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귀농인들 “귀농이 ‘죄’가 된 것”

부정수급 보도 우려 심각 … 현실적 어려움 감안한 대책 필요

  • 입력 2018.03.04 12:08
  • 수정 2018.03.04 12:13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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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난달 29일 충남 홍성군 장곡면 도산리의 한 하우스에서 귀농 12년차인 금창영씨가 귀농·귀촌 정책 지원자금 부정수급 보도에 대해 “귀농·귀촌인 전체가 매도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일반 서민이 봤을 때 은행 융자가 힘든데 저 사람들은 귀농 이유만으로 정부가 손쉽게 융자해준다는 추측이 생겼다. (부정수급이) 한 건이라도 터지면 뻥튀기돼서 전체가 매도되고. 뭇매를 맞는 것이다. 그렇게 퍼지면서 ‘귀농인 지원해도 되나’, ‘또 농촌에서 그럴 줄 알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지난달 29일 충남 홍성군 장곡면의 한 하우스에서 만난 귀농 12년차 금창영(48)씨의 목소리다. 정부의 귀농·귀촌 정책지원자금 부정수급 보도를 바라보는 현장 귀농인들의 우려는 심각했다.

하우스 주인인 귀농 10년차 우진미(52)씨는 “부정수급자가 100명중에 1명인데 이를 부각시켰다면 문제”라며 “귀농에 실패한 사례라면 융자금을 반납하면 되는데 사후관리가 안되니 부정수급자로 낙인찍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씨는 “정부의 지원 제도가 실질적으로 기반을 잡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유지돼야 한다. 좋은 제도지만 누군가 그렇게 마음먹으면 열 사람이 지켜도 도둑 하나를 막긴 어렵다”고 했다. 이날 하우스에서 금씨와 함께 작업 중이던 귀농인들은 “부정수급이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며 대출 과정도 보수적이라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지원 자금을 받기 쉬워서 생긴 문제라는 일반적 시각과는 반대되는 목소리다.

이들은 오히려 대출을 받기도 어려운데 대출을 받아서 이른바 ‘먹튀’를 한 게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흔하지 않은 사례라는 것이다. 자리에 있던 3년차 귀농인도 “갚을 수가 없어 대출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금씨는 특히 “부정수급으로 몰린 사례가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생판초보인 귀농인이 대출을 했는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집이 넘어가 어쩔 수 없이 농지에 집을 짓거나, 농업 용도로 창고를 지어도 부정수급으로 몰리게 된다는 것이다. 금씨는 “정부 지원 정책이 현장과 동떨어져 있어 이런 부분까지 감안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씨 옆에서 고추 씨앗 파종을 하던 3개월 차 젊은 귀농인도 “농업도 그렇지만 농촌생활이 도시처럼 계산적으로 딱딱 떨어지는 게 아닌데 그런 부분을 법적으로 제재한다고 하니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씨는 여기에 더해 “현실적인 문제때문에 부정수급자로 낙인 찍혀도 문제 제기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결국엔 귀농한 게 죄가 되는 것”이라고 귀농인이 겪는 농촌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21년차 귀농인인 이환의 전 홍성군 귀농귀촌지원센터장은 “큰돈을 빌려주면서 안전장치가 별로 없는 점이 문제”라며 “지원 선정시 농업 수익률이 얼마나 낮고, 갚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고, 현장방문 평가, 거액일 경우 도제식 교육 등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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