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을 길 막막 … 오리농가에겐 ‘그림의 떡’
빚 갚을 길 막막 … 오리농가에겐 ‘그림의 떡’
  • 배정은 기자
  • 승인 2019.03.1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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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화된 오리축사, 현대화하려면 양계로 축종 전환해야 하나

[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오리농가는 축사시설현대화가 가장 늦게 시작됐다. 하우스 형태의 노후화된 축사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어 현대화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탓에 다수의 오리농가들은 현대화를 하면서 계사를 짓고 있다. 빚을 갚기에 오리사육은 수익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전북 정읍시 소성면에서 오리를 사육하던 김철(57)씨는 지난해 4월 출하를 끝으로 오리축사를 헐고 축사시설현대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사업비 중 30%를 지원받아 현대화사업을 시작했다. 1만1,000평에 계사를 짓는데 17억원이 들었고 보조금을 뺀 자부담은 12억원에 달한다.

전북 정읍시 소성면에서 오리를 사육하던 김철씨는 축사시설현대화사업을 하면서 양계로 전환하고 계사를 짓고 있다.
전북 정읍시 소성면에서 오리를 사육하던 김철씨는 축사시설현대화사업을 하면서 양계로 전환하고 계사를 짓고 있다.

2010년 오리 사육을 시작한 김씨는 축사시설을 현대화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양계로 눈을 돌려야 했다. 새끼오리를 출하할 때까지 새끼오리를 추가로 입식할 수 없는 ‘올인 올아웃’ 사육방식이 자리 잡으면서 이전에는 1년에 10회 이상 출하했던 오리를 많아야 6번, AI 때문에 휴지기를 가지면 고작 4번 출하 하다보니 빚을 갚고 생계를 잇기에는 수익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닭고기가 아무리 생산 과잉이라도 수요가 부진한 오리고기보다는 시장 전망이 훨씬 좋다는 판단도 있었다.

김씨는 “오리축사가 개선돼야 하는 것은 맞다. 그래야 AI도 덜 발생할 수 있을 것이고. 하지만 축사시설현대화사업을 하면 오리는 아무리 규모를 늘려도 빚을 갚을 길이 보이지 않는다”며 “양계를 해도 앞으로 20년은 빚을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올해부터는 축사시설현대화사업이 전액 자부담으로 바뀌었지만 2017년과 2018년에는 가금에 한해 정부가 사업비의 30%를 지원해줬다. 하지만 ‘3,000만원짜리 트랙터가 보조금을 받으니 4,500만원짜리가 되더라’는 여느 보조사업과 마찬가지로 그만큼 비싼 건축비를 감당해야 했다. 국가 입찰시스템을 이용했지만 농가에게는 업체를 선택할 권리가 없었고 입찰과정에서 건축업체가 제시하는 금액이 비싸더라도 입찰이 되는대로 사업을 진행하는 수밖에 없었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김씨는 “사실 축사시설현대화사업에서 정부가 지원해주는 돈도 정부 돈이 아니라 FTA 피해보전자금으로 주는 거잖아요. 농민이 혜택을 봐야 하지만 부가세도 내야 하고 입찰과정도 그렇고 보조금이 농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거죠”라고 말했다.

정읍 영원면에서 오리를 사육하는 박하담 정읍시농민회 사무국장은 “정읍에서 축사시설현대화사업을 하는 농가가 5~6곳이 있는데 모두 양계를 할 예정이다. 출하횟수도 적고, 같은 평수에 사육 가능한 마릿수도 적고 오리고기의 시장가격도 좋지 않으니 수익이 맞지 않는 것”이라며 “올해부터는 보조금도 없어졌지만 30%를 보조해줬다고 하더라도 축사시설현대화사업은 오리를 키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그림의 떡인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리농가가 빚을 상환할 수 있다고 판단이 되면 모든 오리농가들이 축사시설을 현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사무국장은 “무작정 보조금을 올려달라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해야 할 농가에서 AI가 발생하면 엄청난 국가재산이 투입되니 그 비용의 일부를 축사시설현대화 자금으로 활용한다면 선제적으로 질병을 막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제안하는 것이다. 투자비용(축사시설현대화사업 지원)을 아끼자고 위험부담(질병발생 등)을 떠안고 가는 형국을 바꾸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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