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 팰릿출하, 산지의 목을 조르다

‘첫 적용’ 수박 산지 울상
무·양파는 어떡하나

  • 입력 2016.12.02 16:41
  • 수정 2016.12.02 16:43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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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가락시장이 올 여름 처음으로 수박 팰릿출하를 의무화한 이후 산지에선 유통비용 증가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락시장은 내년에 무·양파 등 다른 품목에까지 팰릿출하를 확대할 계획으로, 산지 부담 문제는 이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박 주산지인 전북 고창의 농민들은 밭 1,000평당 유통비용 증가분을 100만~160만원으로 계산하고 있다. 5톤 트럭 한 대당 운송비는 60만원대에서 45만원으로 줄었지만 적재효율이 떨어져 기존 두 대 분량을 세 대에 실어야 하고, 박스비나 우든칼라(다단식 목재상자) 대여비도 추가된다.

특히 가락시장에서 진행하던 선별·포장작업을 산지에서 해야 하니 인건비가 대폭 늘어났다. 공동선별장을 지어 운영한다 해도 밭에서 선별장까지 별도의 상·하차 비용이 발생할 뿐더러 작업효율도 인력에 비해 떨어진다.

고창 성내면에서 수박 농사를 짓는 오세진씨는 “물류를 효율화한다고 하면서 오히려 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며 “가락시장에선 분명히 비용이 절감된 부분이 있을텐데 발생하는 모든 부담은 산지에 떠넘기는 이상한 구조가 돼버렸다”고 분개했다.

지원대책 없는 도매시장 물류효율화 방침에 산지에선 비용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통칭 ‘우든칼라’에 담아 가락시장에 출하한 수박.

도매법인 입장에서 비용이 줄어든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 동안 산물출하된 수박을 시장 내에서 선별·운송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팰릿·우든칼라를 대여해 왔는데 이것이 산지 부담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도매법인마다 이 절감된 비용을 산지 물류기기·공동선별장 지원에 투입하고 있지만 수혜 범위가 제한적인데다 굳이 기존 소요비용 이상으로 산지에 적극적인 지원을 할 이유는 없다. 설령 적극적인 지원을 하더라도 도매법인이 전국의 산지에 효과적인 도움을 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시 말하면 도매법인의 비용 절감분보다 전국 산지의 비용 증가분이 더 크다는 말이다.

내년부터 새로 팰릿출하를 의무화할 무·양파 등은 상황이 더 안좋다. 수박은 도매법인들이 팰릿·우든칼라 대여비용을 절감한 부분이 있어 어느 정도 산지 지원이 가능했지만 다른 품목엔 이같은 자금의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와 도매법인이 공동으로 지원하는 팰릿당 8,000원의 출하지원금마저 내년부턴 5,000원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정부는 고정사업인 물류기기 지원사업 외에 도매시장 물류효율화를 위한 별도의 예산지원엔 여전히 고개를 돌리고 있다.

가락시장 물류효율화는 시대적·시기적으로 매우 절실한 과제지만 산지 지원책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다급한 채찍질이 농가에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 김연호 고창 황토배기-G 수박공선회장은 “물류효율화엔 충분하고 지속적인 지원이 따라야 한다. 산지 역량으로 추가 발생하는 비용의 20%는 감내한다 쳐도 80% 정도는 정책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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