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팜청과, 이번엔 서울랜드 품으로

사모펀드 칸서스, 1년 만에 손 떼

  • 입력 2016.04.24 00:10
  • 수정 2016.04.24 00:11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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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한일시멘트 계열 레저업체인 서울랜드가 가락시장 청과도매법인 동부팜청과를 인수했다. 기존 지배주주였던 칸서스네오1호 유한회사는 인수 시도 1년만, 인수 성공 3개월여만에 결국 가락시장에서 손을 털었다.

지난해 4월 칸서스의 동부팜청과 인수 소식이 퍼지자 가락시장 내외에서 거센 논란이 일었다. 칸서스는 투자자들을 위한 단기 이익창출에 목적이 있는 사모펀드로, 도매법인 운영의 영속성과 공공성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칸서스는 동부팜청과 지분의 51%를 매입했지만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받아 수 개월간 서울시의 지배주주 변경 승인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24일에야 △3년 이내 재매각할 것 △주주 배당을 하지 않을 것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공사)의 물류효율화 시책에 적극 협조할 것 등을 조건으로 겨우 승인을 받고 99.86%의 지분을 획득했다.

재매각은 생각보다 빨리 진행됐다. 서울시가 내건 조건에 칸서스도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승인을 받은 직후부터 바로 매각처를 물색했다는 소문이다. 결국 지난 15일자로 동부팜청과는 지배주주를 다시 바꾸게 됐다. 새로운 주주는 서울랜드(지분 73.86%)와 그 자회사인 고을인더스트리(25%), 모회사인 한일시멘트의 허남섭 명예회장(1%) 등이다.

▲ 서울랜드가 가락시장 청과도매법인 동부팜청과를 인수했다. 사모펀드 칸서스가 지배주주 변경 승인을 받은지 불과 3개월여만이다.

서울시도 칸서스 때와는 달리 속전속결로 지배주주 변경을 승인했다. 서울랜드는 공공시설인 놀이공원을 30년간 운영해 온데다 외식사업에도 나서고 있어 공영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보다 적합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매각금액은 600억원 정도로 추측하고 있다. 칸서스의 매입금액이 540억원이었으니 지난해 동부팜청과 사내유보금(38억원)을 감안하더라도 약 2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는 계산이 된다. 정확한 손익은 알 수 없지만 칸서스가 충분히 남는 장사를 했으리라는 것이 가락시장의 중론이다.

그러나 일단 공사 측은 사모펀드가 가락시장에서 손을 뗐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윤덕인 공사 유통물류팀장은 “공기관인 공사가 계속해서 압박을 가해 칸서스 측도 고충이 컸을 것”이라며 “동부팜청과 사건은 공영도매시장에 단기투자자본이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을 알린 의미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사모펀드나 대기업이나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없다는 주장이다. 나용원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사무국장은 “공영도매시장엔 공적인 성격의 주체들이 목적의식을 갖고 진입해야 하는데, 지금 도매법인들은 기업들이 단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칸서스가 나갔다고 해도 도매법인이 시장에 재투자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사모펀드의 진입과 지배주주 변경 불승인 등으로 ‘공중에 떠 있는’ 형상이던 동부팜청과가 서울랜드의 진입으로 어느 정도 안정성을 갖게 된 것은 분명하다. 가락시장은 서울랜드의 시장에 대한 진정성에 한 줄기 기대를 걸고 있다. 또한 서울랜드가 표준하역비 정률제·물류법인 설립 등 공사 시책에도 일단은 호의적인 입장을 보여 향후 공사와의 관계도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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