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오메 벌써 경자년이라고요?

  • 입력 2019.12.31 18:00
  • 기자명 심문희(전남 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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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희 전남 구례군 마산면
심문희 전남 구례군 마산면

달력 한 장이 팔랑거린다. 엊그제 얻어온 새 달력으로 바꿔 걸릴 날도 며칠 남지 않았다. 여태껏 가보지 못했던 ‘새로운 길’은 ‘새로운 계산법’이 제시되면 얼마든지 함께 갈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란 말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하기에 충분했다.

새로운 길과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 보자 했던 2019년은 어떠한 계산법도 제시되지 못한 채 이렇게 가고 있다. 자신의 힘으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려야 한다며 시작했던 통일품앗이 운동을 위한 트랙터는 아직도 길 위에서 대북제재라는 굴레를 뚫지 못하고 찬 서리를 맞고 있다. ‘평화’라는 두 글자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실망과 우려가 된 채 올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스스로는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내뱉는 소리들이 왜 이리 공허하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엊그제 이곳 구례에서는 동지절에 맞춰 통일트랙터 후원의 날을 보냈다. 전날 밤에 모인 이들은 500인분의 새알심을 빚었다. 팔 힘이 센 재석씨는 익반죽 담당이었다. 채남 회장님, 정금언니, 영이언니 그리고 나는 동글동글 새알심을 만들어 나갔다. 남편은 익반죽을 하다 만들어진 새알심을 정리하다 심부름꾼이 됐다. 늦게 합류한 승현이형까지 더해져 80kg 찹쌀 한 가마가 새알심으로 탈바꿈했다. 후원의 날에 모인 사람들의 소원만큼은 하나로 모아진다.

평화로운 한반도, 전쟁의 위협이 없는 나라,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대한 청사진을 하나하나 우리 힘으로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하루 종일 불 앞에서, 일회용품 안 쓰는 행사를 위해 설거지통에서 보냈던 분들 그녀들이 말한다. 여자 세 명만 있으면 못해낼 일이 없다고 평화로운 한반도는 물론이고 소한마리쯤은 거뜬하겠다며 하하호호 웃음꽃 만발이다. 트랙터 가는 길에 호미 들고 함께 가서 평화의 씨앗을 뿌리는 품앗이 함께 가자 약속한다.

역사의 주인이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삶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작은 실천하나로 마음이 통하는 것을 실감한다. 2020년 또다시 시작될 비바람 앞에서도 이겨낼 힘을 동지들과 함께 새알심을 먹으며 우리 스스로 다지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계산법’이 제시되지 않은 채 ‘새로운 길’을 갈 수도 있다는 시한이 며칠 남지 않았다. 그들의 선택이 어떻게 우리 앞에 펼쳐질지 모르지만 통일트랙터 품앗이운동을 시작하며 민족농업 통일농업의 길로 우리 스스로 뚫고 나가겠다던 의지는 경자년 새해를 맞이한다. 아마 봄이면 새로운 국회의원을 뽑게 될 것이다. 이제는 꿩 대신 닭이 아니라 꿩 새끼를 키워야 한다. 더 이상 구걸하고 애걸복걸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역사는 우리의 손으로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야 한다.

올 한해를 돌아보며, 북한은 왜 ‘새로운 길’을 가게 됐는지,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다시 한 번 깊게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지금 이 상황이 여전해야 이득을 보는 모든 세력들, 그들의 발악을 그저 지켜보기만 할 것인가? 되풀이되고 반복되는 역사를 그저 지켜보기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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