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이슈] 올랐다 내렸다 … 멀미나는 채소값

여름 한때 폭염에 가격 상승
봄·가을 가격 하락 두드러져

  • 입력 2018.12.23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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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가격이 안정되지 않는 농사는 도박과 같다. 농산물시장 개방 이후 20여년 동안 농민들은 줄곧 도박 같은 농사를 이어왔다. 올해라고 다를 것이 없었다. 채소가격은 봄부터 가을까지 품목별로 역동적인 널뛰기 양상을 보이며 농민들을 괴롭혔다.

첫 시작은 대파가 끊었다. 얼음이 녹고 개나리가 피기 시작하던 시기, 전남 겨울대파는 한 단에 100원이라는 어이없는 경락가를 기록하며 농민들을 아연케 했다. 비록 끝물이었지만 다음 작기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농민들은 광화문으로 올라와 정부와 도매시장을 규탄했다.

그로부터 꼭 한 달 뒤엔 양파·마늘 농가들이 광화문을 밟았다. 농식품부는 이미 양파·마늘 공급과잉을 예측했지만, 4월 말 통계청이 발표한 예상과잉분은 농식품부 예측치보다도 두 배나 많았다. 수급에 초비상이 걸린 상황임에도 농식품부는 매우 소극적인 수급정책을 펴며 수급조절 책임을 농민들에게 돌렸다. 농민들의 상경투쟁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후 예기치 못한 병해로 작황이 크게 무너지면서 실제 과잉량은 우려했던 수준엔 미치지 않았다. 농식품부로서는 대폭락을 면한 것이 천운이었지만, 농민들은 시원찮은 가격에 품위 하락까지 이중고를 감내해야 했다.

올해도 채소가격은 폭·등락을 반복하며 농민들에게 시름을 안겼다. 지난달 7일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초원리의 배추밭에서 한 농민이 절임배추에 쓰일 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올해도 채소가격은 폭·등락을 반복하며 농민들에게 시름을 안겼다. 지난달 7일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초원리의 배추밭에서 한 농민이 절임배추에 쓰일 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처음 ‘폭등’ 보도가 터진 품목은 감자다. 작기전환이 매끄럽지 못해 잠시 단경기가 생긴 탓에 4월 일시적으로 20kg 10만원을 찍은 것이다. 하지만 식량대란이라도 올 것처럼 호들갑떨던 언론사들의 우려와 달리 평년가격으로 내려앉는 데는 채 두 달이 걸리지 않았다.

여름철엔 모두가 기억하는 폭염의 시련이 닥쳤다. 생산이 주체할 수 없이 늘어난 일부 과채류는 폭락을 맞았지만 주요 채소인 배추·무 등은 가격이 치솟았다. 때마침 추석 명절이 겹쳐 ‘장바구니 물가 비상’이라는 익숙한 멘트가 뉴스를 도배했다.

가격이 오른 채소들은 애당초 작기전환이 빨라 한두 달 이내로 가격안정을 예상할 수 있는 품목들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채소값을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간주하고 채소값 낮추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때문에 채소값은 예상보다 빨리, 과도하게 떨어졌고 최근 겨울작형에까지 그 여파가 크게 미치고 있다. 감자·배추·무 등 정부는 번번이 ‘물가상승의 주범’을 잡는 데 성공했지만 어쩐 일인지 물가는 채소값과 관계없는 행보를 보였다.

올해의 채소값 널뛰기엔 사상 최악의 폭염이라는 기상이변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소비자물가 안정에만 치중한 농산물 수급정책과, 폭락·폭등을 가리지 않고 밀려들어오는 수입채소가 그 진폭을 한층 크게 만들었다. 변하지 않는 환경과 변하지 않는 정책이 농업을 지배한 결과, 올해도 농식품부의 수급정책은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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