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1천만원 훨씬 넘는 농자재 비용 … 보람 찾기 힘들어

현장 친환경 농가 반응

  • 입력 2016.11.12 09:58
  • 수정 2016.11.12 10:01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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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현장에서 만난 친환경농가들에게 유기농자재 비용에 대해 물으니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첫째, 비싼 유기농자재 비용은 가계에 부담이 될 수준이다. 둘째, 친환경농사 짓는 사람은 ‘미친놈’들이다. 웬만한 각오 없이는 안 된다. 셋째, 친환경농사 짓는 보람이 없다. 지역도 다르고, 농사짓는 작물도 달랐지만, 농사에 대한 수많은 고민거리들 때문에 밤잠을 못 이루는 건 매한가지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고민은 비싼 유기농자재 비용이었다.

“비용 아끼고자 미생물로 농자재 자가 제조”

전북 완주군에 거주하는 유희빈 씨. 고희를 막 넘긴 유씨는 토마토를 중심으로 무농약 농사를 짓는다.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그는 그래도 상황이 나은 축이라 했다. 완주군에선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친환경농가 300가구에 농자재비 4억원을 지원한다. 한 농가당 평균 130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그걸로도 농자재 비용 충당은 쉽지 않다. 유씨는 약 1만2,000㎡의 넓은 경작지를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농자재 비용이 더 든다. 유씨가 기자에게 제공한 올해 농자재 사용 장부에 따르면, 유씨는 완주군으로부터 약 505만원의 농자재 비용을 지원 받았다. 그러나 그걸 제외하고도 유씨가 자비로 농자재를 구입한 비용은 한 해 동안 589만원이나 들었다. 유씨는 “평균적으로 1년 한 작기당 200만원 가량의 농자재 비용이 든다. 두 작기 기준으론 4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이라 했다. 올해는 아직 한 해가 안 끝난 상황에서 벌써 600만원 가까운 비용이 들었다. 만약 농자재 지원이 없었다면 1,000만원이 넘는 돈이 나갔을 것이다.

비용이 이토록 많이 들다 보니, 유씨는 유기농자재 중 토양개량제 같은 건 최대한 자가 제조하려 한다고 했다. 그는 토착미생물을 배양해 농사짓는 데 활용한다. 미생물 균이 들어있는 농자재 구입비용도 한 번 구입 시 2~3만원의 비용이 든다. 유씨는 “토양개량제 600리터를 만드는 데 잡곡 3kg, 부역토 20kg, 소금 600g 가량이 들어간다. 이런 것들을 최대한 덜 구입하려면 엄청난 발품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며, “미생물이 활성화된 상황에서 먹을 게 없으면 곧 죽어버리니까 먹을 것을 계속 줘야한다. 정신차려서 잘 해야 한다”며 자가 제조의 어려움에 대해 얘기했다.

“친환경 농자재 비용으로 여름에만 1,800만원까지 들어”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유기농법으로 오이를 재배하는 한재형 씨가 하우스에서 자신의 유기농자재들을 살피고 있다. 한씨는 “1주일에 두 번 약을 칠 때마다 20~30만원이 들고, 그런 식으로 한달에 400~600만원이, 여름 내내 1,600~1,800만원의 농자재 값이 든다”고 토로했다. 한승호 기자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의 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서 농사짓는 한재형 씨. 그는 유기농 오이를 주로 재배한다. 그는 “각 계절마다 들어가는 농자재 비용이 다른데, 특히 혹서기에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든다. 거의 여름 내내 약통을 매고 살아야 한다. 일반 농약이면 한 번 치면 될 걸 친환경 농자재로 농사지으려면 수도 없이 많이 약을 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하우스에서 자라는 작물들에 한 번 식물 추출물 성분의 약을 뿌릴 때마다 400리터를 쓴다. 그런 식으로 총 5동의 하우스에 약을 친다. 한 동 당 1주일에 두 번을 치면 20~3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그런 식으로 각 5동을 친다고 하면 100~150만원이요, 한 달에 약 400~600만원이 농자재 값으로 나간다. 그런 식이면 여름철에만 약 1,200~1,800만원의 농자재 비용이 든다. 한씨는 “거기에 비까지 오면 농작물 보호를 위해 그보다 더 많은 양의 약을 뿌려야 한다. 그렇다면 비용은 훨씬 많이 들 것”이라 덧붙였다.

약을 많이 뿌린다고 효과가 큰 것도 아니다. 아무리 유기농자재를 많이 뿌려도 100% 다 병해충을 막아내는 건 아니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금방 벌레가 먹기 일쑤다.

한씨는 농자재 비용 절감을 위해 유기농자재 자가 제조 노력을 기울였고, 직접 미생물 배양 및 재료 수집을 위해 주변 지역을 돌아다녔다. 함께 농사를 짓는 한씨의 부인은 “농사짓는 것만으로도 바쁜데 자가 제조를 위해 재료까지 찾아다니려면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일반 농사비용의 3배, 효과는 농약의 50%인데…”

경북 영주에서 15년째 유기농 사과 농사를 짓는 김동진 씨. 사과를 비롯한 과수농가는 특히 병해충 때문에 골머리를 앓다 보니, 병해충 방지용 농자재를 엄청나게 많이 구입해야 한다. 그는 “일반 관행농가는 농약 한 번 뿌리면 그래도 낫지만, 우리 같은 유기농가는 수 차례 약을 뿌려도 벌레가 안 생길 수 없다. 비용은 일반 농사비용의 3배 가량 드는데 효과는 농약의 50% 수준”이라 토로했다.

김씨가 사과 농사 과정에서 사용하는 농자재는 식물 추출물로 만든 약재로, 혹진딧물·순나방·심식나방 등으로부터 사과를 방재하는 데 쓴다. 김씨는 “그 방재 비용만으로도 6,000평 전체를 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든다. 한 번 전체 농장에 약 치는 데 500리터가 들어가고, 그 비용으로 6~7만원이 들어간다. 그런 식으로 20번 가량을 약 쳐야 하는데, 그러면 한 작기에 1,200~1,400만원의 돈을 써야 한다. 거기에 추가적 변수로 약을 더 쳐야 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1,500만원은 매년 든다”고 했다. 해당 품목은 식물 추출물이라 영세율 적용은 안 된다.

“이미 돈 벌려고 농사짓는 게 아니라 순수히 사명감으로 짓는다”며 쓴 웃음을 짓던 김씨. 그는 “함께 유기농 사과 농사를 짓기 시작했던 영주 지역 대부분의 농가가 비용 문제 등 각종 어려움으로 사과 농사를 접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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