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양배추 가격하락 … 수심 가득한 제주

출하 앞두고 가격 지속 하락
겨울작형 재배면적도 급증
하차거래 부담까지 ‘이중고’

  • 입력 2018.12.09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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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무·양배추 가격이 하락하면서 겨울작형 출하를 앞둔 제주 농민들의 큰 피해가 우려된다. 제주 자체 재배면적까지 늘어나 있어 가격이 쉬이 회복되기 어려운 여건이다. 공교롭게도 두 품목 모두 가락시장 하차거래 전환 품목이라 농민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한때 20kg에 2만~3만원을 호가했던 무 도매가격은 추석을 기점으로 급락하기 시작했다. 가을무 생산이 늘고 소비가 줄면서 10월 하순부터 1만원선이 무너졌고, 현재 5,000~7,000원대를 오가고 있다. 양배추도 비슷한 양상으로, 10월 하순부터 8kg 1만원 아래로 내려앉아 현재 3,000~4,000원대의 저조한 가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통상 가을작형 출하가 마무리되면 겨울작형 가격이 어느정도 올라오게 마련이지만 그 시작점부터가 터무니없이 낮다. 설상가상 제주 겨울작형 재배면적까지 예년에 비해 급증해 있다. 월동무 재배면적은 ‘역대급’ 면적이라던 지난해보다도 200ha가 늘었고 겨울양배추 재배면적도 130ha 늘었다. 평년과 비교하면 각각 13.3%, 7.3% 늘어난 면적이다.

지난해처럼 악질적인 자연재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가격 회복이 요원한 상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다본 12월 예상 도매가격은 무 6,000원/20kg, 양배추 4,000원/8kg 수준으로 전년대비 3,000원 안팎씩 낮은 가격이다.

무·양배추 본격 출하를 앞둔 제주 농민들이 가격하락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가락시장에 출하되고 있는 내륙지방의 가을양배추.
무·양배추 본격 출하를 앞둔 제주 농민들이 가격하락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가락시장에 출하되고 있는 내륙지방의 가을양배추.

강동만 성산읍월동무산지유통협의회장은 “작년에 최악의 면적이라고 우려했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더 늘었다. 생산비·작업비도 못 건질 것 같은데 행정은 손을 놓고 있다”며 착잡해했다.

무는 또한 지난해 가락시장에서 하차거래 전환을 추진하면서 물류비용이 대폭 늘어난 품목이기도 하다. 지난해엔 한파·냉해 이후 높은 가격이 형성돼 무리없이 하차거래 전환을 진행했지만, 가격이 붕괴된다면 비용부담은 전혀 새로운 의미로 피부에 와닿게 된다.

하차거래라면 무보다 양배추가 더 큰일이다. 어쨌든 지난해에 적용을 마친 무와 달리 양배추는 올해 첫 적용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가락시장 하차거래 품목들은 요행히 전환하는 품목마다 시세가 올라와 큰 마찰을 피했지만, 겨울양배추가 처음으로 반대의 상황에 처했다. 시스템을 처음 바꾸는 시점에서 가격이 폭락해버리면 농가가 체감하는 부담은 두 배 세 배가 된다.

때문에 제주 양배추농가들은 배수진을 치고 가락시장 하차거래에 완강히 저항하고 있다. 서울시와 제주도가 협의한 ‘적용 예외대상’의 범위에 대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와 제주 생산자단체들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한편 정부 수급조절품목인 무에 대해선 지난 5일 농식품부가 대책을 발표했다. 12월 무 초과공급 예상량 1만8,000톤 가운데 4,000톤을 수매비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남은 1만4,000톤 중 7,000톤은 채소가격안정제를 통해 1월 말까지 출하정지시킬 예정이며, 7,000톤은 제주도에 자체 산지폐기 지침을 내렸다. 다만 제주도청은 “농식품부가 산지폐기를 발표하긴 했는데 제주도에 산지폐기 예산이 없고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고민 중”이라며 난감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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