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에서 농업·농촌의 대내외적 여건과 주요 현안들을 고려하여 2020년 10대 농정이슈를 선정했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농경연은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 우리 농정의 방향을 끌어간다고 보면 가장 적절할 것입니다. 농정당국이 농경연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농정을 수립하거나, 농정당국이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의 내용을 농경연이 연구 조사해서 사업의 타당성을 뒷받침해주기 때문이지요.그렇다면 정작 최대의 이해당사자인 농민들은 매년 발표하는 농경연의 농정이슈를 찾아보느냐?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간 농정당국의 정책이 현장의 농
새해가 밝았다. 성큼 성큼 가는 세월, 멀게만 느껴지던 2020년이 오고야 말았다. 물론 새해라고 특별해지는 것도 달라지는 것도 없다. 아니 없어야 했다. 새해 첫 주말부터 불만덩어리가 마당에 들어앉았다.별안간 무슨 바람이 분건지, 남편은 합의도 없이 태양광발전시설을 마당에 설치해버렸다. 남편의 섣부른 판단에 영업하는 분의 조급함이 합쳐져 단 하루 만에 이 모든 것이 악몽처럼 벌어졌다. 남편과 영업하는 분은 차례로 나의 쓴소리, 큰소리를 들어야 했고 화가 난 압도적인 내 기세와는 달리 이미 태양광 패널은 마당의 대부분을 덮어버리고
마을회관에 가보면 여자들이 쓰는 방과 남자들이 쓰는 방이 각각 따로 있기 마련이다. 대부분 여자들이 쓰는 방은 방이라기보다 부엌을 많이 쓰는 편이다. 여성농업인센터에서 마을 프로그램을 들어갔더니 엄마들이 부엌에서 프로그램을 하자고 했다.너무 좁기도 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가 마땅치 않다고 했더니 그럼 남자방에서 하자고 하신다. 남자방은 훨씬 더 넓었다. 여성이 훨씬 숫자도 많고 이용횟수도 더 많은데 왜 좁은 부엌을 방이라고 하면서 쓰시냐고 했더니 당연히 우리가 좁은 거 쓰는 게 편하다고 하신다.공동급식도 남성은 가만히 대기하고 있다
달력 한 장이 팔랑거린다. 엊그제 얻어온 새 달력으로 바꿔 걸릴 날도 며칠 남지 않았다. 여태껏 가보지 못했던 ‘새로운 길’은 ‘새로운 계산법’이 제시되면 얼마든지 함께 갈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란 말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하기에 충분했다.새로운 길과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 보자 했던 2019년은 어떠한 계산법도 제시되지 못한 채 이렇게 가고 있다. 자신의 힘으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려야 한다며 시작했던 통일품앗이 운동을 위한 트랙터는 아직도 길 위에서 대북제재라는 굴레를 뚫지 못하고 찬 서리를 맞고 있다. ‘평화’라는 두 글자에 대
사람은 같이 생활하며 많은 것을 나누게 되면, 서로 어울리기가 쉬워지잖아요? 멀리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가까이서 겪게 되면 절로 알아차리게 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이 짐작으로도 납득이 되는 것처럼요. 그렇지만 요즘은 남들과 섞여서 평등하게 일하는 자리가 그다지 많지 않으니 서로를 깊이 헤아리며 닮아가기가 쉽지 않습니다.이와는 달리 바다를 낀 우리 지역에서는 겨울철이면 곳곳에서 공동체로 엮여 같이 굴을 까곤 합니다. 하여 이 시기에는 때에 맞춰 점심을 함께 먹습니다. 집에서 찬을 해오거나 식전에 준비한 찬으로 밥을 먹는데 매
12월이다. 한해 농사가 끝이 났다. 11월은 추수를 통해 걷어 들인 농산물을 팔고 정리하며 한해살이 살림을 다시금 살펴보게 된다.쌀농사, 사과농사, 농사소득에 대한 셈법은 이렇다. 우리 집 농민은 “그냥저냥 농사가 이런 것이지”라며 체념하고 우리 집 여성농민은 “요리조리 꼼꼼 따져보면 농사가 이리 답답한 것인가” 걱정만 된다. 젊어서 버텨낼 수 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퇴직금이 쌓이는 것도 아니고 연금이 쌓이는 것도 아닌 농사. 15년간 희망고문 하듯 시작되고 낙담하고 희망하고 절망한다.작년부터 포도농장을 만들어 포도농사를 시작한
