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국정감사] 이준원 차관 “장관과 협의하겠다” 답변만 수십번

백남기 농민 애도 묵념으로 시작
여당 불참 속 더민주·국민의당만 국감 진행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 ‘차관’에게 질의

  • 입력 2016.10.02 11:14
  • 수정 2016.10.02 20:11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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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병상에서 317일 사투를 벌인 백남기 농민이 끝내 유명을 달리해 농업계가 깊은 슬픔에 잠긴 가운데, 지난달 26일 김영춘 국회 농해수위원장과 야당의원들이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 시작 전에 고인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김영춘)는 지난달 26일 농림축산식품부 국감을 필두로 보름간의 현미경 감사를 하겠노라 밝혔다. 김영춘 위원장은 “농산물 시장개방이 가속화 되고, 기상이변 피해를 비롯해 고령화가 급진전되는 농업에 관련 예산마저 평균 증가율에 못 미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어느 국감보다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대안을 제시해, 내실 있고 희망 주는 국감을 추진하자”고 당부했다.

하지만 24일 새벽,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국회 본회의 통과 후폭풍으로 여당은 국감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농식품부 국감 하루 전 317일을 병상에서 사투를 벌인 백남기 농민의 타계 소식에 농업계가 비통함에 젖는 등 순탄치 않은 기류가 형성됐다. 박근혜 정부 농정 4년 평가를 겸한 이번 농식품부 국정감사는 더민주와 국민의당 위원들의 열띤 질의 속에 끝까지 완주했다.  

박근혜 농정 4년, ‘3불’ 정책 일관
공약 불이행·소득불안·농업예산부족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은 “3불(不) 정책으로 일관한 박근혜 농정 4년으로, 농촌·농민은 그 어느 때보다 암울하다”고 혹평했다.

김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식량자급률 제고를 통한 식량안보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공약해놓고 자급률 제고 기반인 농업진흥지역을 10만ha나 전용하고, 쌀값은 13만원대로 폭락해 농심이 타들어 가는데도 이를 무시한 채 미국산 쌀 6만톤 수입을 위한 입찰을 실시하고 있다”며 농업공약 불이행을 비판했다.

농가소득 또한 도시소득과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2005년 기준 도시소득 대비 농가소득은 78.2%였으나 2015년 64.4%로 13.8p% 하락했고, 농민들의 순수한 농업생산 소득은 2015년 1,126만원으로 월평균 94만원에 그쳐 2014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김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했으나 정작 농업예산은 단 한 번도 국가 전체예산 증가율에 근접해 보지도 못하고 내년 예산안은 0.4% 증가에 그쳤다. 이마저도 식품예산을 제외한 순수한 농업농촌 예산은 전년대비 증가율은 0%”라며 “박근혜 정부가 우리 농업·농촌·농민을 위한 정책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국회 농해수위 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텅 빈 자리를 바라보며 김영춘 위원장이 상념에 잠겼다. 한승호 기자

쌀값대책, 총체적 난국 …절대농지 보존해야

이개호 의원은 80kg 한 가마에 13만원까지 폭락한 쌀값대란에 대해 질의했다. 이 의원은 “현재 쌀값은 1996년도 쌀값과 같다. 농민 소득이 과거로 회귀했다. 농민들은 농사를 열심히 지은 것 밖에 없는데 이럴 수 있나 묻고 싶다”면서 양곡정책 실패의 책임을 물었다. 이어 “본격적인 수확시기도 아닌데 15%나 값이 떨어졌다. 이는 한 가지 원인이 아니고 복합적인 것으로, 깨진 쪽박 물 새듯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대책을 추궁했다.

박완주 의원도 “몇 년째 반복되는 쌀 문제에 곡물자급률을 높이고 사료작물을 심어 쌀 생산을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다”면서 “만성적 악순환을 끊는데 국회와 농식품부가 머리를 맞대겠다는 의지는 있는지 모르겠다. 예산당국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드는데 TF라도 꾸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결단부족을 탓했다.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은 “쌀값이 위기상황인데 정부는 절실함, 위기감이 없다”면서 “10월 15일 생산량 발표를 연례적으로 계획하고 있는데, 한시가 급하므로 생산량 발표시점을 앞당기라”고 촉구했다.

최근 쌀값대책의 일환으로 정부·여당이 ‘농업진흥지역 해제’ 방침을 거론한 것에 대해 야당의원들의 질책도 있었다. 한번 훼손된 농지는 영원히 복원될 수 없다는 공감대로 뭉친 질타였다.

더민주 김철민 의원은 “청와대와 새누리당 당정협의회에서 절대농지를 중장기적으로 해제한다는 방안이 보도됐는데 사실인가” 묻고 농식품부 입장을 분명히 확인해달라고 물었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은 “(농지해제 문제는)장관과 협의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오후 국감이 속개되자 김철민 의원은 “오전 질의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났다. 농업진흥지역 해제에 대해 차관 개인의견을 물은 바 있다. 장관 의견이 중요하다고 답변했는데, 따로 상의했나” 질문했다.

이에 이준원 차관은 “장관이 답변하면 되나” 물었고, 김 의원은 “차관이 답변하라”고 잘라 말했다.

이 차관은 “농지는 보수적 접근도 필요하지만 개발 수요도 많아서 한계농지는 적극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이날 쌀대책 관련 가장 명확하고 속 시원한 답변은 구곡의 사료화 확대로, “올해는 9만9,000톤 사료화 했지만 내년에는 25만톤으로 대폭 늘린다”고 한 이 차관의 발언이었다.

