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엔 여성 임원이 없다

농협중앙회, 사외이사 2명 외 여성 임원 없어
‘여성농업인 육성’ 구호, 진정성에 물음표

  • 입력 2020.07.12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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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역농협 문제 이전에 농협중앙회(회장 이성희)의 양성평등 실태는 어떨까. 농협중앙회는 지난달 29일 ‘여성농업인 육성 특별위원회’를 발족해 여성 조합원 지위향상 계획을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20일엔 여성 농협조합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여성농업인 주제를 밀도있게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농협중앙회 임원 구성을 살펴보면 여성 임원의 수는 사실상 ‘0’이다.

농협중앙회 이사는 당연직 3명(회장·전무이사·상호금융대표이사)과 조합장이사 18명, 사외이사 7명 등 28명인데, 이 중 여성 이사는 현재 강혜정 전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와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등 사외이사 2명이 전부다. 농협 조직 내부에선 당연직 3명은 물론 조합장들이 추천하는 18명의 조합장이사 중에도 여성이 없다. 현직뿐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농협중앙회는 사외이사직에만 0~2명의 여성을 선출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지난 2월 20일 전국여성조합장협의회 정기회의에서 여성 조합장들과 농식품부·농협중앙회 간 여성농업인 관련 간담회가 진행됐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지난 2월 20일 전국여성조합장협의회 정기회의에서 여성 조합장들과 농식품부·농협중앙회 간 여성농업인 관련 간담회가 진행됐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집행간부(상무) 역시 마찬가지다. 농협중앙회는 중앙회 조직에만 5명의 상무가 있는데, 역사상 여성 상무가 임명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상무 직전인 부장급 직원 중에도 현재 2명의 여성이 있을 뿐이다. 농협중앙회 측은 “여성 직원들이 상무 승진 이전에 퇴직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하지만, 일각에선 “정년이 가까워 부장까지는 승진을 하더라도 여성은 재임용을 해주지 않으니 도리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농업인 육성’을 전면에 구호로 내걸고 있다지만, 농협중앙회라는 조직 내 여성의 위상을 들여다보면 이것이 이성희 회장의 임기나 농협 조직 전체를 일관되게 관통하는 관심사는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여성농업인 육성 계획의 진정성에 물음표가 붙는 이유다.

안정숙 전국여성조합장협의회장(청남농협 조합장)은 “전국에 여성 조합장은 8명(0.7%)뿐이지만 여성 조합원은 부족하나마 32.4%가 된다. 여성농업인 육성이나 양성평등을 논하려면 그 조합원들을 대변해줄 여성 임원이 중앙회에 하나라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여성 이사나 상무 한 사람이 없는데 여성농업인 육성특위니 양성평등이니 외치면 뭘 하겠나”라고 안타까워했다.

최근엔 농협중앙회 이사 중 여성 조합장이사 1명을 당연직으로 보장하자는 논의가 시작 단계에 있다. 그러나 기존 18명 조합장이사 중 1명을 할애하는 게 아닌, 이사 정원을 추가로 1명 늘리는 방식이 고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소위 ‘밥그릇 뺏긴다’는 남성 조합장들의 피해의식을 우려한 것이다. 농협중앙회와 조합장들의 빈약한 양성평등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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