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폐기 하면 뭐하나 수입양파 들어오는데

조생양파 산지폐기 속속 진행
수급대책 실효성 아직 물음표
산지에선 수입문제 해결 호소

  • 입력 2018.04.21 22:52
  • 수정 2018.05.17 16:47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출하기를 앞두고 양파값이 폭락한 가운데 주산지에선 속속 산지폐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 농민들이 살을 깎는 희생을 단행하는 동안 다른 한편에선 중국·일본산 양파가 꾸준히 수입되고 있다. 산지에선 수급대책의 초점을 수입문제에 맞춰야 한다고 입을 맞추고 있다.

지난 17일 찾은 전남 무안군 청계면의 들판엔 ‘파란 밭’과 ‘하얀 밭’이 반반씩 뒤섞여 있었다. 파란 밭은 출하를 앞둔 양파밭이고, 하얀 밭은 산지폐기를 위해 줄기를 자르고 비닐을 걷어 놓은 밭이다. 청계면은 조생양파 주산지로, 지난주 이 일대에서만 7만평의 산지폐기가 진행됐다.

정부는 양파 폭락 대책으로 1만9,000톤 산지폐기 계획을 내놨다. 별도로 도 예산을 투입한 제주 등 자율 수급대책 물량 1만9,000톤을 합치면 폐기물량은 3만8,000톤이다. 중만생종이라는 큰 산이 남아 있지만 일단 조생양파는 아쉬우나마 예상 과잉물량(4만9,000톤)에 근접한 수준의 시장격리가 가능하다.

지난 17일 전남 무안군 청계면 정안식씨의 양파밭이 트랙터로 갈아엎어지고 있다. 정씨는 나뒹구는 양파를 집어들며 “이렇게 좋은 양파를 버려야 하나…”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17일 전남 무안군 청계면 정안식씨의 양파밭이 트랙터로 갈아엎어지고 있다. 정씨는 나뒹구는 양파를 집어들며 “이렇게 좋은 양파를 버려야 하나…”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농민들은 이중으로 착잡한 심정을 느끼고 있다. 알이 굵을대로 굵은 양파가 트랙터에 짓이겨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고역이지만, 산지폐기로 인한 가격상승 또한 기대하기 힘든 탓이다.

이날 산지폐기를 진행한 농민 정안식씨는 “예전엔 산지폐기를 하더라도 가격이 올라 나머지 물량 가격을 제대로 받으리란 기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폐기를 해도 도무지 전망이 없다”고 호소했다. 정상철 무안군농민회장은 “수입물량이 작년산 만생종을 밀어내고, 만생종이 올해 햇조생을 밀어내고, 다시 중만생으로 계속 악순환이 이뤄진다. 수입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수급대책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단 지난해에 들어온 수입물량만이 문제가 아니다. 폭락이 예견되고 실현됐던 올해 1~3월 양파 수입물량을 보면 누적 2만9,447톤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고작 2,000여톤이 줄어들었을 뿐이다. 국내 가격폭락이 수입물량 변동에 주는 영향 자체가 과거에 비해 점차 약해지는 추세다. 꾸준한 수입물량 반입으로 인해 벌써 상당량의 산지폐기가 진행됐음에도 양파 도매가격은 kg당 600~700원선에 머물러 있다.

전영남 전남서남부채소농협 조합장은 “엊그제도 인천항에 중국산 양파 2,500톤이 들어왔다고 한다. 국내 시장에서 kg당 600원 가격이 나오는데도 수입이 들어오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산만 갖고 수급조절을 해 봐야 의미가 없다. 수입으로 인해 국내 산업에 이만한 타격이 있다면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든, 정부가 수입 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이번 산지폐기를 개인적인 생산비 보전 성격으로만 바라볼 뿐 수급대책으로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5월부터 중만생종이 출하되기 시작하면 양파 수급은 본격적으로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중만생종 수급대책으로 일부 물량 추가 산지폐기를 거론하고 있는 가운데, 농민들은 정부에 더욱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