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지원금, 감사와 개선 … 그걸로 족할까

귀농에 대한 정책철학 결여
생업 위한 실질적 지원 필요

  • 입력 2018.03.04 00:09
  • 수정 2018.03.04 00:12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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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해 국무조정실이 점검을 시행하기 전까지 귀농·귀촌 지원사업은 말 그대로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다. 지원 자격 판단은 단순히 일선 공무원 개인에게 맡겨져 그저 서류를 확인하는 형식적 절차에 그쳤고, 진행상황은 수기로 기록돼 행정 내 공개나 공유가 어려웠다. 사업주체 간 지원정보조차 공유되지 않아 중복수급 문제에도 속수무책이었다.

지자체는 물론 최종 책임자인 농식품부 또한 사후관리에 손을 놓은 상황에서 505건 171억원이라는 부정수급 사례 적발건수는 놀라울 것이 없었다. 이후 농식품부는 전산시스템 구축을 통해 행정관리를 체계화했고 일선 공무원이 귀농인의 주소지 이전 여부 등을 직접 조회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전국 모든 시군에서 자체감사를 진행토록 해 부정수급 사례를 속속 추가로 밝혀내고 있다. 최근 부쩍 난무하는 ‘귀농지원금 부정수급 사례 적발’ 보도들은 사실 정부 자체노력의 산물로도 볼 수 있다.

귀농인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귀농지원금 부정수급 근절 대책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귀농 10년차인 우진미씨가 모종에 물을 주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하지만 ‘부정수급 근절’이라는 틀에 얽매여서는 1차적인 개선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있다. 개인의 여건이나 농업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융자금만 지급하는 정책이 오히려 부정수급이라는 결과를 유도하는 측면도 있는데, 이에 대한 고민은 아직까지 정부에 보이지 않는다. 귀농지원금이 보조금이 아니라 ‘어차피 갚아야 할’ 융자금인 이상 부정수급은 정작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박기윤 화천현장귀농학교 교장은 “귀농인이 2% 저리융자로 1억원을 받았다 치자. 저금리가 적용되는 동안은 200만원씩 이자를 갚을 수 있겠지만 그 이후엔 농사 몇년만에 1,000만원 이상씩을 갚아낼 재간이 없다”며 융자금 일변도 귀농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귀농인들은 당장 생계가 문제다. 귀촌보다 귀농에 지원을 집중해야 하며, 1~2년 기한으로라도 생활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포괄적 복지 개념의 하나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귀농운동본부 이진천 상임대표는 “귀농 지원정책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귀농에 대한 농정철학이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시군마다 적정하게 유지해야 할 농업의 규모와 이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농민 수를 설정한 뒤 귀농인을 유치해 세심한 지도와 보살핌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귀농인을 일일이 세심하게 살피는 일이 행정에서 한계가 있다면 지역의 역량 있는 영농법인·사회적기업 등 공동체를 활용하고 그 기능을 뒷받침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귀농지원금 부정수급 근절대책은 농업분야 대책 가운데는 상당히 체계적이고 추진력 있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단순히 자금의 사용이 본 취지와 맞지 않게 되고 있다는 ‘눈에 보이는 허점’에 집중한 나머지 귀농 지원정책 자체가 품고 있는 ‘보이지 않는 허점’을 지나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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