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수급 낙인찍힌 귀농·귀촌 지원금

  • 입력 2018.03.04 11:42
  • 수정 2018.03.05 16:29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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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귀농·귀촌 지원금의 부정수급 문제가 알려지며 귀농·귀촌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귀농인들 사이에선 극히 일부의 일탈을 침소봉대하는 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부정수급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이상으로 귀농인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지난해 7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귀농·귀촌 박람회를 찾은 시민들이 상담받고 있다.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귀농·귀촌지원금이 이른바 ‘먹튀’의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자체 감사 결과를 통해 귀농인 대상 지원사업의 실태가 세상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어 올해 초 관련내용이 TV 뉴스로 다시 한 번 뿌려지며, 여론 속에서 악한 귀농인은 이제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정말 부정한 의도로 지원을 받은 사례가 확인됐다. 그러나 보고된 모든 사례를 의도된 행동, 고의적 부정으로 여겨야할지는 고민이 조금 더 필요한 문제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융자금 지원의 경우를 보자. 예를 들어 영농을 조건으로 저리 대출을 받은 귀농인이 영농을 통한 정착에는 실패했지만 다른 업종을 택하거나 다른 농촌으로 이주해 계속 버티며 살아간다면? 이 또한 부정수급의 범주에 들어간다.

여기서 우리는 귀농인이 좋은 소득을 내며 성공적으로 정착할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봐야한다. ‘농사를 지어보고 싶다’, ‘농촌에서 살고 싶다’며 도시의 지인이 찾아왔을 때 선뜻 본인의 삶을 추천할 수 있는 농민은 이 땅에 존재하지 않는다. 농촌살이의 고됨은 누구에게 물어볼 것 없이 수많은 지표와 통계에 잘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귀농인이 아무런 문제없이 정착에 성공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런 판국에 융자를 받아 고가의 하우스라도 지었다면 그 비용을 만회할만한 성공이 가능할지 더더욱 장담하기 어렵다.

즉, 농사에 뛰어드는 귀농인의 입장에서는 실질 자부담률 100%가 대부분인 귀농 지원사업에 손을 대는 것 자체가 이미 큰 위험을 감수하는 셈이다. 그리고 국가는 열악한 농촌환경에 첫발을 들이는 초보들을 대상으로 한 융자 지원책이 ‘잘 굴러가지만은 않을’ 사업이라는 예상이 충분히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적어도 ‘농사 혹은 적응의 실패’를 부정수급으로 낙인찍는 것은 지나친 문책이라고 여겨진다.

농식품부는 한 차례 파동 이후 사업 대상자를 보다 면밀히 조사해 가려내는 것을 대책으로 삼았다. 그러나 주택과 하우스 등 부동산 마련을 위한 빚으로 귀농인을 묶어두는 정책은 농사가 실패할 경우 당장 생계를 위협 받는 귀농인과 세금을 낭비하는 국가 모두에게 큰 손해다. 그보단 실질적으로 정착에 도움이 되도록 더욱 체계적인 보살핌과 생활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어떨까. 귀농지원금 역시 우리 농정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보조사업으로 생각한다면, 해답도 똑같이 직접지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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