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업의 첫 장애물, 유기농자재 부가세

  • 입력 2016.11.12 09:49
  • 수정 2016.11.12 09:58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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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25년째 친환경 채소 농사를 짓고 있는 한재형 농가의 하우스 한가운데 놓인 유기농자재들. 친환경 농가들은 비싼 값을 치르며 저 농자재들을 구입한다. 유기농자재들은 소수 품목을 제외하곤 부가가치세가 붙는다. 대다수의 화학비료나 농약도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을 받는 상황에서, 정부는 친환경농업 육성을 외치면서도 유기농자재에 붙는 10% 부가가치세에 영세율을 적용할 의지를 아직까지도 안 보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현재 우리나라의 친환경농업 현실은 비유컨대 장애물달리기와 같다. 코스에 장애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안 그래도 재배 방법도 어려운데다 판로 개척도 힘들고, 올해 초 저농약 인증제 폐지로 좁아진 친환경농업의 선택 폭까지. 한국의 어느 농민이 안 그렇겠냐만 친환경농가 또한 농사짓는 과정에서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그 중 첫 번째 장애물로, 농자재 값이 비싸다. 친환경농업에 쓰이는 각종 유기농자재들은 거의 대부분 비싸다. 기본적으로 수요가 많지 않고, 물품을 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게다가 유기농자재엔 부가가치세 명목으로 세금까지 10% 붙어 더 가격이 오른다. 친환경농사는 관행농에 비해 병충해 관리가 더 어렵고 세세하게 관리해야 하다 보니 투입해야 할 자재량도 많다. 한두 번 투입하는 걸론 안 된다. 즉, 비싼 유기농자재를 여러 차례에 걸쳐 구입해야 한다. 농가 부담은 더더욱 커진다. 500ml, 또는 1리터짜리 추출물은 싼게 2만원, 비싼건 4~5만원 선에 이른다.

이에 현재 친환경 농업계는 유기농자재에 붙는 10%의 부가가치세에 영세율, 즉 세율을 0%로 적용하라고 요구한다. 「조세특례제한법」에 의거해 농약, 화학비료, 유기농자재, 농기계 등의 농자재에 영세율을 적용토록 법적으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유기농자재의 경우, 「친환경농어업법」 제37조에 유기농자재로 공시·품질인증으로 등록된 1,366개 제품 중 허용물질 단 3종(목초액, 천적, 키토산)에 해당하는 품목 및 비료·농약관리법에 등록된 품목 총 629가지만 영세율을 적용 중이며, 나머지 737가지 품목에 대해선 부가가치세를 매기고 있다.

이는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된다. 유기농자재와 마찬가지로 영세율 적용 품목인 농약과 화학비료는 거의 모든 품목들이 영세율 적용을 받는다. 반면 유기농자재의 경우, 상대적으로 활용 빈도가 낮은 목초액, 천적, 키토산에만 영세율이 적용되고, 가장 수요가 많은 식물추출물, 천연광물, 부식산, 미생물 등은 적용을 못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친환경 농업계는 조세 형평성을 위해 공시 및 품질 인증된 유기농자재들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유기농자재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으로 인한 세금 감면액이 약 29억3,000만원 가량 될 것으로 올해 추산한 바 있다. 한국친환경농자재협회(협회장 조광휘)가 대한상공회의소 산하 규제개혁추진단에 낸 규제개혁건의서 상으론 약 45억5,000만원 가량 세수가 감소하리라 추측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한해 농업예산이 14조5,000억원 안팎인 걸 생각하면 엄청난 비중의 액수는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 특히 세금 감면 집행부서인 기획재정부(장관 유일호, 기재부)는 아직까지도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유기농자재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 이것은 친환경농업 발전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친환경농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수많은 장애물 중 첫 번째인 유기농자재 부가가치세를 덜어낸다는 측면이 크다. 시작이 반이다. 눈앞에 보이는 장애물부터 걷어낼 필요가 있다. 그것마저 안 하면 정부가 그토록 외치는 ‘친환경농업 육성’ 구호는 헛구호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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