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뚝 뚝 … 먹구름 드리우는 양념채소

조생양파 출하 앞두고 양파값 반토막
멀쩡하던 대파값도 일주일새 1/3토막
마늘 과잉 전망은 3월 들어 조금 호전

  • 입력 2018.04.06 11:53
  • 수정 2018.04.06 11:55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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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 한 해 대체로 평온했던 양념채소류 가격이 다시 어두운 분위기에 휩싸였다. 일찌감치 생산량 증가가 예견됐던 마늘·양파의 햇물량 출하가 다가오는데다 대파 가격까지 급격히 폭락으로 접어든 것이다.

양념채소 가운데 올해 초 가장 많은 잡음을 양산했던 건 단위가격이 높은 마늘이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창길)이 평년대비 15%의 생산량 증가를 관측한 가운데 농협중앙회가 마늘 협동마케팅 수매단가를 2,000원대 초중반으로 낮게 설정하면서 산지의 불안감이 한층 높아졌다.

다행히 농경연의 생산량 증가 관측은 15%에서 최근 5% 수준으로 다소 완화됐다. 겨울 가뭄과 한파로 예상단수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다만 재배면적이 늘어나 있는 만큼 생육기 기상변수에 따라 상황이 악화될 수 있으며 평년보다 25% 많은 재고량도 부담이다. 농경연 관계자는 “생산량이 5% 증가한다 가정하면 가격이 크게 폭락하진 않겠지만 아직 변수가 많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늘보다 심각한 건 이미 조생종 출하가 시작된 양파다. 양파는 재배면적이 평년대비 17%나 늘었고 조생종 생산량은 34%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2월까지 kg당 1,000원대를 지켰던 도매가격은 꾸준히 하락해 현재 500원대를 간신히 붙들고 있다. 출하를 앞둔 지역의 농민들은 “이 가격으론 도저히 출하를 할 수 없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농식품부가 긴급히 1만9,000톤 시장격리 등 수급대책을 세웠지만 아직 충분치는 않다. 특히 조생종과 중만생종에 걸쳐 과잉물량의 대부분을 생산자 자체 수급조절과 소비확대·수입대체로 해소하려 하고 있어 성과를 확신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양파, 대파 등 양념채소 가격이 곤두박질치면서 농민들의 근심이 짙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에서 여성농민들이 햇양파를 수확하고 있다.한승호 기자

이런 가운데 농식품부는 지난달 말 수입 재고양파를 실수요업체 배정 형태로 방출하려 하면서 농민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재고량은 3,600톤이었으나 업체들이 호응하지 않으면서 방출은 500톤에 그쳤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 재고가 남아있으면 햇양파 가격협상에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해 방출했다”며 “추가 방출 계획은 없으며 남은 재고는 어떻게든 신선양파 시장에 들어가지 않도록 방법을 찾아 처분하겠다”고 말했다.

출하가 한창 진행 중인 대파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월부터 조금씩 떨어지던 가격이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kg당 1,000원대 중반을 유지하더니 불과 일주일 사이에 500원대로 드라마틱한 폭락을 맞았다. 하품의 경우 kg당 100원의 낙찰가까지 나오고 있다. 전남지역의 한 출하자는 “십수년 동안 이런 가격은 처음이다. 1,000원을 받아도 기가 찰 판에 100원이 웬말이냐”라며 혀를 찼다.

가락시장 경매사는 “냉해를 입었던 대파가 일제히 다시 살아난 데다 온도가 올라와 수확작업을 서두르다 보니 출하가 엄청나게 몰렸다. 지난달 말부터 일주일 동안 매일 30~40%씩 물량이 계속 증가했다”며 “얼었다가 녹다 보니 노랗게 변색되고 품질도 많이 떨어졌다. 당분간은 낮은 가격이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급작스런 폭락을 맞은 대파 농가들은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중도매인-소매상 간 거래가격 공개와 도매시장 경락가 상하한제 등 정부와 도매시장의 역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농식품부는 아직 대파에 대해선 수급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으며, 전남지역 대파 농가들은 집회 등 조직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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