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 수박 팰릿 거래 의무화 확대…긴장 고조되는 산지

가락·구리시장 이어 강서시장도 올해부터 ‘팰릿 거래’만 허용
개별농가, 사실상 서울 시장 출하 불가…포전거래 의존 높아질 듯

  • 입력 2024.03.17 18:00
  • 수정 2024.03.17 18:51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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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2일 전북 고창에서 농민 송민선씨가 하우스 내부에서 재배 중인 수박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2월경 정식된 수박은 오는 5월 20일 무렵부터 출하될 예정이다.
지난 12일 전북 고창에서 농민 송민선씨가 하우스 내부에서 재배 중인 수박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2월경 정식된 수박은 오는 5월 20일 무렵부터 출하될 예정이다.

 

지속된 강우와 일조량 부족으로 생산량 감소 및 품질 하락 등의 피해가 발생 중인 가운데 올해부터 강서농수산물도매시장(강서시장)의 팰릿 출하 의무화 조치까지 겹쳐 수박 재배 농민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지난 2016년과 2021년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가락시장)과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구리시장)이 수박 팰릿 거래를 의무화함에 따라 소규모 농가의 출하 선택지가 강서시장과 지방 도매시장, 공판장 및 포전거래 정도로 한정됐었는데 올해부턴 이마저도 축소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전북 고창에서 만난 농민 송민선씨는 “수박은 특정 주산지 외에도 다양한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는 만큼 소규모 개별농가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개별농가가 물리적으로 한 데 모여 있다면 작목반을 꾸려 가까운 시일 내 팰릿 출하 여건을 갖출 수라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사실상 서울 시장 출하가 불가능해졌다고 보면 된다”며 “7년 전쯤 가락시장이 팰릿 거래 의무화를 추진한 뒤 작목반에서 팰릿 출하를 하고 있지만 여건이 녹록진 않다. 팰릿 출하를 시작한 뒤 팰릿 빌리는 비용을 비롯해 운송·작업비용 모두 이전보다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농민들에 따르면 예전 방식(바라)으로 출하할 경우 5톤 차량에 수박 약 1200개를 실을 수 있지만, 팰릿 작업을 하게 되면 한 번에 운반할 수 있는 수박 물량이 약 800개 정도로 줄어든다. 크기에 따라 700개밖에 싣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출하 시 이용해야 할 차량 대수가 필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비용 증가가 당연히 뒤따른다. 또 팰릿에 수박을 잘 적재해야 하므로 이전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이로 인한 작업비용 또한 추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른 시설 작물과 달리 수박은 모종 식재 후 단 한 번만 출하하기 때문에 도매시장에서의 가격 교섭력이 낮은 편이다. 출하기간이 짧으므로 출하한 날에 결정된 경매가격이 그해 농사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에 팰릿 작업이 가능해 가락·구리시장에 출하하는 농가라도 일부 물량은 강서시장을 택해 비용 절감으로 농가 수취가격을 높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팰릿 출하가 불가한 일부 농가에선 강서시장을 비롯해 지방 도매시장, 공판장 등에 물량을 분산 출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강서시장에서도 팰릿 거래를 의무화한 까닭에 농민의 출하 선택권이 이전보다 더 좁아진 셈이다.

수박은 포전거래가 비교적 활발한 품목 중 하나지만, 이마저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농가로부터 수박을 구매한 산지유통인도 결국엔 해당 물량을 서울 등의 대형 도매시장에 출하해야 되기 때문인데, 농가와 마찬가지로 규모가 큰 산지유통인의 경우 별도의 팰릿 작업 공간을 확보하고 이를 가락·강서·구리시장에 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포전매매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어서다. 농민들은 팰릿 작업 여건을 갖춘 특정 산지유통인이 포전거래를 이끌어 갈 경우 포전 매매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우려했다. 농가의 출하 선택권이 감소한 상황을 산지유통인 또한 인지하고 있기에 이를 농가에 불리하게 적용할 여지가 커서다.

한편 강서시장에선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문영표, 공사)의 수박 팰릿 거래 의무화 조치에 대항해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도매시장법인과 시장도매인, 중도매인을 비롯해 하역회사 등은 수박 팰릿 거래 의무화 추진 즉각 중단을 요청하는 서명부를 작성해 공사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사에선 팰릿 거래 의무화 추진에 강경한 입장인 만큼, 오는 5월경 경남 함안에서 시작될 수박 출하에 재배 농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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