팀장은 “30%대에 불과한 여성농민의 낮은 조합 가입률의 이유가 아직까지 정식 조사된 바는 없지만, 농민단체 간담회 등을 통해 들어보면 여성농민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매우 큰 것에 비해 특별한 혜택이 없다고 한다”라며 “조합이 잘 돌아가는 곳일수록 출자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에 가입은 더욱 어려워진다”라고 파악했다.

오 팀장은 “이탈리아 등 외국의 사례에서도 협동조합에 가입할 때 출자금 등 아무 조건 없이 조합에 들어오라고 하지는 않기 때문에 (완전히 조건을 없애는 것은) 논란의 소지는 있다”라면서도 “가급적이면 많은 여성들에게 기회를 주고, 평균출자 문턱을 조정해 조합과 함께 성장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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