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국정감사] ‘투명인간’ 김재수 장관, aT 국감에서 주인공

‘의혹 투성이’ 미르재단 K-밀 참여과정
장관 옹호 홍보실장엔 의원들 뭇매

  • 입력 2016.09.30 13:16
  • 수정 2016.10.02 19:53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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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농해수위 위원들의 모진 외면을 받았던 김재수 장관이, 출석하지도 않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직무대행 김진영, aT) 국감에서 집중포화를 받았다. 김 장관 aT 사장 재임 시기에 진행한 K-밀 사업의 미르재단 참여 문제와 장관 정책보좌관 내정자의 부적절한 SNS 게시글에 의원들은 대부분의 질의를 집중했다.


K-밀 사업, 미르재단이 주물렀다?

aT 국감 최대의 이슈는 미르재단의 K-밀 사업 참여였다. K-밀 사업은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 아프리카 순방 당시 진행했던 식품개발원조(ODA) 사업으로 aT가 주관한 바 있다. 문제는 당초 이 사업 홍보반으로 참여했던 한식재단이 최근 ‘2개월간 486억원 조성’ 논란으로 뜨거운 미르재단으로 중도 교체됐다는 점이다.

농해수위 위원들에 따르면 미르재단이 K-밀 사업에 표면적으로 참여한 것은 지난 4월부터다. aT는 K-밀 홍보용역업체 입찰 당시 평가위원으로 외부인인 미르재단 유모 팀장을 선임했고, 용역은 투찰률(낙찰예정가격 대비 낙찰가격 비율) 100%를 기록하며 한 업체에게 맡겨졌다.

그런데 이 업체는 이후 미르재단과 이화여대 산학협력단이 개발한 쌀가공품을 취급하게 된다. 특히 해당 쌀 가공품은 미르재단이 창립 직후인 지난해 11월경 이대 산학협력단에 제안해 올해 3월에 개발한 제품으로 드러났다. 마치 미르재단이 처음부터 이 사업 참여를 염두에 둔 듯한 모양새다.

aT는 미르재단을 사업에 포함시킨 배경에 대해 “지난 3월 아프리카 현지 사전답사 중 우연히 그 곳을 방문 중이던 미르재단 유 팀장을 만났고, 아프리카 대상 홍보 전문가가 필요해 사업에 참여시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불과 1개월만에 농식품부 소관기관인 한식재단을 제치고 미르재단을 끌어들인 데 대해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의혹을 제기했다. 정부나 청와대 차원의 압력이 있었고 사장이었던 김재수 장관이 이에 동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미르재단이 K-밀에 관해 모든 사업을 기획하고 실질적으로 주도한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이건 권력의 비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심정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홍보실장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옹호하는 글을 SNS에 올린 경위에 대해 야당 의원들의 추궁을 받은 뒤 자리로 돌아가기 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SNS로 장관 옹호했다가 ‘진땀’

이날 국감에선 이례적으로 기관의 홍보실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심정근 aT 홍보실장은 국감 전날인 지난달 28일 개인 SNS에 김재수 장관의 국무위원 자격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글을 게시하며 김 장관에 대한 야당의 ‘인격살인’ 행태를 비판했다.

김영춘 농해수위 위원장은 국감 전 의사발언에서 “이는 국감과 국회에 대한 도전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며 무거운 분위기를 조성했고 국감이 시작되자 의원들은 심 실장을 불러내 뭇매를 가했다. 위성곤 의원은 “김 장관은 분명 특혜를 받았다. 그런데 그것이 특혜란 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다. 상관의 보위만을 위해 일하는 홍보실장의 행태는 지금의 여당과 다를 바 없다”고 비난했다.

심 실장은 김 장관을 5년 동안 수행한 측근으로 최근 장관 정책보좌관 후보로 지목돼 임명절차를 밟고 있다. 그런데 aT가 지난달 12일 심 실장의 정책보좌관 취임을 고용휴직 형태로 인정할 수 있도록 인사규정을 개정했고 이것이 김 장관의 구두요청에 의한 것으로 밝혀져 특혜 논란까지 불거졌다. 의원들은 심 실장의 경솔한 행동과 특혜 논란을 거론하며 이번 정책보좌관 인사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쌀 넘치는데 쇄미 수입까지

aT 본연의 업무에 대한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더민주 이개호 의원은 쌀 과잉 상황에서의 쇄미 수입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aT는 주정용으로 연간 2만톤가량의 쇄미를 수입하고 있다. 이 의원은 “주정용을 넘쳐나는 구곡으로 충당할 생각을 않고 값싼 쇄미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언성을 높였다.

특히 지난해 10월엔 ‘쇄미 국내외 생산·유통 및 소비동향 조사’를 진행하면서 국내 쌀 가공 및 주류업체를 대상으로 수입 쇄미 사용 의향을 묻는 실수요 조사를 하는 등 흡사 수입대행사와 같은 행보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이에 김진영 사장 직무대행은 “가공용 수입쿼터 내에서 들여오는 것으로, 기존에 들어오던 가공용 쌀을 쇄미로 전환해 재정부담을 낮춘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배추값 폭등에 대한 질타도 등장했다. 올해 평년의 3배까지 치솟은 배추가격에 대해 선제적 관리대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더민주 김한정 의원은 “지난 5월 이미 기상청이 유례없는 폭염을 예고하고 연일 30도를 웃도는 이상기온이 발생했고, 폭염주의보도 계속됐다. aT는 이런 기상상황에 특히 더 민감해야 할 기관인데, 충분히 예상 가능한 수급불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게 아니냐”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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