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무조건 농민과 먼저 상의하라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이후를 두고 갖가지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사회가 달라지면 농업·농촌도 당연히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농민들도 ‘포스트 코로나’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이후 한국 농정,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에선 이같은 관심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날 토론회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찾아 3시간에 걸친 토론회를 끝까지 경청했다. 이낙연 전 총리는 토론회를 지켜본 뒤 “한국판 뉴딜에 농업이 포함되진 않았지만 농업을 중요하게 여기고 대책을 추진해 가겠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총리가 여당의 포스트 코로나 정책을 총괄할 책임자인만큼 앞으로 제시할 농업대책이 주목된다.
이날 토론회는 농업분야에서 포스트 코로나를 주제로 다룬 첫 토론회로서의 의미도 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역시 토론회에 참석해 자리를 계속 지켜 포스트 코로나에 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김 장관의 인사말을 곱씹어보면 농식품부는 △농작업 자동화를 중심으로 한 농업의 디지털화 △농산물 유통의 온라인화 △귀농·귀촌에 대비한 계획적인 농촌 개발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이후를 주제로 한 첫 토론회인데도 느슨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농업의 중요성이 여느 때와 달리 주목받는 시점이기에 다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욕이 충만했다.
다만 벌써부터 포스트 코로나의 결론을 정해버린 건 아닌가하는 불안함은 있다. 주제발표를 맡은 유영봉 제주대학교 교수(전 한국농업경제학회장)가 발표에 앞서 “논의의 단초를 만들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지만 과연 현장농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여지가 있는지 물음표가 남는다. 여당의 대표 ‘경제통’인 김진표 의원은 이 자리에서 한국형 스마트팜 개발과 농산물 유통망의 온라인화를 주축으로 농업의 디지털화를 강조했는데 이 방향으로 굳어진 건 아닌가. 경제 정책에 농업 정책이 종속된 지 오래란 점을 감안하면 불안함은 더욱 커진다.
국가와 국가간의 협력으로 세계적인 코로나 위기를 돌파해야 하듯 농업의 위기도 연대와 협력이 해결책의 근간일 터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방향은 농민과 먼저 상의해서 잡아야 할 것이다. 경제정책의 하위개념으로 농업을 바라보는 관점은 과거의 구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까지 반복해선 안 된다.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이낙연 전 총리에게 “경제적 관점이 아닌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업을 밀어달라”며 “기획재정부가 안 된다고 하면 김현수 장관은 아무 것도 못 한다. 기재부를 혼내달라”고 뼈있는 농담을 건넸다. 모피아와 관료들에게 포스트 코로나를 맡겨선 안 된다는 메시지가 잘 전달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