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한국 농정,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 - 토론자 발표

  • 입력 2020.05.24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코로나19 이후 한국 농정,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왼쪽)이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코로나19 이후 한국 농정,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왼쪽)이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김관수 서울대 교수, 한국농업경제학회장
김관수 서울대 교수, 한국농업경제학회장

좌장 발언

코로나19 이후의 농업 전망 절실

아무리 다른 산업이 발전해도, 농업이 발전하지 않고는 선진국이 되기 어렵다. 농업은 국민을 위한 안전한 식품을 만들어내는 산업으로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최근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의 창궐은 농식품 분야를 비롯한 경제분야 전체에 큰 충격을 줬다. 코로나19는 지속적으로 우리 사회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우리나라는 낮은 곡물자급률로 식량안보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의 WTO 중심 자유무역 체계는 지탱할 수 있을지, 코로나19 이후의 농업·농촌은 어떠할지 등에 대해 전망하는 게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농업분야에서 국가와 민간의 역할을 어떻게 조정할지, 농업정책 수행 조직의 재구성은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김호 단국대 교수, 경실련 농업개혁위원장
김호 단국대 교수, 경실련 농업개혁위원장

토론 1

농정 분야에서도 정부 공적 역할 키워야

코로나19를 계기로 신자유주의 중심 세계화 시대가 퇴보하면서 국가 개입을 지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농정 분야에서도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만큼, 공공영역의 역할도 커져야 한다. 우선 필요한 조치는 식량주권 강화와 식량자급률 목표치 설정의 법제화다. 모든 농산물을 100% 자급하자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꼭 필요한 기초농산물의 식량자급률은 높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목표치 설정을 법제화해, 자급률을 매년 높이기 위한 일정 목표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농지문제 및 기술문제, 노동력 확보 문제 등의 해결이 필요하다. 특히 부재지주가 전체 농지의 약 70%를 소유한 상황에서, 농지 소유 유형에 대한 조사를 통해 새로운 농지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생산·가공·유통을 통합한 계약재배 체계 강화 또한 식량자급률 강화의 전제조건이다.

대안유통체계의 구축도 중요하다. 대안유통은 생산자·소비자의 관계 형성과 교류로 쌓인 신뢰를 기반으로 삼는 ‘얼굴 있는 유통’이다. 로컬푸드 직매장 및 장터, 학교급식을 비롯한 공공급식, 농민장터, 꾸러미 사업, 소규모 지역생협의 도농공동체 직거래 등이 이에 해당되는데, 대안유통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선 기준가격 형성 원칙과 물류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언제 다시 세계적 감염병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력 확보에 한계가 생길 가능성은 상존한다. 따라서 도시 유휴노동력을 확보해 농촌에 연계하는 시스템 구축,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업인력 등록제를 시행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농업과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농촌정책을 펼쳐야 한다. 기존의 토건방식 개발정책이 자연환경 파괴를 야기했고, 그 결과 야생동물과 인간의 거리가 짧아져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파돼 코로나19와 같은 재앙이 발생했다. 또한 투입재 위주 친환경농업을 농업생태계의 물질순환 원리에 기초한 경종·축산 연계 자원순환형 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연계의 범위는 농가단위일 수도 있고, 읍·면, 시·군 단위나 도 단위가 될 수도 있다.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토론 2

“WTO 때문에 못한다” 핑계는 이제 그만

최근의 식량위기는 생산량 부족보다 ‘물류 이동의 경색’ 때문에 초래되는 측면이 크다. 이번 식량위기는 전염병에 대한 공포감에서 기인한다. 세계 각국은 3월부터 식량수출을 중지하거나 수출 물량에 제한을 걸며 식량 이동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WTO가 허수아비로 전락했음이 드러났다. WTO 농업협정엔 식량수출국이 수출세 인상이나 수출 물량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시 WTO에 통보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으나, 이번에 식량수출 제한조치를 취한 국가 중 WTO에 통보한 나라는 4개국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더 이상 “WTO 때문에 (농업 관련 정책 설계를)못한다”는 핑계는 그만 대야 한다.

따라서 향후 세계적으로 자유무역 축소 경향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식량주권 문제도 심각해질 것이다.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013~2015년 23.4%로 OECD 국가 중 끝에서 두 번째로 낮았다. 쌀 자급률(94.5%)을 제외하면 3.2%다.

최소한 우리 주식에 대한 자급률은 키워야 한다. 밀은 자급률이 0.9%다. 식량을 전략물자로 인식하고 자급률 강화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일본의 경우 올해 3월, 2018년 37%였던 칼로리 기반 식량자급률을 2030년 45%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WTO 체제의 해체를 대비한 대책 수립도 절실하다. 세계식량기구(FAO)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식량난 대비 10대 권고사항’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기존처럼 몇몇 상인에 의해 농산물 가격이 좌지우지되는 구조를 타파하고, 주요 기초농산물의 50%를 공적 영역에서 유통하도록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FAO의 ‘코로나19로 인한 식량난 대비 10대 권고사항’ : △학교급식의 지속운영 △취약계층의 기본 식량 수요 보호 △긴급한 식량 수요 대응방안 마련 △영양 공급 확충 △공적 부조 정책을 통한 식량 가격 조율 △영양 부족사태 예방 △자유롭고 예측가능한 식량 구호물자 유통 △인도주의적인 지역 구호활동 허용 △효율적인 구호식량 비축체계 마련 △전 가정에 식량 구호 관련 정보 제공.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정책기획관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정책기획관

토론 3

비대면 농산물 거래방안 검토 중

코로나19 이후 주요 국가들이 식량 등의 전략물자를 더 많이 국내에서 생산하고, 더 많이 비축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내에선 식량 정책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농식품부도 밀·콩 등의 자급률 확보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밀의 경우 1인당 연간 소비량이 32kg을 넘었다. 전체 생산체계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어떻게 비축할 것인지 검토하고 있다.

