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제주의 겨울철 간판 농산물인 무·양배추·감귤이 동시에 폭락하면서 농민들의 목소리가 날로 처절함을 더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의장 송인섭)은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며 정부와 제주도의 적극적인 폭락대책을 촉구했다.
최근 무는 8,000원/20kg, 양배추는 4,000원/8kg 수준의 도매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제주산 출하 시작과 동시에 평년대비 20~30% 내려앉은 가격이 좀체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무·양배추보단 상황이 나은 편이라지만 감귤 또한 가격이 좋았던 최근 몇 년에 비해 20%가량 떨어져 있다.
감귤이 간신히 생산비를 건지는 상황이라면 무·양배추는 생산비를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를 대상으로 하는 정부의 ‘채소가격안정제’도, 양배추를 대상으로 하는 제주도의 ‘농산물가격안정제’도 각각 비현실적인 기준가격과 빈약한 사업물량 탓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행정의 소극적인 대처에 제주 농민들이 무 7,000톤, 양배추 9,000톤을 자비로 폐기하기에 이르렀지만 이 또한 폭락세를 잡기엔 역부족이다.
전농 제주도연맹은 성명을 통해 제주 농업의 심각한 현실을 호소하며 행정에 좀더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정부 채소가격안정제의 확대, 자율폐기 참여농가에 대한 지원대책 수립 등이 그 내용이다.
특히 주요 농산물의 20~30%를 정부가 수매해 수급을 조절하는 ‘주요 농산물 공공수급제’를 재차 요구하고 나섰다. 당장의 폭락 해결도 문제지만, 거시적으로 공공수급제와 같은 책임있는 정책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반복되는 농산물 가격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자체엔 최저가격보장제 정착을 강조했다. 제주도의 최저가격보장제인 ‘제주형 농산물가격안정제’는 정부 정책의 사각을 보완할 훌륭한 장치로 기대됨에도 불구하고 시행 3년이 넘도록 당근·양배추 두 품목에서 걸음마를 떼고 있기 때문이다. 전농 제주도연맹은 “농산물 가격안정 정책은 중소농과 농촌의 소멸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적 농업정책이며 농민이 내년에도 포기하지 않고 농사지을 수 있는 안전장치”라며 가격안정 정책이 급선무임을 강조했다.
한편 현재 가장 폭락세가 심한 품목은 평년대비 50% 이상의 가격하락을 보이는 전남의 월동배추로, 정부는 제주의 상황을 상대적으로 가볍게 보고 있는 분위기다. 농식품부는 최근 배추 추가 수급안정대책을 준비하고 있으며 추후에 무 대책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