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직불금, 알고 받아야 제대로 받는다

[ 기고 ② ] 김제 조경희 농민

  • 입력 2017.04.15 15:31
  • 수정 2017.04.15 15:39
  • 기자명 원재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김제 조경희 농민]

지난해 가을 최악의 쌀값폭락으로 앞이 캄캄하기만 한 농민들께 농가 소득과 직접 연결되는 직불금(고정직불금, 변동직불금, 도 직불금, 도 쌀값폭락대책 지원금, 시 직불금)의 규모와 직불금제도가 시행되기까지 농민들의 투쟁에 대해 설명하는 교육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고정직불금은 논농업의 다원적 기능(수자원 함양, 대기 정화, 홍수 방지, 생태계 유지 등)에 대한 보상으로 WTO에서 허용하는 방식의 직접지불제도이며 2001년부터 시행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후 감축대상보조금(AMS)에 따라 변동직불금을 1조4,900억원 밖에 지급할 수 없다는 정부방침을 듣고 직접지불제도에 관한 법률과 자료를 찾아본 결과 그동안 고정직불금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고정직불금은 논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보상이기 보다는 1994년 WTO 가입 이후 협약의 이행에서 발생한 쌀 생산 농민들의 소득감소에 대한 보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근거는 농림축산식품부의 2001년 논농업직불제(고정직불금) 시행을 위한 공청회 발표 내용, 시행지침, 교육자료에 제도의 목적을 ‘농가의 소득안정을 도모함은 물론…’이라고 적시한 것을 비롯해 ‘추곡수매제도를 통한 소득지지를 대체하는 직접지불제도…’ 등을 우선적으로 명시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논의 공익적 기능 유지는 제도 시행의 명분이나 지급대상 농지에 대한 조건에 해당된다고 봐야 한다.

또한 교육자료에 쓰인 추진 배경을 보면 ‘2004년 재협상에서 개방이 확대될 경우 쌀값 및 소득의 급락 우려가 있으므로 새로운 소득 보전책을 미리 준비할 필요’라는 설명도 있어 논농업직불제가 소득 감소에 대한 보상 대책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쌀과 관련한 WTO협약 이행이란 쌀 수입(최소 도입물량)과 보조금 감축을 말한다. 쌀 수입으로 인한 국내 쌀 농업의 피해는 농민들이 이미 충분히 경험하고 있으므로 논외로 하고 보조금 감축에 대해서만 확인해 보자.

아래 표에서 확인하듯 우리나라의 보조금은 해마다 감소돼 2004년 이후 1조4,900억원으로 고정됐다. 보조금 감축을 이행한 1995년부터 직접지불제도가 시행되기 전인 2000년까지 감축된 보조금을 합하면 1조6,161억원에 이른다. 또한 논농업직불제를 도입한 2001년 이후 2016년까지 농가에게 지급된 고정직불금의 총액은 같은 기간 감축된 보조금의 총액에는 훨씬 미치지 못한다.

결국 WTO 가입과 협약 이행에 따른 보조금 감축이 그대로 농가소득 감소로 이어질 것을 충분히 예측하면서도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정부와 뒤늦게 대책을 마련했지만 감축된 보조금만큼 농가소득 감소를 보상할 수 있도록 하지 못한 정부의 잘못이 크다. 이제라도 고정직불금에 대해 명분이 아닌 현실적 이해가 필요하며 구체적으로 확대를 요구해야 한다.

그렇다면 농민들이 정부에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고정직불금은 얼마일까?

그것은 1994년 2조2,595억원의 예산이 감축되지 않고 매 해마다 물가인상률을 반영해 인상됐을 경우의 기회비용으로 산출하면 된다. 즉, 1995년부터 해마다 1%씩만 인상됐다고 가정해도 2017년의 예산은 2조8,405억원이다.

올해와 같은 1조4,900억원을 변동직불금 예산으로 남겨놓고 1조3,505억원을 고정직불금으로 농가들에게 지급하면 2016년 지급면적(83만7,000ha) 기준으로 1ha당 약 161만원이 된다.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낸 촛불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이미 각 정당의 대선후보가 정해져 각종 정책을 공약으로 쏟아내고 있다.

농업계에서도 대선후보들에게 농업정책에 대한 공약을 요구하고 있고, 그 중에는 농가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직접지불금 인상도 포함돼 있다.

한 사람의 농민으로서 대선 후보들에게 요구한다. 고정직불금은 정부의 입맛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WTO가입과 협약이행에 따른 쌀 생산 농민들의 소득 감소를 보상하기 위한 것이며 농민들의 권리이다.

2017년 논 농업에 대한 고정직불금을 1ha당 160만원 이상으로 인상하라!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