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생산조정제, 결국은 또 농민 탓!

[ 기고 최종 ] 김제 조경희 농민

  • 입력 2017.04.30 00:46
  • 수정 2017.04.30 00:48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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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제 조경희 농민]

농림축산식품부는 2017년 벼 재배면적을 지난해 77만9,000ha에서 3만5,000ha를 줄여 쌀의 적정생산을 유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4월 발표된 농촌경제연구원 조사의 농가 벼 재배의향면적은 76만1,000ha로 이대로라면 정부 목표의 절반밖에 벼 재배면적이 감소하지 않는다.

이에 일부 농민단체와 정치권에서 생산조정제 실시에 대한 요구가 강하게 일고 있고, 4월 17일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 등은 기자회견을 통해 예산 3,000억원을 수립해 모내기 전에 벼 재배면적 10만ha를 줄이자는 요구도 있었다.

모내기가 한창일 9일에 치러질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각 정당의 후보들도 차이는 있지만 생산조정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생산조정제는 현실화 될 가능성이 크다.

생산조정제를 주장하는 논리의 흐름은 쌀 재고량에서 출발한다. 정부와 민간에서 보유한 쌀 재고량이 많아 쌀값이 폭락하고, 그로인해 정부의 변동직불금 지출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때문에 선제적으로 생산조정제를 시행하여 쌀 생산량을 줄이면 쌀 재고량을 해소하고, 쌀값도 안정될 것이며, 정부의 변동직불금 예산 지출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쌀 생산 농민의 입장에서 농가 소득이 보장되도록 쌀값이 안정되고, 타 농작물의 자급률도 높일 수 있는 대책이라면 생산조정제에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쌀 재고량 누적 원인을 농민들의 쌀 과잉생산 탓으로 돌리는 시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쌀 생산량은 해마다 같은 수준이었고, 오히려 자연감소와 대체작물 등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렇다면 재고량 누적 원인은 정부의 쌀 수급조절 정책의 실패에서 찾아야 한다.

흔히 어떤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인재인지 천재인지에 대한 기준은 ‘예측 가능했는가’와 ‘불가항력적이었는가’로 나눌 수 있다.

쌀 재고량 누적은 예측도 가능했으며, 정부가 적극 나섰다면 해소할 수 있는 대책도 있었다. 따라서 이 경우는 인재에 해당되며 정부정책의 실패가 분명하다.

특히 2015년 관세화로 쌀시장을 개방한 이후에도 해마다 40만톤 이상의 쌀을 수입하고 있는 것이 쌀 재고량 누적의 근본 원인인데도 이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이 쌀 감산정책을 이야기하는 것은 정부의 잘못을 농민 탓으로 돌리는 것과 다름없다.

쌀 재고문제, 정부가 사전 대책 세웠어야

WTO협약과 관세화 협상에 따른 결과물인 의무도입물량은 어떠한 재협상의 여지도 없이 우리나라가 영구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불가역적인 것인가에 대해 정부기관과 전문가들이 연구와 노력도 없이 무조건 수용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정부는 올해 52만톤의 사료용 쌀을 공급하여 재고미를 처분하겠다고 했다. 이것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떠나 지난해나 그 이전부터 시행했다면 지금과 같은 쌀 재고량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농민단체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대북 쌀 지원을 재개하여 의무도입물량만이라도 해소할 수 있었다면 쌀 재고량 문제는 아예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생산조정제 역시 과거 논에 타작물 재배시 1ha 당 30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했는데 불과 2년 만에 폐기한 바 있다. 문제점을 보완해가며 지속적으로 시행했더라면 지금처럼 지자체별로 축소시킬 면적을 정하여 강제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산조정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쌀 재고량의 누적 원인은 예측이 가능함에도 미리 대응하지 못한 정부의 수급조절 정책에 있다. 원인이 분명함에도 원인과 관계없는 생산조정 대책을 내세우는 것은 책임을 생산의 주체인 농민에게 전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끝으로 한마디 하고 싶다. “정부는 외양간을 고치지 않아 소를 잃고서 왜 잃어버린 소 탓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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