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임대위탁 수수료, 정부가 부담하라

  • 입력 2024.03.17 18:00
  • 수정 2024.03.17 18:51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전남지역 농민들이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의 ‘농지임대위탁 수수료’가 부당하다며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농지임대위탁’이란 농지소유자가 직접 농사짓기 어려운 경우 농지를 다른 농민에게 임대하는 일을 맡기는(위탁) 것이며, 농지은행은 이 농지임대차를 맡아 운영한다. 농지임대차를 중개하면서 농지은행이 받는 비용이 ‘농지임대위탁 수수료’로 1년 임대료의 5%다. 임차농민이 임차료를 선입금하면, 농지은행은 이 임차료 중 5% 수수료를 떼고 농지소유자에게 후불제로 임대료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2023년 기준 농지은행의 임대위탁 계약유지건은 21만6006건이고, 수수료 수익은 78억520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농지소유자들이 수수료로 약 78억원을 납부했다는 뜻이 된다. 수수료 수익의 증액 규모도 크다. 2018년 수수료 수익과 비교해 2023년엔 46억9900만원이나 늘었다. 5년새 수수료 수익이 67%나 커진 셈이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수익액이 가파르다. 특히 농민들의 1년 농업소득이 수년째 1000만원 안팎인 것과 비교해보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농민들이 농지임대위탁 수수료의 부당성을 제기하는 이유는 단지 수익액이 커서가 아니다. 농지임대차 계약은 5년 이상 가능하고 재계약은 3년 단위로 하는데, 계약기간 동안 매년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일반적인 부동산 중개보수의 경우 계약 당시 1회만 받는 것과 차이가 있다. 또 부동산 중개보수 수수료가 거래금액의 0.9%가 상한인데 반해 농지임대위탁 수수료는 5%로 너무 과하다는 것도 비판을 받는 부분이다.

특히 농지임대위탁 수수료는 농지소유주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장에선 여러 형태로 임차농민에게 전가되고 있다. 임대료를 올리는 방식을 취하거나 농지소유주가 부담해야 할 작업비를 임차농민에게 떠넘기는 식이다. ‘을’인 임차농민은 이를 모두 수용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농지소유주와 임차농 모두 수수료 부담을 갖고 있는 상황에 공사가 서류작성 등을 대행하면서 5%라는 수수료를 매년 떼는 것이 온당하냐는 반문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현장에선 임대차 계약기간 중 문제가 생겨도 농지은행의 조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 또한 수수료 폐지의 근거로 삼고 있다.

현장 농민들의 수수료 불만이 폭주하자 전남도의회는 지난 12일 열린 임시회 본회의에서 박형대 의원(진보당)이 대표발의한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임대수수료 폐지 촉구 건의안’을 의결했다. 경자유전의 원칙과 합리적 농지관리를 위해 농지임대위탁사업을 시행하며 드는 비용을 농민에게 수수료로 부과할 게 아니라 정부 재정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건의안의 핵심이다.

농지임대위탁 수수료 문제는 농민들이 수년째 부당함을 토로하고 있는 사안이다. 공사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정부는 뒷짐 지고 있는 행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농지투기, 불법 소유를 타파하고 엄격한 농지관리를 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 아닌가. 이를 근절하기 위해 시행하는 농지임대위탁 사업 대행에 따른 비용 역시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