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아로니아 보조금 농민에게 ‘직접’ 줘야

단양군 아로니아 가공센터 보조금 전액삭감 군의회 결정에 현장 농민들 ‘환영한다’
단양군농민회, 아로니아 사업 특별감사와 군의회 진상조사 요구

  • 입력 2019.01.06 18:00
  • 수정 2019.01.09 14:09
  • 기자명 안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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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안기원 기자]

아로니아 피해농가 구제 비상대책위가 지난 1월 1일 류한우 단양군수와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아로니아 피해농가 구제 비상대책위가 지난 1월 1일 류한우 단양군수와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227, 단양군청 앞에서는 100여 명의 농민들이 전에 없던 농민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단양군의회가 아로니아 농가를 다 죽인다며 ‘2019년도 아로니아 보조금을 전액 삭감한 단양군의회를 해산하라며 성토했다. 그런데 집회 주최측인 단양군 아로니아생산자협의회와 단양군 아로니아영농조합법인 집행부 주장과는 달리 실제로 군의회가 전액삭감한 건 2019년 아로니아 가공센터 보조금 37천만원 뿐이었다. 집회에 참가한 대다수 아로니아 농민들은 이 사실을 제대로 모른 채 주최측이 발송한 아로니아 예산 전액 삭감문자메시지 내용에 놀라 집회에 참가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주최측 집행부는 집회에서 아로니아 전량 수매 구호를 외쳤으나 군과 군의회와 협상 내용에는 전량 수매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이 오직 아로니아 가공센터 보조금만 받아내려 했다. 그동안 아로니아 농민들은 당초 군이 약속한 전량 수매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데 분노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격 폭락과 수요 실종으로 인한 직거래 판매가 미미한 상황에서 단양군이 전량 수매하기를 간절히 바래왔다. 집회 현장에서 농민들이 애타게 외친 전량 수매는 단지 집회 주최측이 농민들을 집회에 동원하기 위한 기만적인 구호에 불과했다며 배신감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집회 전 과정을 지켜본 단양군농민회 아로니아가공센터 보조금을 전액 삭감한 군의회의 조치를 환영했다. 더 나아가 문제가 불거진 김에 각종 논란과 의혹이 제기되어온 아로니아 가공센터와 위탁단체인 아로니아영농조합법인에 대한 단양군 특별감사와 단양군의회 직권조사권 발동을 요구하고 나섰다.

단양군은 2013년 초 주력 소득작물로 왕의 열매라고 불리는 아로니아를 선정하고, 묘목지원부터 시작하여 아로니아 농사를 권장했으며, 친환경 아로니아를 군에서 전량 수매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친환경 재배가 용이한데다 판매처까지 보장한다고 군에서 홍보하며 재배를 권장하니, 단양군의 아로니아 농가는 급격히 늘어 400여 농가에 이르렀다. 재배가 쉽고 좋은 값에 판로까지 보장한다는 말에 단양의 귀농인들도 많이 재배에 뛰어들었다. 단양군은 그해 7월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아로니아 가공센터를 설립하고 위탁운영업체로 단양군 아로니아생산자협의회 소속 아로니아영농조합법인을 선정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연간 10억원에 달하는 군보조금이 위탁법인에 지원됐으나, 센터운영의 효과는 미미했다. 이에 단양군이 지원중단을 고려하자, 위탁법인은 조합원 출자 등 자구책을 모색하며 2016년부터 2017년까지 2년에 걸쳐 8억원의 추가 지원을 받았다. 뒤이어 추가지원이 종료된 시점에서 단양군은 정확한 근거도 없이 2018년도에 37천만원을 또다시 지원했다. 그리고 지난해 625일 계약일이 만료되었음에도, 단양군은 1018일 군청 홈페이지에 공모절차 없이 동일법인을 수의계약 수탁자로 선정하고 201871일부터 20201231일까지 위탁예산금액 8억원의 계약이 추가 체결되었음을 공고했다.

아로니아 피해농가 구제 비상대책위 위원들이 단양군청 앞에서 현수막 선전을 하고 있다.
아로니아 피해농가 구제 비상대책위 위원들이 단양군청 앞에서 현수막 선전을 하고 있다.

