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협 유리천장, 얼마나 깨졌나?

여성조합원·임원 꾸준히 늘었지만 아직 모자라
현실의 벽 넘어설 적극적 정책 필요

  • 입력 2020.07.12 18:00
  • 수정 2020.07.12 20:46
  • 기자명 김현주 기자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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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현주·권순창 기자]

지역농협 유리천장이 공고하다. 복수조합원제와 여성임원할당제 시행 초기보다 여성 조합원·임원 수가 증가했다지만, 절대적 수는 아직 부족하다. 현장에서는 여성 조합원을 늘리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복수조합원제도는 1가구당 1인 이상이 조합원으로 등록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대부분 남성이 조합원인 현실을 극복하고 여성농민의 조합가입을 돕기 위해 도입됐다. 여성임원할당제는 지역농협 임원 일부를 여성으로 채울 것을 명시했다. 전체 조합원의 30% 이상이 여성인 경우, 1명 이상의 여성임원을 둬야 한다.

성과는 미미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농촌여성의 농업조사인구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여성농민은 114만명이다. 110만명인 남성 농민보다 4만명 많다. 전체 농민 중 여성농민이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넘는다. 그러나 같은 시점 여성조합원 수는 68만명으로 전체 조합원의 32.6%에 그친다. 여성 임원은 1,094명으로 전체 임원 수 대비 8.6%에 불과하다.

 

 

현장에서는 여전한 현실의 벽을 지적한다. 여성농민이 출자금이나 경제사업이용량과 같은 비용을 치르고, 조합원이 될 이유를 못 느낀다는 것이다. 현진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회장은 “지역농협 정책은 보통 농민단위가 아니라 농가단위로 이뤄진다. 따라서 이미 가정에 한 명의 조합원이 있는 상태라면, 농자재 구입과 같은 농협의 정책자금을 활용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 조합원이 되려면 출자금을 내고, 경제사업이용량 등을 충족해야 하는데 그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계를 지적했다. 이어 “여성 조합원 수를 늘리려면 여성 조합 가입자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적극적 유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임원할당제도 마찬가지로 제도가 현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명자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농협 여성농업인 육성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임원을 하려면 대의원부터 시작해서 올라가야 하는데, 고령층이 많은 농촌에서 지역 민심이 여성임원을 배제한다”고 꼬집었다. 오미란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여성지원팀장 역시 “여성임원할당제도가 있지만 여성농민의 일상과 별개로 존재한다”라며 “이·감사 참여비율을 높여야 할 뿐만 아니라 여성농민이 이·감사가 됐을 때 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홍보나 인센티브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농협에 적극적인 정책을 주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적극적 지원을 통해 여성조합원의 비율을 높인 모범사례가 있다. 완도 청산농협은 조합원 1,097명 중 581명이 여성이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여성조합원 비율(52.9%)을 자랑한다. 김재명 청산농협 총무기획팀 대리는 “청산농협에서는 복수조합원에게 출자금을 반값 할인해준다. 남편이 먼저 조합원이 되고, 나중에 부인이 조합원이 되면 부인의 출자금을 2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깎아주는 식이다. 관내에서는 청산농협만 이렇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청산도라는 섬의 특성상 육지를 통하는 선박을 운영하는데 조합원은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며 “이러한 혜택들이 현실적 진입장벽을 깨, 조합원 중 여성 비율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인천축협은 여성 임원의 비중이 높은 조합으로 유명하다. 상임이사·지점장 등 책임간부 10명 중 4명, 팀장·부장급 일반간부 12명 중 4명이 여성이다. 조합의 핵심부서 중 하나인 여신팀에도 여성을 중용하고 있어 여직원들의 업무의욕이 높다. 여성 지점장이 부임 4년만에 실적 100% 이상 성장을 달성하는 등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홍순철 조합장은 “일부러 여성을 우대하려는 게 아니라 성별에 관계없이 동등한 조건에서 능력을 평가해 간부를 임명하고 있다. 이런 환경이라면 앞으로 여성 간부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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