시급 1,000원짜리 노동, 건고구마순을 만들기 위한 노동이 쯔쯔가무시로 마무리됐다. 첫날 뭔가에 물린 느낌이었지만 싱싱한 순들을 서리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속력을 냈다. 몸에 이상이 생긴다 해도 ‘곧 죽는 건 아닐 거야’ 자가 진단을 내린다. 미룰 수 없는 노동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냈다.“그러다 죽는 사람 있습니다.” 의사선생님이 쿨하게 한마디 하며 지금 당장 입원을 권한다. 전남에서만 한해 1만명 정도가 이 진드기에 물려 병원을 찾는단다. 예방을 위해선 풀밭에 주저앉아 일을 하지 말라 한다. 엉덩이 방석을 끼고도 어
날이 추워지니 몸도 마음도 오그라진다. 아직 못다한 밭작물들을 거둬들이는 농촌의 어머니들은 가뜩이나 꼬꾸라진 허리가 더 휘여 보이고 무릎이 썽썽하지 못해 성근지게 걷지도 못하면서 일은 우찌 그리 잘하시는지, 젊다고 치는 중년인 우리들은 그저 감탄할 지경이다. 가을일이 끝나기 무섭게 겨우내 병원 다니시는 게 일생 일대 제일 중요한 일과 중 하나로 치고 매일같이 병원을 다니시는 어머니들을 보면, 그것이 어머니들의 낙이자 위안이 된다는 게 참 씁쓸하기만 하다.요즘엔 카페가 점점 늘어난다. 여가생활이라고 해봐야 사람들과 분위기 좋은 카페에
농민수당 조례제정을 위한 농민들의 활동이 전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미 서명을 마치고 조례 제정 청구를 한 지역이 있는가 하면, 아직 한창 서명운동을 진행 중인 지역도 있습니다. 아 물론 경기도처럼 기본소득을 청년에서 농민까지 확대하겠다는 지자체도 있으니, 그 이름이 농민수당이든 기본소득이든지 간에 전체 농민들에게 뭔가 사회적 지원을 하는 것이 바야흐로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이곳에서도 진즉부터 그런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연초 농민단체의 총회장에 ‘농민수당 쟁취’ 현수막이 걸려서 위용을 자랑하고, 농민단체 회원들은 듣도
지난겨울 친구 영득이가 “논 5평만 구해줘, 토종벼 좀 심어보게” 하는 말에 “내랑 같이 해보자. 우리 신랑이 벼농사 짓는데 좀 도와주면 안 낫겠나?” 그렇게 토종벼를 심어보겠다는 일은 시작됐다. 토종벼 채종포 120평이 확보되고, 이왕 하는 것 채종포는 먹을 양도 안 될 터이니 맛이라도 보기 위해 150평 농사를 지어보기로 했고, 둘은 다섯이 되어 벼꽃모임이 됐다.황사가 뒤엉켜 먼지를 날리던 봄날, 그전에 구입하거나 증식용으로 얻은 나락 한 톨을 놓치지 않고 모판에 손으로 뿌리고, 섞이지 않도록 이름을 쓰고, 옮기고 하는 작업이
산등성이로부터 시작된 단풍이 서리 한번 맞지 않은 덕에 빨갛게 노랗게 마을 안까지 선명하게 물이 들어온다. 안개 자욱한 아침을 지내면 높고 파란 하늘이 열린다. 가을이 가고 있는 것이다.막바지 단풍을 즐기려는 사람들 덕에 한가했던 시골길이 차들로 그득하다. 길 건너에 논밭이라도 있는 사람들에겐 여간 고역이 아니다. 양편의 차들을 다 보내야 하니 마음만 급해진다. 덕분에 단풍이라도 눈망울 가득 넣어볼 수 있는 잠깐의 쉼의 시간을 즐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다.지겹도록 내리던 비가 한 달 여가 지나도록 내리지 않는다.
일전엔 어처구니없이 사고를 냈다. 깜빡이를 키고 차선을 바꾸려다 가벼운 접촉사고를 내버렸다. 앞차에서 내린 운전자는 내리자마자 전화를 한다. “여보! 내가 가고 있는데 옆에서 차가 들어와서 사고가 났는데 어떻게 해?”참나! 왜 운전하다 사고가 나면 여성 운전자는 보험회사에 전화를 먼저 하지 않고 남편이나 기타 지인 남자들에게 전화를 해서 조언을 구할까. 여성이 의존하기를 좋아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란 것은 알고 있지만 같은 여성인 나로서는 그리 좋은 모습으로 보이진 않는다.여성이든 남성이든 스스로의 일은 스스로가 해결하는 것이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