엘지 CNS 전무 증인 참석
“새만금사업 철회” 공식확인

국감을 앞두고 농민들에게 한 가닥 희망을 준 사건은, 엘지 CNS의 ‘새만금바이오파크 철회’ 선언이었다. 이날 박완주 의원 등이 증인으로 요청한 이재성 엘지 CNS 전무는 새만금바이오파크 철회 입장에 대해 “외자유치 등으로 계획해 왔던 새만금 바이오파크 사업은 국내 농업발전을 위해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 의원이 “경쟁입찰 등으로 참여하겠다는 엘지측의 답변서에 농민단체에서 아직 의구심이 남아있다”고 철회방침을 재확인하자 이 전무는 “농민과 합의되지 않으면 사업은 하지 않겠다”고 거듭 입장을 밝혔다.

무허가축사, 소 브루셀라병으로
집약된 축산문제

황주홍 의원은 무허가축사 문제에 한우협회 김홍길 회장을 참고인으로 신청했다. 황 의원은 무허가축사 양성화 기간이 1년 반 밖에 남지 않은 상황 속에 농가들의 입장을 물었다. 환경부 기준에 적합한 축사는 전체의 1~2%에 불과한 탓에 대다수 축산농가가 범법자로 남을 처지가 됐다.

김홍길 회장은 “지역에서 축사 양성화 준비를 하는 농가는 거의 없다. 중앙부처가 지자체로 양성화 사업을 이관했는데, 지자체 건축담당이나 환경담당은 축산실정에 어둡다. 그러다보니 과다한 설계비 문제도 발생한다. 충북의 54평 축사를 적법하게 설계하는데 600만원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고, 60평에 5,000만원을 요구하는 경우 등 설계비부터 천차만별이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어 “표준설계도가 있지만, 1,000평 축사 중에 5평이 무허가이면, 1,000평 모두를 설계해야 하는 등 불합리한 점도 축사 양성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황주홍 의원은 “정부가 제시한 양성화 만료기간은 다가오는데 95%가 시설기준에 맞추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축산현장의 현실이다. 중소축산농가의 사기가 바닥인 가운데 축산업 위축까지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가축질병에 대한 우려도 집중 추궁됐다. 국민의당 김종회 의원은 “소 브루셀라의 경우 발병시 살처분이 원칙이고 도축에 앞서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백신’ 도입을 적극 검토해 살처분에 따른 재정부담과 환경문제는 물론 농가들의 고충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수공통전염병인 가축결핵에 대해서는 더민주 김철민 의원이 “우리나라 결핵 사망률이 오이씨디(OECD) 국가 중 1위인 가운데 가축결핵병 발병 마리수가 지난 4년간 1만2,000마리”라며 “이 중 사람과 접촉이 많은 소가 전체 발병가축 중 80% 이상을 차지한다. 가축결핵병 우려가 심각한데도 관련 예산이 10억원이 더 줄어 3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고 농식품부의 가축결핵병 근절 의지를 추궁했다.

이날 국정감사는 저녁 8시경 마무리 됐다. 장시간 이어지는 국정감사에서 김재수 장관은 두 번 직접 발언 기회를 얻었다. 오후 2시경, 더민주 김한정 의원이 김재수 장관에게 직접 질의한 내용은 aT 사장 재직 시절 기부한 교회에 대한 문제였다. 김 의원은 “장관이 다니던 교회는 대형교회인데, aT가 왜 기부를 했나”를 따져 물었다. 김 장관은 “aT가 하는 180여개 단체 대상 나눔봉사의 일환”이라고 선을 긋자 “2억에 가까운 연봉을 받으면서 개인 돈으로 기부를 해도 충분한 것을, 사장 취임 이후 다니던 교회가 aT의 기부대상에 끼워맞춰졌다. 산간벽지 교회도 아닌 하필이면 본인이 다니던 그 대형교회였나”면서 “온 국정이 (김 장관 때문에)중단사태다. 도덕적 권위가 훼손된 장관이 대한민국 국정을 당당히 이끌어 나갈 수 있나”고 싸늘하게 질책했다. 김 장관은 “국무위원으로 잘 해결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또 한 번의 김 장관 답변요구는 쌀수매량 관련이다. 황주홍 의원이 이준원 차관에게 공공비축미 매입량과 관련 농협은 수매량을 늘리는데 정부도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답을 재촉하자 이 차관이 “장관이 답변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발언권을 얻은 김재수 장관은 “공공비축미 36만톤 이상 매입은 어렵지만, 과거 추세를 봤을 때 생산량이 430만톤 이상 급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농협 어려움, 쌀값 등을 감안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고민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황 의원은 “모처럼 발언기회를 얻어 장관이 발언했다. 이 대목만큼은 꼭 실천됐으면 좋겠다. 국무위원 회의가 그래서 있는 것 아니냐. 대통령 독대라도 필요한 것 아니냐”며 장관의 역할을 독려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정부측 답변은 천편일률적으로 즉답을 피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준원 차관은 “정책적 결정이니 장관과 협의하겠다”거나 “장관과 의논하겠다”고 마무리 짓기 일쑤였다. 보다 못한 위성곤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차관의 답변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위 의원은 “많은 농민과 국민이 바라보고 있다. 차관이 국정책임자로 명확한 답변을 하라”고 책임성을 당부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는 이날 1차 마무리를 하고, 오는 13일 국회에서 또한번 종합국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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