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남해축협 조합장에 규탄 물결

남해군여성농민회 성명 이어

경남지역 여성단체 기자회견

  • 입력 2024.03.24 18:00
  • 수정 2024.03.24 20:4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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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경남 남해축협 조합장의 성추행·성희롱·갑질 등 범죄혐의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5일 남해군여성농민회(회장 조영숙)가 성명으로 물꼬를 튼 데 이어 21일엔 경남지역 여성단체들이 합동 기자회견에 나섰다.

남해축협 조합장은 지난 9년 동안 조합 여직원들에게 신체접촉, 성관계와 관련된 노골적 음담패설, 희롱과 겁박을 일삼은 혐의를 받고 있다. 갑질, 폭언·폭행, 직장 내 괴롭힘, 부당 업무지시 등 다른 수많은 혐의와 함께 피해 직원들이 직접 폭로에 나서며 지역사회를 넘어 전국적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여러 혐의 중 성희롱·성추행 혐의가 특히 주목을 받는 건 현대의 어떤 성범죄 사례들보다 내용이 저급한 데다 다수의 직원에게 상습적·일상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남해군여성농민회는 이를 ‘인사권을 지닌 선출직 단체장의 막강한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라 규정하고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남해군여성농민회는 피해자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농촌은 도시보다 성차별 문화가 심해 성폭력이 발생해도 문제를 키우지 않기 위해 조용히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 사건은 도시 같았으면 이미 끝장났을 사건인데, 좁디좁은 농촌사회 성차별 문화의 특성을 이용해 질질 끌며 반전의 기회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성폭력 문화는 반드시 근절돼야 하고, 더 이상 이런 일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일이 없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 지역에도 차별적 가부장문화 대신 선진적 성평등문화가 자리잡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경남지역 22개 여성단체가 지난 21일 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 앞에서 남해축협 조합장을 규탄하며 농협중앙회와 법원에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남해축협 갑질조합장 직원대책위 제공
경남지역 22개 여성단체가 지난 21일 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 앞에서 남해축협 조합장을 규탄하며 농협중앙회와 법원에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남해축협 갑질조합장 직원대책위 제공

21일 경남 여성단체 기자회견은 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경남 창원) 앞에서 열렸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연합, 경남여성단체연합,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여성위원회, 경남여성장애인연대 등 22개 단체가 결합한 자리였다.

이들은 “남해축협 여성노동자들은 오후 4시만 되면 걸려오는 인터폰이 공포스럽다. 오늘은 어떤 직원이 불려가 성적 괴롭힘을 당할지 노심초사하는 일상을 견뎌온 것이다. 생계를 위한 일터에서 여성들은 조합장에게 성적 대상이었다”라고 사건의 심각성을 재조명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비상식적인 갑질과 성폭력 피해에 맞서 용기를 내 투쟁하고 있다. 지역에서 권력을 휘두르며 약자를 착취하고 폭력을 일삼는 일터에서 살아낸 피해자들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며 농협중앙회를 향해 조합장 직무정지와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법원을 향해 엄중 처벌을 요구했다.

사건은 현재 경찰 수사와 노동부 조사가 진행 중이며, 이와 별개로 남해축협 대의원들(49명 중 22명)이 조합장 해임을 위한 대의원회 소집을 요구해 놓은 상태다. 대의원회에서 3분의2 이상의 대의원이 해임안에 찬성하고 조합원 투표에서 과반이 찬성하면 조합장은 수사 결과와 관계없이 해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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