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 한 단 875원’ 현실 왜곡한 윤 대통령의 물가점검

  • 입력 2024.03.24 18:00
  • 수정 2024.03.24 20:47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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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농축산물 물가점검에 나섰다가 되레 ‘물정 모른다’는 원성을 사고 있다.

지난 18일 윤 대통령은 서울시 서초구에 있는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방문해 과일, 채소 등 장바구니 물가 상황을 점검하고, 농협유통 인재개발원에서 민생경제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물가점검과 민생경제 점검회의엔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비롯해 대통령실의 성태윤 정책실장, 박춘섭 경제수석 등이 참석했다. 민생경제를 관장하는 정부 주요 인사들이 함께한 것이다. 이들의 대책이 곧 물가정책이 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하나로마트 매장을 둘러보다 대파를 집어 들며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 같다”고 말했는데, 실제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대파 시세와는 영 다르다는 게 문제였다. ‘시장을 많이 가봐서’라는 대통령의 경험치까지 덧붙였다니 진실을 가려볼 일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선 지난 13일까지 대파 한 단을 2760원에 판매했고 14일부터 1000원으로 낮췄으며 대통령 방문 당일인 18일에는 자체 할인까지 또 추가해 875원으로 가격을 떨어뜨렸다.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끌어모아 탄생한 ‘대파 한 단 875원’은 일종의 ‘대통령방문 특별할인가’로 생각할 수 있다. 그것도 당일 1000단 한정판매 물량이다. 이를 국내 모든 시장의 대파 평균 시세라고 착각해선 절대 안 된다.

실제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18일에 거래된 대파 한 단의 도매 평균가격은 2544원(상품)이라고 한다. 도매가격에 유통비가 추가된 대파 한 단의 소매가격은 4000원, 5000원이 된다. 가락시장의 대파 도매가격이 농민들이 대파 농사를 짓는데 들어간 생산비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현실이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875원이 적힌 대파 한 단을 가리켜 “합리적 가격”이라 운운한 것이다. 결국 이날 물가점검은 대통령도 경제 관련 장관들도 대통령실 관계자도 장바구니 물가에만 초점을 맞춰 ‘무조건 싸면 된다’는 인식 아래 기획된 현장이 아닐까.

지금 필요한 대책은 농산물의 생산·유통·소비 전 단계의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 농산물값의 장기적인 안정대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또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바짝 기울여야 한다. 대통령이 합리적이라고 말한 대파 한 단 가격 875원과 주산지인 전남 진도의 농민들 입장은 크게 차이가 난다. 1kg 대파 한 단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만 1000원 남짓이고 수확한 대파를 손질해 망에다 넣는 작업비, 운송비까지 더하면 1820원가량이라고 한다. 산지유통인까지 합세한 거래라면 1kg 대파 한 단 생산비는 2000원 이상까지 오른다는 것이 현장의 증언이다.

온갖 할인을 적용해서 기획된 농산물 특별가격을 놓고 합리적이라고 말한 윤 대통령 옆에 농업 정책 수장으로 제 역할을 해야 할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있었다는 것도 실망스럽다. 정부는 왜곡된 일부 현장을 보고 세운 물가대책이 얼마나 무용한지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농산물 수입, 유통업체 할인 등 일시적인 가격 인하 정책보다 생산자·소비자가 상생하는 정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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