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옆지기와 먼저 소통하자

  • 입력 2019.12.01 18:00
  • 기자명 강정남(전남 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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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남(전남 나주)
강정남(전남 나주)

날이 추워지니 몸도 마음도 오그라진다. 아직 못다한 밭작물들을 거둬들이는 농촌의 어머니들은 가뜩이나 꼬꾸라진 허리가 더 휘여 보이고 무릎이 썽썽하지 못해 성근지게 걷지도 못하면서 일은 우찌 그리 잘하시는지, 젊다고 치는 중년인 우리들은 그저 감탄할 지경이다. 가을일이 끝나기 무섭게 겨우내 병원 다니시는 게 일생 일대 제일 중요한 일과 중 하나로 치고 매일같이 병원을 다니시는 어머니들을 보면, 그것이 어머니들의 낙이자 위안이 된다는 게 참 씁쓸하기만 하다.

요즘엔 카페가 점점 늘어난다. 여가생활이라고 해봐야 사람들과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빨래터에서 누구는 어쩌고 누구는 저쩌고 하면서 생활과 노동과 이웃이 함께 하면서 이뤄졌다.

공간이 있다는 것, 그것도 특정한 목적을 위한 공간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긴 하나 그것 또한 자본이 펼쳐놓은 멍석 위에서 놀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씁쓸하게 느껴진다. 우리에게 문화가 있을까! 술 먹고 노래방가고 미친 듯이 노래하고 마지막 입가심하고 나면 진을 다 뺐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 우리에겐 좀 더 여유롭고 건강한 문화가 필요하다.

더구나 중년의 여성농민들은 갱년기를 겪고 나서 몸도 내 맘대로 안 되고 깜빡깜빡 정신줄 놓고 다니다가 남편에게 자기관리도 못한다고 타박이나 받으면 정말 화가 난다. 자기관리를 하려면 시간적 여유도 있어야 하고 경제적 여유도 따라줘야 한다. 그런 말을 하는 남편은 그럼 부인이 자기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무엇을 도와줬는가! 하다못해 그 털끝만한 가벼운 말이 얼마나 상처가 되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자기관리 다 하면서 농사일은 언제하나? 소는 누가 키우냔 말이다. 뭣이 중한 줄도 모르고 함부로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건강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일을 하지 일을 하기 위해 사는 건 아니다. 어차피 평생 일만하다 갈 거 이제부터라도 좀 건강하고 행복해지기 위한 연습들 좀 하자. 오랜 세월 같이 갈 사람, 옆지기와 건강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대화를 좀 나눠보시라~.

곰살맞게 구는 남편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무뚝뚝하고 일밖에 모르는 남편일지라도 같이 일하고 같이 고생하는 사람이기에 하는 말이다. 이제부터라도 남성농민들은 곁에 있는 부인에게 그 소중함이 무엇인지 표현하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침묵은 금이 아니라 단절이다. 속내를 들어낸다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지 말고 진짜 용기는 자신을 잘 표현하는 것이라 했으니, 주저치 마시고 옆지기들과 소통하기를 무시하거나 두려워하지 말자.

여성농민들이 감당하는 여러 감정노동과 농업노동에서 힘든 노동을 버틸 힘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소위 사랑이라고, 널브러지게 많은 노래가사의 사랑이 아니라, 그저 한순간의 달달한 사랑이 아니라, 세월을 같이한 사람답게 옆에 있는 사람을 더욱더 소중히 여기며 살면 좋겠다. 살면서 외로운 건 마음과 마음이 닿지 않고 마음이 홀로 있을 때이다. 제발 옆사람 마음이 홀로 있게 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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