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채소 가격 동반하락 … 혹독한 농촌의 겨울
월동채소 가격 동반하락 … 혹독한 농촌의 겨울
  • 권순창 기자
  • 승인 2019.01.13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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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무·양배추 하락세 지속
배추 9천·무 7천톤 산지폐기
양배추는 예산도 대책도 없어
미흡한 대책에 농가손해 가중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배추·무·양배추 가격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을 무렵부터 큰 폭으로 떨어진 가격이 회복은커녕 봄철까지도 이어질 조짐을 보이면서 농민들을 한숨짓게 하고 있다. 다방면으로 수급대책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정부가 아닌 농민과 지자체가 책임을 떠안고 있는 모습이다.

세 품목 모두 올해 겨울작형 재배면적이 평년을 넘어서 있다. 배추가 2%, 무가 13%, 양배추는 7% 증가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더 큰 폭락 요인은 가을작형 이월물량이다. 무는 그나마 가을작형 출하가 마무리됐지만 배추는 아직도 창고와 포전이 넘쳐나고 있다. 육지와 제주로 가을·겨울작형 산지가 분리된 양배추 역시 예년 같으면 이미 제주 물량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야 할 시기임에도 육지 물량이 시장의 8할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1월 중순으로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제주 월동양배추 출하는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9일 가락시장에 출하된 제주양배추 컨테이너를 지게차가 하역하고 있다.
1월 중순으로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제주 월동양배추 출하는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9일 가락시장에 출하된 제주양배추 컨테이너를 지게차가 하역하고 있다.

가장 상황이 심각한 건 배추다. 추석 이후 급락세를 탄 배추 도매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10kg당 2,000원대를 찍기 시작했다. 평년가격의 반토막 미만으로, 겨울철 가격으로는 2014년 폭락사태 이후 처음 나오는 가격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당초 채소가격안정제 물량을 활용해 겨울배추 4,000톤 출하정지를 예고했으나, 지난 9일 배추주산지협의체 회의를 거쳐 6,000톤으로 규모를 수정했다. 가을배추 4,000톤과 합쳐 총 1만톤의 출하정지다. 그 외 상당부분 대책은 지자체에 의존했다. 주산지인 해남군의 자체 산지폐기 물량이 9,000톤, 산지유통인 자율감축 물량이 2,000톤이다.

농식품부는 이를 선제적 수급대책이라 자평했지만 현장에선 이미 늦었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김영동 전국쌀생산자협회장(해남·배추 재배)은 “지난해 쌀 생산관측에서 볼 수 있듯 정부 관측보다 현장 농민들 시각이 더 정확하다. 배추도 현장에선 가을철부터 분명 대란이 날거라 예상했는데 정부 대책이 한 발 늦은 것이다. 과잉 예상량 역시 현장에선 정부가 예측한 것보다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제주 농민들의 겨울철 주요작목인 무·양배추 도매가격은 평년대비 20% 정도 하락해 있다. 배추보다는 양호하지만 농민들로선 충분히 절박함을 느끼는 가격이다. 무 수급대책은 정부 대책이 더욱 제한적이며 과잉 예상량 9,000톤 가운데 7,000톤이 주산지인 제주도 몫으로 떠넘겨졌다.

문제는 제주도가 ‘단순 격리사업을 지양한다’는 자체 방침하에 시장격리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월동무 농가 300여명이 지난 4일 결의대회를 열고 지원금 없는 100% 자가폐기를 결정함으로써 농식품부가 할당시킨 7,000톤 감축을 떠안게 됐다.

양배추는 무보다도 대우가 형편없다. 배추·무와 달리 정부 수급조절품목에 포함되지 않은 탓에 가격이 크게 하락했음에도 관련 예산이나 정책이 전무한 실정이다. 제주 한림읍 양배추농가 김창준씨는 “농민들이 직접 산지폐기 요구에 나서야 하는데 결국 무처럼 지원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산지폐기를 하게 되더라도 포전거래가 거의 마무리될 시점이라 상인들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 될 수도 있다”며 답답해했다.

수급조절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수급 전망은 밝지 않다. 가을작형부터 출하가 밀리고 있는 만큼 봄작형까지 폭락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다분하다. 그나마 진행되고 있는 수급대책마저도 농민들과 지자체의 희생을 대폭 강요하고 있어 농정 실패에 대한 정부의 책임은 날로 희미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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