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시끌’ 가락시장 무 하차경매

필요성·취지에는 이견 없지만
주체별 이해관계 첨예한 대립

  • 입력 2016.10.28 16:53
  • 수정 2016.10.28 16:55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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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박현출, 공사)가 가락시장 무 하차경매 시행을 예고한 가운데 시장 내외 각 유통주체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하차경매의 필요성엔 모두가 공감하지만 저마다 새롭게 발생할 불이익에 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중도매인·하역노조 ‘상차비’ 싸움

중도매인들은 비교적 하차경매를 반기는 입장에 있다. 하차경매는 박스포장·팰릿출하를 수반하기 때문에 배추·무 등 특수품목의 고질적 논란거리인 ‘재(2등품)’ 문제가 자연히 근절된다. 또 5톤 트럭 한 차 단위로 거래되던 무를 팰릿 단위로 분할구매 할 수 있어 구매편의성이 혁신적으로 제고된다.

문제는 새롭게 발생할 시장 내 상차비다. 지금은 낙찰 후 대부분의 물량을 출하트럭에서 곧바로 중도매인·고객 트럭으로 옮기고 있는데, 여기 소요되는 비용을 ‘하역비’ 명목으로 전부 출하자가 부담하고 있다. 하차경매에선 일단 모든 물량을 경매장에 내려놔야 하기 때문에 이를 중도매인·고객 트럭에 다시 상차하는 비용이 중도매인에게 새로 부과된다. 중도매인 측은 “상차비 추가부담은 불가하다”며 하역노조 용역 없이 개별적으로 상차를 하겠다는 입장을 세우고 있다.

하역노조 측은 이에 대해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표명이 없다. 그러나 하차경매 시 필연적으로 임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를 상차비를 통해 보전하려 할 공산이 크다. 시장 내 여론 또한 “그 동안 중도매인이 하역노조를 출하자의 돈으로 이용했던 것”이라며 상차비 추가의 당위성에 공감하고 있다.
 

가락시장 무 하차경매 시행이 예고되자 시장 내외 유통주체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사진은 가락시장 무 차상경매 모습.


출하자·도매법인은 더 울상

절박한 쪽은 출하자다. 팰릿 단위 분할구매가 가능하단 말은 반대로 보면 부분유찰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지금은 트럭째로 유찰되면 다른 시장이나 가공업체로 이동하면 되지만 하차 후 일부분이 유찰된다면 재상차·운송 등에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

박스비와 팰릿 임차비 등도 여전히 부담일 뿐더러, 강원도 등 비탈이 심한 밭엔 지게차 작업이 힘들어 트랙터를 개조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도서지역 주산지인 제주의 경우 비용부담은 육지와는 비교할 수 없이 커진다. 초기 유통비용 증가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지만 현재 거론되는 지원은 팰릿당 5,000원 안쪽의 임차료 지원 정도다.

도매법인 또한 출하자와 이해관계를 같이 한다. 부분유찰 물량 처리 문제와 산지 유통비용을 지원하는 일도 도매법인이 일부 떠안아야 할 문제다. 팰릿출하 의무화로 인해 가락시장 반입물량이 줄어들면 수수료 장사를 하는 도매법인에겐 그 또한 큰 손실이다. 더욱이 하역노조 측은 지게차·전동차 추가구입에 있어서도 법인과 공사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공사, 강고한 의지

공사는 이미 몇 차례 밝힌 바와 같이 무 하차경매 시행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 상차비·부분유찰에 대해선 하차경매가 정착된 다른 품목들도 동일하게 감수하고 있는 부분이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출하자 입장에선 하차비를 중도매인과 분담하고 시장 내 출하트럭 대기시간이 없어지는 만큼 산지에서 추가되는 비용이 일정부분 상쇄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공사는 최근 내년 4월 여름무, 7월 양파, 11월 월동무 순의 하차경매 도입 계획을 확정했다. 대파·쪽파 또한 시범사업으로 병행하며, 총각무에 대해서도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 저마다의 요구와 우려가 아직도 잔뜩 쌓여 있는 가운데 30년을 끌어 온 무 하차경매 시행이 코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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