작부체계를 어찌 바꿀 것인지도 과제다. 수요가 줄어드는 품목은 줄이고, 밀·콩 등의 품목은 늘리는 식의 전략도 검토 중이다. 마찬가지로 정부 공공비축 품목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논의하고자 한다. 적정생산기반 유지에 있어서도, 과거의 SOC 확대 방식 대신 디지털 기술의 농업분야 활용 방안 연구에 투자할 계획이다.

앞서 스마트팜을 이야기하면서 노지 정밀농업이 중요하다는 제안이 있었다. 실제로 미국에선 농무성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노지 정밀농업 실험을 진행 중인 걸로 안다. 농식품부도 올해부터 노지 정밀농업 시범사업을 2개소에서 진행하고 있다.

한편 가락시장 등 공영도매시장을 거쳐 유통되는 농산물의 비중이 40%인데, 질병이 퍼질 시 문제가 커질 수 있다. 농식품부는 올해부터 산지 공판장 거래를 온라인 거래로 바꾸는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데, 올해 여기서 성과를 거둔다면 내년엔 온라인 농산물 거래소를 발전시키는 걸 검토하려 한다. 도매가 온라인화된다면 전염병 확산 위험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고, 도매거래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

 

장철훈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대표이사
장철훈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대표이사

토론 4

취약계층 먹거리 기본권 확보도 중요

우리 사회는 비(非)대면 사회로 진입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및 온라인 중심 접촉이 확산되는 추세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 맞게 농산물 지역수급체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농협 매장의 경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다. 반면 이마트 등 대형마트의 매출은 줄었다. 왜 대형마트 매출은 줄고 농협 매장 매출은 늘었을까. 확인해 본 결과 농협 매장은 먹거리 매출이 전체의 70%였고, 반대로 이마트는 먹거리 매출이 전체의 30%였다. 이는 집밥 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향후 온라인 거래는 늘어날 것이고, 그에 따라 집밥 소비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온라인 거래는 소위 벌크 판매가 불가능하다. 물품을 일일이 소포장해야 하고, 양을 조금씩 담아야 한다. 유통비용도 늘어나며 생산자의 책임도 더 커지게 된다. 물류체계가 개선되지 않은 온라인 유통은 불가능하다.

또한 취약계층에 대한 꾸러미나 도시락 지원사업도 중요한데, 현 시점에서 가장 먹거리 기본권이 취약한 사람들은 노숙인들이다. 무료 급식소가 폐쇄되다보니 식사할 곳이 없다. 꾸러미를 지원한다 해도 취사가 불가능하다. 이들에게 줄 수 있는 건 도시락뿐인데, 아직 도시락을 유통시장 안에서 만들어 12시간 안에 그들에게 배송할 체계도 마련되지 않았다. 이 체계의 마련이 중요하다. 우리 농산물의 소비·판매 자체도 중요하지만,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의 접근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고려가 같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농민들로서도 명분이 생긴다.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토론 5

식량위기 대응 역량 강화해야

앞으로의 농정 대책과 관련해, 첫째로 위기 대응 역량 강화가 절실하다. 식량안보 위험에 대한 대응력을 키울 방안으로 국내 농업생산기반 확대 및 주요 농산물 비축 확대, 그리고 남북농업협력 추진이 중요하다.

둘째, 기후변화라는 글로벌 위험요인과 환경문제 악화 등을 농업·농촌에서부터 최우선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 농촌 전체의 에너지 전환, 저탄소 경제·사회를 위한 농업 생산·유통·물류체계의 전환이 거론된다. 즉 농촌 환경을 보전하고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는 방향으로 농업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공익형 직불제의 정착 및 선택형 직불제의 확대, 친환경농업 기반구축사업 확대, 스마트축산, ICT 시범단지 조성사업 등의 정책이 요구된다.

유통체계와 관련해, 앞서 다른 토론자들의 지적대로 비대면 유통이 늘어날 것에 대비한 준비도 필요하다. 산지농산물 정보의 디지털화 추진과 POS데이터 등을 통한 농식품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산지유통센터와 도매시장의 디지털 물류서비스체계 구축 등이 과제로 대두된다.

이정환 GS&J인스티튜트 이사장
이정환 GS&J인스티튜트 이사장

토론 6

노지농업의 스마트농업화 추진 필요

WTO 체제의 정착으로 인류는 농산물과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이상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거치며 비교우위논리에 입각한 ‘모든 것의 이동의 자유’ 논리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WTO의 통제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는데, 우리 농정도 향후 농산물 통상정책을 어떻게 준비할지가 관건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국내 농산물 생산기반을 늘려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국내 1인당 경지면적은 100평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다. 풍요로운 식탁을 유지하려면 대부분의 농산물을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내생산과 수입,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과제로 대두된다.

또한 자유로운 노동력 이동의 중단으로 농업생산에도 타격이 크다. 의성 마늘, 무안 양파, 영양 고추 등의 우리 농산물도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유지가 안 된다. 향후 고용문제가 심각해 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노지농업의 스마트농업화를 빨리 추진해야 한다. 단순한 기계화나 자동화가 아니라, 모든 작업이 데이터에 의해 정밀하게 이뤄지는 농업이 구현돼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