이에 2019년도 예산을 심의 과정에서 단양군의회는 아로니아 가공센터에 대한 보조금이 추가지급되는 것에 대한 사유나 근거 등의 자료가 미비하다고 판단하고 해당 예산 37천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에 반발한 위탁단체 집행부가 주동하여 군청 앞에서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규탄집회를 개최했고, 그 모습을 지켜본 단양군농민회는 피해 농민들을 규합하여 즉각 아로니아 피해농민 구제 비상대책위원회(상임대표 장경수)’를 구성했다. 비대위는 8개 읍면에 20여개의 현수막을 게시하며 군의회의 결정을 환영하고 아로니아 가공센터와 지난 6년 동안 진행된 아로니아 육성사업 전반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구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유문철 비대위 상황실장(현 단양군농민회 사무국장)지난 28일 군의회가 올바른 결정을 했음에도 사실 왜곡과 난동에 가까운 집회를 보고 농민으로서 부끄러웠다. 400여 아로니아 농가 대다수와 이중 농민회 소속 50여 아로니아 농가는 상황 인식과 입장이 다르다. 그동안 막대한 보조금이 지원된 아로니아 가공센터는 전체 아로니아 농민들의 이익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아로니아 가공센터는 400여 농가 중 위탁단체인 아로니아 영농법인 조합원 200여 농가에 대하서만 수매를 했고 그 수량도 생산량의 극히 일부인 농가당 200kg에 불과했다. 수매량 뿐만 아니라 수매와 착즙 및 분말 가공수수료에 대한 각종 의혹이 불거져 왔다. 그럼에도 지난 6년 동안 모두가 침묵했다.

보다 못해서 농민회가 앞장섰다. 현재 단양군 농민들의 진정한 의사를 밝히기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아로니아 문제는 한 작물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방적이고 하향적인 단양농정의 적폐가 만든 문제이며, 또한 우리나라 개방농정의 적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고 주장했다. 아로니아를 육성하며 농업예산을 투입할 때부터 현 사태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관의 대대적인 지원과 육성으로 아로니아 시장이 형성되며 값싼 폴란드산 유기농 아로니아 동결건조분말이 대량 유입되어 국산을 대체했고, 유행을 쉽게 타는 기능성 건강보조식품 특성에 따라 타 식품으로 수요가 전환되면서 지난해 아로니아 가격이 생산비 밑으로 폭락했다. 올해는 아예 시장 자체가 거의 사라지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대다수 아로니아 농민들에게 실질적 혜택도 없고 향후 전망도 없는데 다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아로니아 가공센터에 투명한 감사나 근거도 없이 막대한 보조금을 추가 편성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유 상황실장은 이어 그동안 단양군농민회 외에는 눈치만 보고 뒷담화만 무성할 뿐 단양군 농정에 대해 할 말을 공개적으로 하는 농민들이 없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자칭 7천 단양 농민을 대표한다는 농단협 회장이 단양군은 농정예산도 충분하고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발언하며 농민회를 비롯한 5개 농민단체가 제안한 군수후보 농정공약 토론회가 불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농민회가 앞장서 농민들의 의견을 모아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게 됐다. 류한우 단양군수와 김영주 단양군의회 의장은 면담에서 비대위와 농민회가 제기한 진정한 목소리를 반기며 특별감사와 경영진단, 군의회 직권조사권 발동 등 아로니아 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현장 농민들은 농민회가 없을 때와 지금은 차이가 크다며 지난해 농민헌법운동으로 호평 받은 농민회가 이번 아로니아 사태에서도 큰 활약을 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비대위는 지난 12월 29일 오전 김영주 단양군의회 의장을 긴급면담하고 아로니아 가공센터 보조금 재개를 반대하며 특별감사와 경영진단 실시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전한데 이어, 12월 31일 오전에 단양군수와 만나 아로니아 사태를 종합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7개 요구안을 전달했다. 아로니아 지원사업 특별감사와 경영진단, 단양군의회 직권조사권 발동, 피해농민 직접보상 방법 도출, 폐농 지원, 대체 작목 지원 등이다. 비대위와 농민회는 특별감사 청구서와 군의회 직권조사권 발동 요청서에서 센터와 법인에 대한 꼼꼼한 감사 기준을 제시하며 군청감사팀, 군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 농민회, 외부 회계법인을 포함한 특별감사 TF 구성을 군에 요구했다. 향후 단양군 아로니아사업과 아로니아 가공센터 운영에 대한 특별감사와 군의회 진상조사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한편 단양군 농정 사상 최초로 농민이 주도하는 농정개혁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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