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든칼라·단프라·옥타곤 … 도매시장 박스출하 대안 고심

  • 입력 2016.12.17 11:24
  • 수정 2016.12.17 11:25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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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가락시장이 수박을 필두로 무·대파 등 차상거래 농산물의 팰릿출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지방도매시장들도 점진적으로 팰릿출하를 확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도매시장에선 산지의 박스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대안물류기기 물색이 한창이다.

팰릿출하 시스템에서 박스포장의 대안은 현재로선 물류용기 뿐이다. 공산품용 물류기기를 농산물에 적용한 것으로, 팰릿 위에 농산물이 든 박스를 쌓는 대신 커다란 용기를 올리고 그 안에 수박·대파 산물 또는 비닐포장 무·양파망 등을 다량 적재하는 방식이다.

사용 중이거나 실용화 가능성이 있는 물류용기들. 왼쪽 위부터 Z자 배열로 우든칼라, 단프라 사각상자, 단프라 옥타곤, 종이 옥타곤, 상자형 팰릿, 스틸 팰릿. 모두 현장에서 사용하는 용어다.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는 것은 다단식 목재상자, 일명 ‘우든칼라’다. 팰릿 위에 높이 20cm짜리 나무틀을 4~5단 조립식으로 쌓아올려 사용한다. 튼튼하면서도 탄력이 있어 농산물 보호에 유리하다. 하지만 무겁고 조립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고장이 잦아 비효율적인 면이 있다. 렌탈업체도 공급을 꺼려 한국컨테이너풀(대표 서병윤, KCP)사 한 곳이 유일하게 공급하고 있지만 물량이 부족해도 선뜻 추가 제작을 못할 만큼 수익성이 낮다.

실용화를 검토 중인 ‘단프라 사각상자’는 플라스틱 재질로 훨씬 가볍고 조립·해체가 편하다. 전용 팰릿에 플라스틱 벽을 두르고 역시 전용 뚜껑을 덮는데, 뚜껑 윗부분과 팰릿 아랫부분의 요철이 들어맞아 2중적재도 안정감 있다. 다만 견고성이 떨어져 대파 같은 경량 품목에만 사용 가능하고 요철부분 물고임 문제도 있어 내쇼날인텍(대표 배성호, NPC)사에서 농산물용 별도 개발을 시도 중이다.

올해 중앙청과(대표 이원석)가 KCP와의 계약을 포기하고 광동(대표 장익수)사와 개발한 ‘단프라 옥타곤’, 일명 ‘코끼리 상자’는 저렴한 제작단가로 플라스틱의 가벼움에 일정 수준의 견고성을 구현했다. 다만 견고하다 해도 플라스틱인 만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고 높이가 70cm로 너무 낮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중앙청과에서만 사용하며 올해 1,000개 제작에 이어 내년에도 1,000개를 추가 제작할 방침이다.

단프라 옥타곤의 모티브가 된 ‘종이 옥타곤’은 제작단가가 1만6,000원선으로 다른 물류용기의 10분의1에 불과하다. 출하자들이 구매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내구성이 떨어져 몇 번 쓰지 못하는 탓에 4,000~5,000원의 우든칼라 대여료와 비교하면 오히려 손해일 수도 있다.

이 밖에 플라스틱 재질로서 팰릿과 일체된 ‘상자형 팰릿’도 있다. 벽면이 매우 두꺼워 최고의 내구력을 자랑하는데다 사방에 여닫이 장치가 있어 작업도 수월하다. KCP사는 지난 14일 팰릿 2개에 해당하는 바닥면적을 가진 철제상자 ‘스틸 팰릿(가칭)’ 제주무 출하를 시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제품은 각기 단가가 비싸고 양문형 컨테이너를 필요로 한다는 단점이 있어 실용 가능성엔 아직 물음표가 붙는다.

올해 수박 팰릿출하는 박스출하가 33%, 우든칼라 40%, 종이 옥타곤 20%, 단프라 옥타곤 6%로 집계됐다. 도매법인과 중도매인들은 취급 편의성과 용기 수리비 부담을 이유로 박스출하를 선호하지만, 산지 비용부담이 막대해 일정 부분 물류용기의 역할은 불가피하다. 올해 수박 산지에서 물류기기 부족 문제가 불거졌던 만큼 도매시장 측은 그 종류와 수량 확대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정충남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유통물류팀 차장은 “공급업체와 제품을 다양화할 수 있다면 공급업체 간 경쟁도 발생하고 공급업체·도매법인·운송업체 간 협력모델도 만들어질 것이다. 최종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품목이 아니라면 굳이 박스포장을 고집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물류용기를 활용한 효과적인 농산물 유통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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